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다문화 여성 30여명
명절 음식 장만 요리강습
부침개·나물요리 등 척척
“한국 며느리 다 됐어요”
“명절음식 장만이나 제사와 같은 일이 많아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족들이 북적이고 화기애애한 명절 분위기가 좋아요”
4일 오전 10시30분, 안동시 송현동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마련한 한 요리학원에 다문화가정 여성 3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설 음식을 장만하고 배우기 위해서다.
학원 실습강의실에 들어서자 고소한 듯한 익숙한 음식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이들은 삼삼오오 팀별로 나눠 노릇하게 전을 부치거나 나물을 무치는데 분주하게 손을 놀렸다.
꼬치에 고기, 실파, 햄이나 맛살과 같은 각종 재료를 꽂고 계란을 발라 밀가루 옷을 묻혀 부치는 솜씨를 보니 한두 번 해본 실력이 아니다.
애호박을 적당한 두께로 숭숭 썰어 밀가루 옷을 입힌 뒤 식용유를 두른 프라이팬에 노릇노릇 구워낸 부침개는 특유의 고소한 내음에 군침이 돌았다.
떡국은 기본이고 다진 고기와 으깬 두부를 섞어 계란을 입혀 동그랗게 구워낸 육원전에다 콩나물, 도라지, 고사리, 시금치, 무 등 5색 나물을 볶아 참기름에 금방 무쳐낸 모양새를 보니 영락없는 한국 며느리다.
2009년 3월 결혼해 한국에 시집 온 누엔 티 녹뚜엔(32·베트남) 씨는 결혼 8년차답게 능숙한 한국어 솜씨로 새내기 다문화 여성들에게 한국 명절음식 만드는 요령을 가르치는 데 여념이 없다. 제법 솜씨도 있는데 행사 때마다 참석하는 이유는 같은 처지의 새내기들에게 가르치기도 하고 더 깊은 한국의 맛을 배우기 위해서란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마히라(30) 씨는 결혼 1년차 신출내기 며느리다. 이번 설 명절이 한국에서 처음 겪는 명절이라서인지 아직 말도 어눌하지만 언니와도 같은 선배 다문화가정 여성들의 도움으로 한국 설 명절음식을 차근차근 배운다.
2007년 6월에 결혼해 9년째 안동에 거주하는 중국 심양시 출신 리나(33·여)씨는 “중국보다 한국 명절이 더 힘들다”며 너스레를 떤다. 8년을 시어머니를 모시다가 지난해 분가했지만 왕래도 안부전화도 자주 한단다. 처음엔 모든 것이 서툴러 고생도 많았지만 지금은 시어머니 도움으로 나물, 탕, 전 등 명절상을 차리는데 어려움이 없다.
다문화 가정 여성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모른다. 함께 먹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날만큼은 모두에게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 되는 하루인 것.
유하영 안동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사무국장은 “20~50대에 이르기까지 다문화 여성들이 시부모를 모시는 비율이 70%를 육박하고 있지만 그들의 행복 만족지수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며 “이제 일상에서 이들이 가족이자 직장동료로, 이웃으로 우리 사회에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안동/권광순·권기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