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헌<br /><br />스틸앤스틸 사장
▲ 서정헌 스틸앤스틸 사장

이제 우리나라 철강시장에서도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구조조정하면 생각나는 단어가 감산, 해고, 매각, M&A, 설비퇴출, 워크아웃, 법정관리 등이다. 이러한 단어들은 산업구조에서 철강의 비중이 줄어드는 축소지향적 구조조정 과정을 보여준다. 그런데 철강산업의 비중이 늘어나는 확대지향적 구조조정도 있었다. 철강산업은 경직적인 산업의 특성 때문에 후퇴가 어렵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게 된다. 그래서 철강산업의 경우 비중이 늘어나는 구조조정보다 줄어드는 구조조정이 훨씬 어렵고 힘들다. 일국의 산업구조는 그 나라 모든 경제활동의 결과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계속 변화한다. 그렇다면 산업구조는 어떤 힘에 의해서 변화하는가? 하나는 시장의 힘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의 힘이다. 산업구조는 시장의 힘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변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산업구조조정은 시장이 아닌 정부의 힘에 의해 추진되는 구조조정을 말한다.

각국이 경제정책의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최적산업구조를 그리게 된다. 그리고 최적산업구조로 만들어가기 위해 정부가 산업정책을 추진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정부가 최적산업구조에 대한 얼마나 명확한 그림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철강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이러한 최적산업구조에 대한 밑그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의 철강관련 산업정책에서는 향후 10년동안 우리나라 철강산업 후퇴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가 혹은 최소산업규모는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에 대한 개념이 미흡하다.

철강산업의 비중이 줄어드는 구조조정에서는 시장에서 퇴출할 철강사를 선정해야 한다. 문제는 누가 퇴출할 철강사를 선정하느냐 하는 것이다. 시장이 선택할 수도 있고 정부의 힘에 의해 정해질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 의한 선택이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철강시장은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을 만큼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따라서 시장의 기능을 더 복원시키거나 시장의 기능을 보완하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철강 고유의 산업적 특성이나 한국 철강시장의 비효율성을 보면 철강시장이 스스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시장보다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는 정부의 역할이 불가피한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구조조정은 한편으로 철강시장의 효율성을 복원시키는 노력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시장에 개입함으로써 시장의 기능을 보완하는 노력이 불가피하다.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시장의 힘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당연하다.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힘을 발휘하는 철강사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 철강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범위는 산업구조조정, 시장구조조정, 기업구조조정 3가지로 정리된다. 이중 산업구조조정은 이미 앞에서 설명한 내용이다.

시장구조조정은 바람직한 경쟁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한 나라 철강산업 경쟁력은 상당부문 시장구조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의 경쟁구도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 포스코 독점적 시장구조의 선택이 한국경제에 얼마나 유용했던가는 차치하더라도 지금 만들어진 포스코, 현대제철의 복점적 경쟁구도가 잘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구조조정은 개별 철강사 구조조정으로 현실에서 우리가 자주 접하는 구조조정 과정이다. 현실적으로는 기업구조조정이 잘 돼야 산업경쟁력이 회복된다. 경쟁력이 없는 철강사가 계속 시장에 남아있으면 산업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함으로써 반드시 퇴출돼야하는 철강사부터 먼저 퇴출됨으로써 산업전반에 부담을 줄여주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철강산업의 연착륙도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기업구조조정이 너무 빠르게 추진되면 철강산업이 경착륙이 우려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