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곤<br /><br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필자는 TV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이다. 특히 사극보다는 인생드라마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막장 드라마의 마력에 푹 빠져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인생드라마 속에서 어려운 삶을 극복하며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풋풋한 사람냄새가 좋기 때문이다. 저품격 드라마라고 통칭하는 막장 드라마도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방송물로 마냥 지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삶과 보편적 생각을 뛰어넘는 극적인 반전 그리고 시청자들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드라마틱한 줄거리로 구성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저품격 저질 드라마라고 평가한다는 것은 방송이 주는 시각적 재미와 상상력을 무시한 주관적 판단으로 보인다.

반전이 주는 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 위한 연기자들의 과다한 연기가 일상성에서 벗어난 행동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그 역시 방송의 묘미로 큰 무리는 없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막장 드라마의 종말은 극적인 반전이 주는 자극적 결론이다. 그 결과는 우리의 정서와 문화 속에 깊게 깔려있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이념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권선징악이 주는 뻔한 결론이 더욱 시청자들을 자극해 중독성을 더욱 유발시키는지 모른다.

얼마 전 모 방송사에서 종영된 `부탁해요 엄마`는 그동안 우리가 늘 봐왔던 막장드라마의 굴레에서 벗어나 가족간의 이해심과 깊은 배려가 짙게 배어 나와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줬던 의미 있는 휴먼드라마로 많은 후담을 낳고 있다. 억척스럽게 가족들 뒷바라지를 하며 자신의 삶과 인생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담은 이 드라마는 국내 정상급 탤런트의 호화 캐스팅과 탄탄한 줄거리의 구성이라는 특징도 있지만 무엇보다 `엄마`라는 단어가 주는 애절함이 시청자의 눈시울을 더욱 촉촉이 적셨는지 모른다. 세상에 다시없는 앙숙 모녀를 통해 징글징글하면서도 짠한 모녀간 애증의 이야기가 진지함과 코믹함을 적절히 담고 있기에 시청자들을 TV앞에서 쉽게 떠나지 못하게 했다.

말기 폐암으로 투병 중이던 엄마(고두심)와 함께 온 가족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했던 날 아침 조용히 가족곁을 떠났던 마지막회 시청률은 38.2%(전국기준)을 기록하며 자체 최고기록 경신이라는 의미있는 결과를 안겨 주었다. 이러한 드라마의 성공 요인은 탄탄한 대본과 연출, 그리고 공감을 부르는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가 가미됐기에 이런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인생드라마가 주는 매력은 드라마 상영시간을 기다리는 즐거움과 함께 시청자들의 마음을 순화시켜주는 카타르시스(Catharsis)적인 요소가 함께 담겨져 있기에 그 의미는 배가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막장 드라마가 가지는 시청률 지상주의에서 비롯된 자극적 구성과 편집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 찾기가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방송도 고정관념화 된 시각에서 탈피해 방송사의 자율적 정화 노력을 통해 고품격 드라마를 지향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다각적인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기획돼 다채로운 연령에 맞는 시청자의 취향을 골고루 만족시킬 수 있다면 우리나라 방송드라마가 가지는 존재감은 더욱 상승할 것이다. 전 세계 TV시청자들이 우리나라의 고품격 드라마에 푹 빠지게 된다면 그 또한 우리문화의 지속적인 성장이며 국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의미 있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