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글로벌 에디슨아카데미학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 에디슨아카데미학부

옛말에 “개 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라는 구절이 있다. 조지 소로스가 그런 경우이다. 그는 반공주의자이나 그가 자본시장에서 돈을 버는 모습은 공산주의를 닮았다. 남을 선동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갖고 있다. 그것을 자극하여 비합리적인 행동을 강요하고, 거기서 차익을 얻는다. 물론 그는 자선사업도 많이 하고, 인류 평등을 위해 공헌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결과도 수단이 잘못되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에서 한 유태인은 전폭적인 지지를 못 얻는 것 같다.

소로스는 역외시장에서 중국 위안화를 매도하고 있다. 여기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논리가 있다. 먼저 미국이 중국을 흔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과거 그들처럼 중국이 아시아 역내에 해군을 주둔시키며 군사력을 확대하려는데 대해 불쾌하다. 그래서 특별한 부작용이 없는 한 금리를 올려 중국의 금융시장을 교란시키려고 한다.

최근 일본은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렸다. 지금처럼 디플레 압력이 있을 때 엔화가치는 절상됐었다. 왜냐하면 어차피 제로금리 밑으로 명목금리가 더 내려갈 수 없다면 디플레만큼 채권의 실질이자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명목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려 엔화가치를 절하 추세로 반전시킨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허락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일본이 대부분의 물건을 미국에서 팔기 때문이다. 미국은 엔저를 통해 중국의 성장을 사전에 차단하려 한다. 소로스는 자신이 위안화를 공격하여 절하시켜도 중국이 이를 활용하여 수출을 늘리고, 위안화를 방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일본의 견제 속에서 말이다.

소로스의 또 다른 베팅 근거는 부가가치가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시장으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창조경제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중국의 저임금 노동력보다는 선진국의 고급노동력의 생산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점이다. 1980년대부터 2008년 리만사태 이전까지 고 성장기에 선진국들은 신흥국의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하고 싶어했다. 리카도(Ricardo)의 비교우위론에 입각해서 말이다. 이를 글로벌화라고 불렀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3D 프린터, 인공지능, 로보틱스 등의 신기술을 앞세워 신흥국의 저임금 노동력을 대체하고 있다. 세계 교역량이 20년만에 처음으로 세계 GDP성장률을 하회한 점은 주목할만하다.

최근 소로스에 동조하여 위안화를 매도하는 헤지펀드들이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의심해볼만한 측면도 있다. 첫째, 미국이 중국을 흔들 수 있는 형편인가? 가계부채 부담이 큰 미국인들이 금리 인상을 예상하며 소비를 줄이고 있다. 올 들어 미국 금융주 주가는 9% 하락했다. 최근 옵션시장 지표들은 금융주들이 향후 3개월간 최악의 경우 28% 추가 하락할 수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둘째, 중국은 아직 청춘이다. 장기적으로 성장여력이 있는 국가이다. 위안화도 시간이 갈수록 위상이 강해질 것이다. 소로스가 90년대 수출기반을 잃고 맥이 풀려 있던 영국의 중앙은행을 공격할 때와는 다르다. 셋째, 위안화 가치 붕괴는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자칫 미국이 싸움을 붙여 신흥국들이 환율전쟁이라는 밥그릇 싸움에 말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중국 주도로 G20가 소집되어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다.

소로스의 공격 속에 중국 정부는 환율 방어에 다시 나섰다. 즉 달러를 시중에 내다 팔고 위안화를 매집한다. 이는 중국 증시의 위안화 유동성 위축을 의미한다. 그 결과 중국 증시는 하락했다. 소로스가 미국을 등에 업고 단기적인 승리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면 중국 증시는 더 하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중국 주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회복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떨어질수록 조금씩 매수해 보는 것도 투자전략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