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추억의 맛 부대찌개 한 냄비
아련한 추억의 맛 부대찌개 한 냄비
  • 김혜영기자
  • 등록일 2015.12.21 02:01
  • 게재일 2015.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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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순례
해도동 `김여사 부대찌개`

▲ 포항 남구 해도동의 해도신협 인근에 위치한 김여사부대찌개 식당.

가히 추억의 위력이라 할만하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황금시간대, TV앞에 모인 사람들에게 추억을 판다.

17년 전으로 되돌아간 시청자들은 스마트폰과 페이스북,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 열광한다. 과거의 기억이 상품으로 통하는 세상이다.

추억은 맛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특별한 요리가 아니더라도 당시 분위기와 상황이 미각을 자극해 맛을 결정짓는 경우다.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던 음식에 길들여진 남편이 `엄마가 해주던 맛이 아니다`며 아내를 괴롭히는 것도 추억의 책임이다. 실제로 어머니의 손맛이 뛰어날 수도 있지만, 솔직히 모든 엄마들의 음식솜씨가 좋은 것은 아니기에 맛 보다는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의 탓이 크다.

흔히 가정에서 만들어먹는 김치찌개와는 달리 부대찌개는 주로 밖에서 사먹는 외식메뉴로 꼽힌다.

덕분에 누구와 언제, 어디서 등 6하원칙에 근거한 추억팔이 요리로 각인되기 쉽다. 유명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수많은 부대찌개 식당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남구 해도동의 `김여사부대찌개`는 특별한 국물 맛으로 아련한 추억을 새긴다.

 

▲ 김치로 육수를 우려내 맑고 시원한 국물 맛이 특징인 부대찌개.
▲ 김치로 육수를 우려내 맑고 시원한 국물 맛이 특징인 부대찌개.

이 집 부대찌개의 출발점은 김치다. 국내산 배추에 고춧가루와 비법양념을 버무려 만든 김치로 국물 맛을 내는 것이다. 큰 냄비에 햄과 소시지 등을 담고 육수를 부어낸 겉모습은 일반 부대찌개와 별반 다를 게 없지만, 일단 열을 가하고 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육수에 다대기를 풀어 만든 부대찌개는 다진 양념 특유의 텁텁한 뒷맛이 남기 마련인데, 이 집은 특제 양념에 절인 김치에서 우러난 맑고 시원한 국물 맛이 찌개의 풍미를 더한다.

여기다 각종 식재료로 무장한 냄비는 다양함으로 넘친다. 우선 센 불로 빠르게 끓인 다음 약한 불에 햄과 소시지, 양파 등 각 재료가 지닌 고유의 맛이 국물에 배이도록 자작하게 졸이면 된다. 대접에 담긴 쌀밥에다가 찌개 속 건더기를 한 국자 크게 떠넣어 비벼 먹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맛을 즐기는 법.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국물 맛은 숟가락질의 경쾌함까지 부추긴다. 정갈하게 차려진 반찬도 부대찌개와 호흡을 맞춘다. 국물의 얼큰함을 달래주는 콩나물무침부터 찌개 건더기와 잘 어울리는 두부조림까지 식단궁합을 자랑한다.

마지막으로 국물 바짝 졸여진 냄비에 육수를 추가하고 라면사리를 넣어 끓이면 푸짐한 2차전으로 한상의 피날레가 장식된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부대찌개 재료만큼이나 다양하다. 하루 일과를 마친 일용직 근로자들은 소주잔을 기울이며 식사 겸 안주삼아 찌개를 나눠먹고, 할머니와 손자 등 3대가 모인 가족은 햄과 소시지를 나누며 서로를 챙긴다. 함께 온 이들이 많을 때에는 이 집의 스페셜부대 메뉴를 추천한다. 수제소시지를 통째로 넣고 다진 돼지고기와 치즈를 얹어 보다 풍성한 재료로 푸짐한 식사를 하기에 제격이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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