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이 4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인수합병(M&A) 등 사업개편이 보다 빠르게 진행돼 암울한 경제 상황에 숨통이 트이게 될지 주목된다. 국회는 이날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고 원샷법을 재석 223, 찬성 174, 반대 24, 기권 25표로 가결 처리했다. 이로써 원샷법은 지난해 7월 9일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후 약 7개월 만에 입법이 완료됐다. 여야는 설 연휴 이후 선거법과 함께 노동 관련법,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등 쟁점 법안 협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새누리당은 선거법보다 쟁점법안 통과가 우선이라는 입장으로 연계처리 협상전략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 역시 이날 원샷법을 처리해 주는 대신 선거법은 오는 11일 여야가 합의 처리해야 하고, 안 될 경우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를 직권상정해야만 본회의에 참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12일까지는 어떻게든 선거구획정안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내도록 하겠다고 이 원내대표에게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국회선진화법이라는 넘지 못할 괴물 앞에서 바꿔먹기, 끼워 팔기 식 법안처리는 지속될 전망이다.

현 19대 국회는 입법생산성 자체를 논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형편없는 성적을 남겼다. 지난달 8일까지의 19대 국회 의원입법 발의건수는 모두 1만6천524건으로 18대의 1만2천220건에 비해 무려 35.2%가 늘어났다. 하지만 이중 의결건수는 18대 34.5%보다도 낮은 31.6%를 기록했다. 발의법안건수를 늘리기 위해 내용도 모르면서도 그냥 이름만 올리기, 법안 품앗이로 서로 등 긁어주기, 글자 몇 자만 바꾸는 개정안 내기, 폐기 법안 재활용하기, 남이 제출한 법안 베끼기 등 다양한 편법이 이용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민주주의가 정상 작동되는 세계 어떤 나라에도 이런 국회는 없다. 국민들을 위해 꼭 필요한 법률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상대 정당에 유리한지 아닌지 만을 잣대로 법률을 평가해 어깃장을 놓고 몽니를 부리면서 옵션전략만 구사하는 의정 행태는 수치스럽기 짝이 없다. 대통령이 목에 피가 끓도록 호소해도 움쩍도 안 하는 이런 비생산적이고 후안무치한 국회를 이어가서는 안 된다. 신당 국민의당의 움직임에 화들짝 놀라 비로소 국회에 나와 투표를 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모습이 씁쓸하게 비친다. 이번 원샷법 통과를 계기로 국민을 바라보고 입법활동에 전념하는 정상적인 국회로 혁신되기를 바란다. 벼락치기 공부라도 좋으니, 부디 19대 국회를 이렇게 `최악 불량국회`라는 오명 속에 마무리하지 말기를 진심으로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