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클라멘의 꽃말은 `수줍음`이다.
겨울에도 활짝 피어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꽃이 시클라멘이다. 보통 11월에서 3월까지 피며, 줄기 끝의 꽃은 아래로 향하고 있다. 땅을 보고 있는 꽃이 마치 수줍어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소녀를 생각하게 한다. 원산지인 지중해 시칠리아 섬에서는 돼지가 뿌리를 파먹는다고 돼지 빵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시클라멘은 미세먼지와 휘발성 유해 물질 제거 기능이 우수한 공기정화 식물이다. 물과 비료를 줄 때는 줄기나 잎에 닿지 않게 화분 둘레에 주어야 한다. 생장점에 물이 묻으면 죽기 때문에 저면 관수를 해야 한다. 시클라멘은 민간요법에 많이 활용됐다. 뿌리를 삶아 뱀에 물린 상처 치료에 썼고, 액운을 없애고 좋은 기운을 준다고 정원에 많이 심었다. 잎을 이용해 탈모 치료에 이용했다. 알뿌리를 가루로 만들어 팬케이크에 섞어 상대에게 먹이면 자신을 좋아하게 할 수 있다는 재미있는 기록도 있다. 뿌리는 산모의 순산을 도와주는 약으로도 쓰였다.

선녀 중에 제일 예쁜 `시클라멘`에게 신은 꽃들에게 꽃을 피우도록 명령하는 소식을 전하는 일을 시켰다. 이렇게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일을 맡아 보았으므로 꽃들도 시클라멘을 좋아했다. 지상에 내려올 때마다 보았던 한 목동을 사랑했지만, 목동은 그녀를 피했다. 왜 자신을 피하는지 물어보았더니, 양 떼들이 먹을 꽃과 풀을 찾아다니느라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시클라멘은 신의 명령을 어기고 들판에 꽃이 피도록 전했다. 그러나 목동이 냇물의 여신과 사랑에 빠져 시클라멘에게 거짓말을 한 사실을 알게 되자, 배신감에 땅에 다시 내려오고 싶지 않았다. 특히 신의 명령까지 어긴 자신이 너무 싫어서 하늘로 올라가며 선녀 옷까지 벗어서 땅으로 던져 버렸다. 이때 옷이 땅에 닿자 꽃으로 변했다. 마치 하늘로 오를 듯 나비 모습을 한 시클라멘은 선녀의 옷이 변해서 핀 꽃이다.

김한성 <수필가·한문 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