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살았던 우리의 노래 문경아리랑
⑹ `문경아리랑`에 매료된 고윤환 시장

▲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아리랑선포식에는 많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아리랑선포식에는 많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그간 `문경아리랑`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은 고윤환 시장이 지난 16일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문경아리랑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유에서부터 향후 계획까지를 가감 없이 털어놓은 고 시장과의 인터뷰를 게재한다.

아리랑 정신 깃든 새재 입구에
아리랑무형문화센터 만들어야

악보집·음반 제작 등 활발한 홍보
세계화포럼 개최로 위상 제고 한몫

아리랑도시 목적은 `대동과 상생`
시민 동참으로 시너지 효과 기대

- 문경시를 대표할 만한 이미지중 왜 하필 `아리랑도시`였는지요.

△ “사람에게 정체성이라는 것이 있듯이, 지역도 그 지역만의 정체성이 있게 마련입니다. 양반의 고장 안동, 삼백의 고장 상주처럼 그 도시의 특성에 부합되는 이름이 있는 반면, 문경시의 경우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 할 수 있는 뚜렷한 이미지를 찾아내 제시하진 못했습니다.

문경하면 그래도 문경새재가 랜드마크인 것은 자타가 인정하듯이 분명하고, 옛길, 성곽, 아름다운 자연과 백두대간의 중심이 바로 이곳에 모두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문경새재 길을 넘어갈 때 부르는 아리랑이 이곳에 남아 있습니다.

아리랑은 적어도 100여 년 전까지 특별한 기록이 남아 있질 않았습니다. 그동안 학자들에 의해 수없이 많은 이론들이 만들어지곤 했지만 뚜렷한 근거를 제시한 내용은 없습니다.

10여 년 전 세상에 처음 소개된 아리랑 악보는 국내 최초의 근대식 학교인 육영학교의 교사와 선교사로 이 땅을 밟은 호머 헐버트에 의해 처음으로 악보가 그려지고 가사가 채록되어진 것입니다. 이때 기록된 세계 최초의 아리랑 가사 중 `문경새재 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 다나간다`는 이 한 줄의 기록이 우리나라 아리랑의 기록상의 정체성이 되며 더 나아가 문경새재 아리랑의 정체성이 되는 셈입니다.”

- 문경아리랑에 애착을 가지시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 “제게는 조금 특별한 경험이 있습니다. 2007년 8월부터 1년 동안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파견 연수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흑인 국장이 있었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미국 공직사회에서 흑인이 국장까지 진급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로 이 분의 퇴임기념식에 초대를 받아 살고 있는 동네까지 가게 되었는데, 의식행사와 공식적인 퇴임행사를 마친 후 흑인들끼리만 모인 자리에서 어깨동무하면서 흑인영가를 부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평화로운 아프리카에 노예사냥꾼들이 나타나 무자비하게 잡아간 흑인들이 바로 그들의 조상인 것입니다. 짐승같이 그렇게 캄캄한 절망을 바라보며 살아온 그들에게 미국은 얼마나 힘든 현실이었겠습니까.

아프리카부터 이어온 그들이 조상을 잊지 않고 살아오고 있는 반면, 우리 국민들은 2세대만 지나면 우리의 말을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생각한 것이 바로 아리랑이었습니다. 아리랑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정서를 나타내고 온 국민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문경에서 아리랑 관련축제가 개최되지 않는 이유가 있는지요.

△ “현재 문경에서 개최되는 모든 행사는 지역의 정체성과 관련이 되는 행사이면서 필요한 부분에만 예산이 투입되고 있으며, 중복되는 예산은 최대한 절감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문경에서 아리랑 축제는 하고 있지 않지만 8년째 문경새재 아리랑제는 추진하고 있으며 매년 다양한 주제를 통해 아리랑 행사의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하는 아리랑제에서는 전 국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아리랑민화 공모전과 시민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아리랑 노래부르기, 아리랑 가사 짓기 등 참여형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결국 지역민이 함께 동참하고 참가자들이 의미를 찾는 행사를 만들다 보면 다른 지역과 자연스럽게 차별화되는 행사가 되리라고 봅니다.”

- 타 지역의 아리랑 축제 중 관심이 가는 행사는 무엇인지요.

△ “우리나라 아리랑 축제중 가장 오래된 축제를 꼽으라면 정선아리랑축제를 들 수 있으며 요즘 생겨난 축제중 가장 큰 아리랑 관련 행사는 서울아리랑페스티벌입니다. 아리랑 관련 행사는 전국적으로 춤과 공연을 위주로 대동소이한 부분이 많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정선아리랑축제의 경우 정선군민과 축제참가자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로 자리매김 하는 부분이 좋은 사례라고 봅니다.”

 

▲ 국립 아리랑무형문화센터 조감도.
▲ 국립 아리랑무형문화센터 조감도.

- 아리랑의 브랜드 가치를 어떤 식으로 높일 계획입니까.

△ “아리랑은 문경만의 브랜드가 아닙니다. 아리랑은 대한민국의 브랜드이며, 우리나라 모든 국민의 브랜드이며, 해외에 나간 동포들이 향수에 젖는 노래가 바로 아리랑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문화융성의 시대입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문화유산이 바로 아리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전국적으로 아리랑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해 있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아리랑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식어가고 있는 추세이며 국민적, 국가적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려면 아리랑이 있는 지자체는 물론이고, 해외에 있는 동포들에게도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 마련을 지속적으로 해주는 방법 밖에 없다고 봅니다..”

- 아리랑 도시를 계획하면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요.

△ “일반적으로 아리랑에 대해서 사업을 추진한다면 예전부터 구전되어온 과거의 아리랑을 하는 줄 알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시의 경우는 미래의 아리랑을 하기 위해 아리랑도시를 선포한 것입니다. 아리랑 도시를 계획하면서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으나 앞으로가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아리랑은 분명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며 영원성이 있는 노래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노래를 벗어나 아리랑이 생활 속에 녹아 있는 삶이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아리랑 사업을 추진하면서 어떤 성과와 보람이 있었습니까.

△ “지난 5년간 추진해온 문경시의 아리랑 사업은 손가락으로 꼽지 못할 만큼 다양하고 많습니다. 국립아리랑박물관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과, 국회정책토론회, 아리랑 악보 및 음반 발매, 이스탄불 아리랑 공연, 서울 광화문에서 아리랑제 개최, 문경새재 아리랑비 건립 등 아리랑 저변 확대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특히 이중에서 우리나라의 모든 아리랑 가사를 수집하고 분류한 1만68수를 120명의 서예가들이 동참해 문경한지에 500일간이라는 시간에 걸쳐 쓴 `서예로 담아낸 아리랑 일만수`의 완성사업이 가장 크고, 기억에 남는 아리랑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 아리랑 박물관이 문경에 건립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리랑박물관이 아니라 국립 아리랑무형문화센터입니다. 박물관은 말 그대로 죽은 것을 전시하는 정적인 공간을 말합니다. 그러나 아리랑은 죽은 것이 아닌 앞으로도 계속 영생할 우리의 삶이자 정체성인 것입니다. 더구나 이 나라의 모든 중요한 시설들은 서울을 위시한 수도권에 집중하여 건립되고 있으며 점점 지방이 축소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리랑은 지방에서 발전했으며 실제로 아리랑 앞에는 지방의 지명이 붙어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리랑의 고개가 바로 문경새재인 것입니다.

아리랑의 정신과 역사가 함께하는 문경새재 입구에 아리랑무형문화센터를 건립하여 유네스코 정신의 실천과 우리나라의 모든 아리랑을 한 곳에 모아 우리 민족의 아리랑을 한 곳에서 보고, 느끼고 함께 불러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 아리랑무형문화센터 건립에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 “무엇보다 문경새재아리랑은 문경 사람이 제일 잘 불러야 하고, 가장 많이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다른 아리랑 대부분이 지역 사람들에 의해 전승이 되고 불리고 있습니다. 그러한 면에서 볼 때 문경은 이 부분에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일환으로 아리랑 악보집을 만들고, 편곡을 하고, 아리랑 음반을 제작하여 시민들에게 널리 홍보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리랑세계화포럼을 만들어 학계 아리랑 관련 권위자와 국내 최고의 지성인, 기업인들이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 아리랑 관련 포럼과 연구활동이 활발한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그동안 아리랑에 대한 각종 사료의 부족으로 연구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을 사실입니다. 아리랑이라는 것이 민요인 관계로 현장조사에 의존하는 힘든 점도 있지만, 결국 그러한 기초자료의 조사가 많이 이루어진 결과 지금의 조사자들은 조건에 맞는 연구도 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리랑은 결국 정체성과 관련되어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아리랑을 연구하던지 간에 하나의 아리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리랑과 연결되는 특수성을 안고 있기 때문에 포럼과 연구가 활발해진다는 것은 아리랑의 위상이 그만큼 올라간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 문경아리랑과 관련한 인터뷰를 진행 중인 고윤환 문경시장.
▲ 문경아리랑과 관련한 인터뷰를 진행 중인 고윤환 문경시장.

- 문경이 `아리랑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 “함께 동참하는 것이 시민들의 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히 자신의 일을 추진하고, 그러면서 아리랑에 대한 사랑과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시민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결국 시민이 공감하지 않는 사업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민들이 함께 했을 때 정체성으로 자리 잡을 수 있고, 시너지효과도 볼 수가 있는 것입니다.”

- 문경시가 꿈꾸는 아리랑 도시란 어떤 공간입니까.

△ “아리랑으로 모든 시민이 하나 되는 것이 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아리랑을 매개가 되어 서로가 조화되고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미래에 다가왔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자 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리랑을 상징하는 여러 가지 정신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대동과 상생입니다.”

- 지금까지 추진해온 아리랑 사업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무엇입니까.

△ “지난해 12월 우리는 두 가지 위대한 일을 했습니다. 하나는 서예로 담아낸 아리랑 일만수의 보급을 위해 아리랑도록을 만들어 이날 도록출판기념식을 했으며, 또 하나는 앞으로 미래 문경의 등불을 밝히기 위해 아리랑 도시를 선포하였습니다. 문경의 출향인과 아리랑 관계자, 시민 등 500여 명이 세종문화회관에 모여 힘든 여정을 거쳐 온 우리의 노력 결과를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미래 아리랑 비전을 선포했습니다. 지금까지지 해온 일들도 무수히 많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아리랑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지역민이 하나 되는 그날까지 문경시의 아리랑 사랑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강남진 기자/이소연 시인

    이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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