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명수<br /><br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세상은 거짓·분노·악으로 물들어 있다. 그런 세상의 거짓·분노·악을 다른 거짓·분노·악이 덮어버리려는 그악스런 힘이 득세하는 지금, 이 순간에 톨스토이를 호명하며 호출해내고자 한다.

톨스토이는 `도덕적 기획`을 통해, `그리스도의 교훈 전파`를 통해 자신이 구축한 `완결된 세계`에서 살고자 했다. `영혼의 혁명을 위한 겨자씨`를 뿌리며 `농촌 유토피아`를 꿈꾸던 톨스토이에게 `1905년 제 1차 러시아 혁명`은 그를 `이해할 수 없는, 낯설고, 적대적인 미래`로 내몰았다. `1905년 제1차 러시아 혁명`에 대한 그의 시각은 자신의 후기 작품들인 `부활`(1889-1899)과 `신적인 것, 인간적인 것`(1906)에서 `혁명가의 형상 묘사`로 표현된다.

동시대의 삶과 한 세기의 새로운 삶에 개입하는 작품 `부활`을 통해 톨스토이는 당대 사회에 집적된 모든 모순과 그 모순의 발전에 대해 묘사한다. 그래서 `부활`은 129개 장(章) 가운데 25개 장만 검열을 통과했다. 이런 측면은 `러시아 혁명의 거울로서의 톨스토이`를 반영한다. 저자는 카츄사를 통해 네흘류도프를 비추면서 그 주변의 사람들(재판정의 모든 구성원, 주지사, 상류사회의 친구들과 여인들)까지도 비춘다. 종국에는 네흘류도프를 둘러싼 세계의 거짓과 위선, 부활과 갱생에 이를 수 없는 이들의 실상을 폭로한다.

한편 `부활`에서는 `1905년 제1차 러시아 혁명`이 앞으로 보여줄 폭력적 양상과 그 혁명의 중심에 서 있는 혁명가들의 본성을 꿰뚫는 `예언자 톨스토이`의 진면목도 드러난다. 톨스토이는 `혁명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의 폭력성`을 미리 경고하는 한편으로, 권력의 재배열·재배치가 아닌 인간행동과 기질의 근본적인 변화를 갈구했다. 그래서 그는 `아나키즘에 대하여`(1900)에서 “단 하나의 영구적 혁명이 있을 뿐이다. 바로 도덕적 혁명, `영혼의 갱생`이다”라는 관념을 표출한다.

혁명가 레닌은 `러시아 혁명의 거울로서의 톨스토이`와 `그리스도에게 사로잡힌 지주로서의 톨스토이`를 모두 목격했다. 그는 `두 얼굴의 톨스토이`에게서 나타나는 그 간극을 결코 좁힐 수가 없었다.

혁명가-권력가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민중을 방패로 내세우고 저당물로 이용하기 시작했을 때, 톨스토이의 관념과 사상은 더 설득력을 얻게 되었고,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톨스토이의 인간에 대한 웅숭깊은 이해와 권력에 대한 예리한 시선과 국가와 폭력의 관계에 대한 통찰은 `신적인 것, 인간적인 것`에서 다시 변주된다.

`혁명의 시대`에 소송을 제기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의사 지바고`에서 주인공 지바고의 입을 빌어 “오직 선을 통해서만 우리는 최고의 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파한다. 톨스토이와 파스테르나크는 자연과 역사에 관계된 유기체적 인간의 본질을 넓은 시야로 응시했기에, 혁명가-권력가들의 시야에 포착되지 않는 세계에 존재하는 사랑과 미의 지고함을 볼 수 있었다.

이웃에 대한 사랑과 비폭력을 주창하는 톨스토이의 사상은 간디, 마르틴 루터 킹 목사, 넬슨 만델라로 이어지고 레지스탕스 출신 외교관인 스테판 에셀을 통해 재조명된다. 그는 `우리의 미래는 비폭력의 시대이자 다양한 문화가 서로 화해하는 시대`라고 언급하면서, 폭력이라는 악의 악순환을 경계한다.

거짓·분노·악으로 물든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흙수저론`, `7포 세대`, `헬조선`이라는 말이 떠도는 시공간을 사는 우리에게, 톨스토이는 `공생공락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혁명가-권력가가 아닌 우리 자신이 그 화두를 붙잡고 함께 고민하는 그 순간이 `톨스토이의 현대성`이 작동하는 순간이다. 톨스토이의 사상이 제도화 되고 정치적·사회적·문화적 의사표현으로 나타나서 `全지구적 연대의식`을 강화되는 기폭제가 되길 희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