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정치권 여론은 긍정 `半` 부정 `半`
설 민심향배 따라 성패 갈릴듯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대구·경북(TK) 현역 의원들을 겨냥해 쏟아낸 `TK 물갈이론`의 성패는 어떻게 될까.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인 최 의원이 강도높은 작심발언을 통해 사실상 `TK 물갈이론`을 주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달 말부터다.

친박계
“나라 위한 마음과 소신
국민이 진정성 알아줄 것”

비박계
“수도권에선 큰 부담
정치 코미디 만들어” 비판


최 의원은 지난달 30일 하춘수 예비후보 개소식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뒷다리를 잡지 않았느냐”라며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필두로 지난 1일 곽상도 예비후보 개소식에서는 “억울하다고 하기 전에 반성부터 해야한다”고 했고, 2일 윤두현 예비후보 개소식에서는 “평소 일 안 하고 교체지수가 높은 사람이 반발한다”고 일부 비박계 의원들의 반발을 맞받아쳤다.

최 의원은 3일에도 추경호(대구 달성군)·정종섭(대구 동구갑)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잇따라 참석해 “최근 대구, 부산, 경남 등을 찾아 민심을 들어보니 한결같이 `국회를 지금처럼 놔두면 대한민국 망한다`고 했다”며 “불행하게도 대구에서 현역 국회의원 교체 여론이 높았다”고 TK물갈이론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최 의원이 연일 직설적이면서도 강경한 발언을 토해내자 친박계 예비후보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누구도 대놓고 하지 못했던 말을 최 의원이 나서서 하고 있다”면서 “이는 실제로 박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친박계 의원들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을 것으로 해석하면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분위기를 견지하고 있다.

최 의원과 함께 대구지역 개소식에 참석해온 친박계 서상기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라를 위하는 마음으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며, 소신있게 밀고나가야 한다고 본다”며 “설 민심은 지나봐야 알겠지만 국민들도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TK지역 비박계 의원들과 수도권 의원들은 최 의원의 작심발언이 득표전에 도움이 안된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비박계인 김용태 서울시당 위원장도 “지역구를 다니다 보면 `유치하게 뭐 하는 것이냐`고 지적하는 유권자들이 많다”면서 “특정 지역에서 특정 후보에 대해 `진박`(진짜친박)을 운운하며 지원하는 게 그들에겐 득이 될지 몰라도 수도권에서는 큰 부담”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희국 의원 측은 “최경환 의원이 대구·경북지역 국회의원을 싸잡아 비난하는 자리에 참석해 박수 친 서상기·조원진·홍지만·윤재옥 의원은 대구 국회의원 아니냐”며 반문하고 “정치를 코미디로 만들고 있다”고 반발했고, 권은희 의원도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최경환 의원의 이 같은 발언과 행보에 대한 비판여론이 적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다만 김무성 대표는 최근 현역 의원들이 예비후보들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잇달아 참석해 세몰이를 하는 데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건 이야기 안 하겠다”고 언급을 피했다. 자칫 비판적인 메시지를 던졌다가 주류 친박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 당내 분란을 키울까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지역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여론을 종합하면 최 의원의 TK 물갈이론에 대한 반응은 긍정과 부정이 반반으로 갈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 당장 TK물갈이론이 성공이냐 실패냐를 말하기는 다소 이르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결국 최 의원이 주창하고 있는 TK물갈이론은 온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는 설 명절을 전후한 설 민심의 향배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관된 견해다.

/김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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