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우리 손주 추운데 오느라 고생했제”
포항 KTX역 선물보따리 든 사람들로 북적
서울 사는 60대 할머니는 자식 위해 역귀성

▲ 설을 나흘 앞둔 4일 오후 고향을 찾아가는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서울에서 고향인 포항을 찾은 양금석(44)씨 부부와 외손자를 외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포항역 대합실에서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아이고 우리 손주 추운데 여까이(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제.”

설 연휴 시작을 하루 앞둔 4일 포항역.

찬 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에도 역사 곳곳에 귀성객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들은 대기실에서 시계를 수시로 쳐다보거나 철로를 쳐다보고 승강장을 오가며 열차가 들어오기만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본격적인 연휴가 시작되지 않아 역사가 아직 많이 붐비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소중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설렘만으로도 이미 역이 가득 찬 느낌을 풍겼다.

낮 12시 30분께 마침내 서울에서 출발한 KTX가 승강장에 도착하자 캐리어와 가방 등 짐을 잔뜩 든 사람들이 기쁜 표정으로 열차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두리번거리며 내린 일행을 찾는 사람, 내리자마자 도착했다며 어딘가에 전화를 거는 사람, 승강장에서 기다리던 누군가에게 반갑게 안기는 사람 등 저마다 사연을 안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모두 한결같이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날 포항역에 장인어른이 마중나왔다는 양금석(44)씨 부부는 “포항에 도착하니 고향이라 그런지 푸근하고 익숙한 이 느낌이 참 좋다”며 “손자 빨리 보고 싶어서 장인어른이 직접 마중까지 나오셨다”며 웃었다.

명절인데도 고향을 두고 결혼한 자녀를 위해 포항을 찾은 `역귀성객`도 눈에 띄었다.

서울에서 딸을 만나러 왔다는 유성연(67) 할머니는 KTX에서 내리자마자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짐을 가득 들고 택시를 타려고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유 할머니는 “막내딸이 둘째를 임신해서 말린 나물이랑 마늘장아찌, 물김치 조금 해서 들고왔다”면서 “우리 딸은 내가 해준 거 아니면 안먹는다”며 자랑을 늘어놨다.

오랜만에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어린이들도 명절로 설레는 마음은 마찬가지.

아이들은 추운 날씨로 콧물을 훌쩍거리면서도 행여 놓칠세라 엄마 손을 꼭 잡고는 촐랑촐랑 발걸음을 뗐다.

엄마, 동생과 함께 포항에 도착했다는 김나림(8·여) 어린이는 “기차도 타서 재밌었고 할머니, 할아버지 만나러 가서 정말 좋아요”라면서 “예쁘게 세배해서 세뱃돈도 아주 많이 받을 거예요”라며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