포항의 농식품 강소기업을 찾아서
(12)동호성게된장

▲ 성게알된장을 개발한 동호사 주지 혜연스님.
▲ 성게알된장을 개발한 동호사 주지 혜연스님.

음식은 곧 생명의 근본이라고 했다.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며 회복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그 기간을 단축하거나 연장할 수 있다. 특히 불가(佛家)에서 음식은 약(藥)이나 의술로 통한다. 사찰음식이 스님들의 생존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절밥`은 재료 특성을 최대한 살려 조리하고 저장 및 발효 등 고유의 조리법까지 지녔다. 자극적인 맛을 쫓아가는 현대인들에겐 도리어 몸과 마음을 일깨워주는 자극제이다.

동호사서 숙성 된장+호미곶 보라성게 `찰떡 궁합`
제철채소와 함께 먹으면 산후조리·갑상선에 좋아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의 동호성게된장(대표 김인태)은 사찰에서 정성스레 된장을 만든다. 연중 산바람과 햇살이 머무는 동호사(지주 혜연스님)에서 숙성시킨 된장에 호미곶 바다에서 건져 올린 보라성게를 넣어 만든 성게된장이다. 최상의 자연조건 아래 두 번의 발효과정까지 거쳤다. 긴 기다림 끝에 완성된 동호성게된장은 맛과 영양 모두 사찰식품으로서 품격을 갖췄다.

성게된장이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자연의 힘이 컸다. 혜연스님은 해녀 신도들이 가져다준 성게알을 오래 두고 먹을 방법을 고민했다. 울릉도에서 성게알을 된장에 넣어 끓여 먹는다는 정보에 착안해 지난 2012년 성게된장을 개발했다. 자연이 준 식재료를 사용하고 자연숙성을 거쳐 완성된 자연친화식품이다.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성게된장은 한 번 담그는데 3년 이상 걸린다. 최소 2년반 발효시킨 된장에 성게알을 넣어 섞은 다음 또다시 6개월간 숙성시킨다. 인종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사찰음식만의 특별한 정성과 풍미만 더했다.

청정바다 호미곶에서 채취한 성게알은 미네랄이 풍부하고 단백질, 비타민, 철분 등 몸에 좋은 영양성분을 품었다. 해삼의 6.7배, 미역의 4.7배에 달하는 아연을 함유하고 있어 산모들의 산후조리 뿐만 아니라 갑상선 기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갑상선암을 진단받았던 혜연스님 또한 성게된장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성게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담백한 맛이다. 효소를 넣고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염분이 빠져나가 일반 된장과는 달리 강한 맛이 적다. 혜연스님은 성게된장을 제철채소에 곁들어 먹을 것을 추천했다. 항암성분이 높기 때문에 특별한 조리 없이 그대로 섭취할 때 제 기능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 동호성게된장의 대표 제품.
▲ 동호성게된장의 대표 제품.

자연에서 얻은 맛과 영양이지만, 의외로 소비자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나뉜다. 성게알을 넣어 특유의 바다향이 나는데다 소금기가 적어 새콤한 맛이 나기 때문이다. 찌개보다는 일본식 미소된장국처럼 맑은 느낌으로 끓여 먹기 적합한데 남성보다 여성들이 더 좋아한다. 특히 건강 식단을 즐기는 젊은 여성소비자들이 많다.

김 대표는 “일반 찌개처럼 얼큰하지 않아 `옛날 장맛이 나지 않는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존에 먹던 제품이나 일반 된장에 익숙해진 탓이다. 반면 채소에 된장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하거나 건강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홍콩식품박람회 참가, 일본 대형마트에 입점하는 성과도 거뒀지만, 아직 어려움이 많다. 생업인 농사를 하느라 영업이나 마케팅에 신경 쓸만한 여력이 없어서다.

김 대표는 “프리미엄 된장식품으로서 나름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췄지만, 식품업계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일반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다 지자체 지원을 받아 가장 쉽게, 많이 뛰어드는 분야가 바로 된장이다. 콩값까지 싸져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래도 목표는 있다. 올해 비전은 성게알 강된장을 만드는 것이다. 사찰식품이 소비자들에게 웰빙을 넘어 힐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그는 “강된장을 카레밥 등 레토르트 식품처럼 간편하게 밥에 비벼먹을 수 있도록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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