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농식품 강소기업을 찾아서
(8) 이도

▲ 이도의 대표제품인 한방발효차.

“한방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매일 한방차를 마시는 게 상상이 되나?”

“왜 한방차를 꾸준히 먹는 게 힘들 것 같나?”

9일 남구 청하면에서 만난 한방식품기업 이도(IDO)의 이은실 대표는 인터뷰 시작과 함께 한방차(茶)와 관련된 질문들을 쏟아냈다. 평소 한방차를 그저 향이 좋은 건강차로만 여겼던 기자는 예상치 못한 질문공격에 머뭇거리자, 이 대표는 “솔직하게 털어놓으라”며 대답을 부추겼다. 이미 수차례 국내외 식품박람회나 전시회에서 한방차를 소개한 이력을 지닌 그는 기자의 질문 없이도 1시간가량 대화를 이끄는 화술을 자랑했다.

연잎·귤껍질·도라지뿌리 등 20여가지 고급원료
불면·피로·부기·피부 등에 좋은 건강기능식품

이도 발효한차는 연잎과 귤껍질, 도라지뿌리 등 약 20여 가지에 달하는 원료에서부터 차별성을 지녔다. 고급 원료를 사용하지만, 근엄하게 폼을 잡고 멋으로 마시는 차가 아니라 삶과 함께하는 `생활밀착형`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특이한 점은 차의 이름을 먼저 짓는다는 것이다. 숙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잘잔다`, 피로와 부기 제거 효능을 지닌 `비우다`, 피부건강을 위한 `반하다`처럼 말이다. 제품명을 정한 다음 처방전을 만들고 원료를 정한다.

이 대표는 “처방전을 먼저 만들기 때문에 원료 가격이 비싸더라도 구입해 제조해야 한다. 원료 1㎏에 평균 매입가격이 7~8만원이다.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웃음) 원료가 워낙 고가이다 보니 포장은 최소화한다. 한 번 뚜껑을 열면 끝을 보는 제품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원료에만 정성을 쏟아 부었다”고 말했다.

각 원료는 모두 개성이 달라 제조과정에서 하나씩 난관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2~3일이면 만드는 덖음차와는 달리 이도 발효한차는 평균 35일 후 완성된다. 도라지뿌리의 경우, 먼저 쪄 낸 다음 전분 때문에 끼리끼리 붙은 것을 일일이 직접 손으로 뜯어낸다. 발효 과정을 거쳐 말린 다음 숙성 단계를 지나면 풍미가 더해진다. 여기서 또 말리고 다시 수작업으로 떼어낸 다음 볶은 뒤에야 끝이 난다.

발효차와 비발효차는 맛이 확연히 다른데 볶은 콩과 청국장의 차이로 보면 된다. 일반 도라지차는 혀에 톡 쏘는 맛이 강하고 텁텁한 반면 이도 도라지차는 아이들이 먹어도 될 만큼 소화나 흡수가 빠르다. 이 대표는 “발효차 1.2g짜리 티백 하나를 만드는 노동 강도가 매일 김장을 하는 것과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처럼 고강도 노동을 거쳐 제품을 만드는 이유는 이도한의원 원장의 `철학` 때문이다. 만성질환이나 난치병 등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보며 치료의 한계를 느낀 그는 생활 속 민간요법을 통해 신체 기능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을 `예방`이라고 여겼다. 1년에 병원 10번 갈 것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다.

이 대표는 “병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병원 갈 일을 줄이는 것, 쉽게 말해 사람들의 시간과 돈, 몸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 진정한 예방이며 이도 발효한차를 만든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도는 영문표기로 `I do` 즉, `내가 한다`를 말하며 한자로는 `理道`로 이치를 따라 실천한다는 의미다. `이도차를 마신다`는 것은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데 적극적이라는 것을 말하는데, 그 실천도구로 이도차가 함께 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첫 제품은 지난 2009년 2월 출시됐다. 막 세상 빛을 본 차(茶)는 외국물부터 먼저 먹었다. 그해 3월 이 대표는 세계 3대 식품박람회 중의 하나인 동경세계식품박람회(Foodex Japan 2009)에 참가해 발효선차를 선보였다.

 

▲ 이은실 이도 대표.
▲ 이은실 이도 대표.

구수하고 부드러우며 자극적이지 않은 발효선차의 맛에 해외 소비자들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일본과 미국, 프랑스, 덴마크, 홍콩 등 해외 5곳에 지사를 설립하거나 대리점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에는 미국 볼티모어에서 열린 `유기농박람회(Natural Products Expo 2015)`에서 주목할 만한 제품으로 이도의 발효연잎차가 선정됐다. 올해는 총 4회에 걸쳐 미국 내 전시회에 참가해 유기농식품 유통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포항 본사에 이어 서울 인사동 쌈지길에 유통판매 1호점을 개점했다. 일명 `안테나`매장으로 불리는데, 이곳에서는 1년 365일 이도차 무료시음이 가능하다. 외국인 관광객부터 바이어 등이 몰려 외국에 직접 나가지 않고도 해외소비자의 반응을 수시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곳이다.

이 대표는 향후 화장품 등으로 범위를 넓혀 현대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기능을 강조한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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