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탈공업화 극복 `항만·도심재생부터`

▲ 각종 수변시설과 컨테이너항의 조화로 항만 리모델링의 모범이 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시 산페드로항. 멀리 롱비치항으로 연결되는 빈센트 토마스교와 퇴역 군함이 보인다.
▲ 각종 수변시설과 컨테이너항의 조화로 항만 리모델링의 모범이 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시 산페드로항. 멀리 롱비치항으로 연결되는 빈센트 토마스교와 퇴역 군함이 보인다.

포항도 대부분의 중·대규모 국내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70~80년대 집중된 급격한 도시 팽창과 기형적 발전을 겪었다. 최근에는 외곽지를 개발하는 도시 `스프롤링(sprawling, 무분별 팽창) 현상`의 격심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노후 항만도 재개발사업의 완성도에 따라 대구경북에서 포항에만 유일한 자원으로서 주민들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관광자원으로 황금알을 낳을 수도 있다. 이번 미국 동부지역과 부산, 창원 등 국내외 취재는 포항의 위기를 절감하고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美, 기업 막강자본·엄격한 市 규제로 도심개발 `시민 품으로`
포항 도시재생委 행보 지지부진… `민자 기피증` 벗어나야

글싣는 순서

① 해양형 창조도시 모델 개발해야
② 부산 미래 100년의 새 엔진, 북항 재개발
③ `퍼블릭 억세스`의 힘, 미국 서부 항만
④ 민간사업자가 꽃 피운 LA 복합단지
⑤ 위기극복, 민관(民官)협력이 성공열쇠

△ 재생사업의 핵심은 `시민`

포항은 지난 2013년 7월 전국에서 비교적 빨리 도시재생위원회가 결성됐지만 시의 전담 부서가 지난 1월에야 구성되고 주민협의체도 아직 발족하지 못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시민의 낮은 자발성과 빈약한 민관 협력은 오랜 기간 토대를 다져온 선진국들의 시민사회계와 달리 도시재생 부문에서도 거버넌스(협치)를 막는 요인이다.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확인한 도심 및 항만 재생사업의 핵심이 시민임은 명확했다. LA의 산페드로항은 컨테이너부두를 개발해 마리나항과 레스토랑 등 주민친화시설로도 활용하고 있었다. 건너편 롱비치항도 `제럴드 데스몬드 브리지`를 교체하는 야심찬 사업을 마치면 물동량이 30% 증가하고 관광명소로도 기대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LA 항만 발전의 여파로 인한 50여개의 황폐한 피어(pier)를 리모델링하기 위해 공공기관과 시민들이 위원회를 만들어 시설의 핵심 개념을 `퍼블릭 어프로치`(public approach), 즉 공공의 접근성을 보장하는데 맞췄다. 이는 부산시가 미래를 걸고 있는 북항 재개발에도 도입돼 시민의 접근을 막았던 컨테이너 부두를 돌려주겠다는 계획이다.

 

▲ 학생 수 급감으로 부지 활용 방안을 놓고 관심이 뜨거운 중앙초등학교 인근의 육거리 일대 포항의 간선도로가 오후 1시 무렵임에도 차량과 행인의 통행이 뜸해 도심황폐화의 단면이 되고 있다.
▲ 학생 수 급감으로 부지 활용 방안을 놓고 관심이 뜨거운 중앙초등학교 인근의 육거리 일대 포항의 간선도로가 오후 1시 무렵임에도 차량과 행인의 통행이 뜸해 도심황폐화의 단면이 되고 있다.

△ `관치` 잡아야 민간투자 활성화

LA 도심의 슬럼가를 개발해 도심을 활성화하고 전세계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는 `LA라이브`(Live).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리는 NBA 경기 중계 등으로 전세계에 알려져 1천500만명이 찾는 등 이곳은 민간자본에 의한 도심복합개발의 대표적 성공사례이다. 미국의 공공기관은 이처럼 민간사업자의 막강한 자본과 추진력을 과감히 정책에 내화(內化)하되 감독과 규제는 엄격히 해 그 결과가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실용주의를 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수년사이 구도심 내 노후공간들이 골칫거리가 되자 서울시를 필두로 대규모 상업지역에 민간투자자를 참여시켜 인파를 불러모으는 집심효과(集心-)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대표적 예인 영등포역 앞 타임스퀘어는 구로공단 주변의 술집과 사창가 등 변두리의 대명사격인 이 일대 이미지를 깨끗이 바꿔놓으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인접한 대구도 동대구역을 신세계가 복합환승센터와 쇼핑몰로 새롭게 단장하면 경북동해안 지역민의 소비문화에 까지 일대 변동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유독 포항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북구 두호동의 슬럼가에 1천400억여원을 투입한 사업자가 판매시설을 준공하고도 포항시의 눈치만 보고 있다.

하루 2~3만여명이 왕래하는 포항시외터미널은 도심은 물론 KTX포항역과도 1km 떨어진 흥해읍 성곡리 이전을 고집하는 시 정책에 가로막혀 비가 새는 흉물이 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규제개혁을 위해 노후 터미널의 입주 업종 제한을 푼 상황에서 사업자가 복합환승터미널에 호텔과 컨벤션센터 유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포항시는 요지부동이다.

구자문 한동대학교 교수는 “민자사업을 특혜로 간주하는 관치(官治)의 장벽으로 인해 울산 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대구와 울산, 부산 등으로 포항자본의 유출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강덕시장이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시 관료들의 유별난 민자(民資) 기피증을 혁파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안병국(포항시의회 의원)
▲ 안병국(포항시의회 의원)
포항시 도시재생정책 제안
안병국(포항시의회 의원)

전담부서 강화·주민협의체 구성 급선무
도시 생활권역별 사업 노하우 파급돼야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시행되면서 포항시는 올해초 조직 개편을 통해 전담부서인 도시재생과를 신설해 운영 중이다. 이에 따라 필자가 의원발의한 포항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돼 현재 시행 중이다. 도시재생과의 업무 기간은 아직 1년여에 불과하다. 이를 전제로 두고 포항시의회 건설도시위원회 위원으로서 신설 부서의 업무 성과를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포항시는 관련 법률의 체계 등에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관련 부서 간 협업이 아직 원활하지 않은 편이다. 또 전문 인력 부족에 따른 전담부서의 자신감도 떨어지는 분위기다.

경쟁이 치열한 도시재생 선도지역 선정과 관련, 국토부의 심사 기준이 도시재생활성화 계획이 수립된 시·군이 대상임에도 포항시는 아직 용역을 진행하고 있어 2016년 신청에 차질이 우려된다.

기획력도 보강해야 한다. 포항시는 그동안 공모를 통해 이미 확보한 예산으로 기존 사업을 진행하는데만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원도심 가로경관 개선사업, 범죄예방 마을 만들기, 수변공간 폴리사업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도시재생의 기본 원칙인 민·관·학의 협업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주민협의체 구성도 늦춰지고 있다. 이는 도시재생 전략적 계획과 활성화계획 수립 후 선도지역 신청 시 심사 및 평가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이기도 하다. 최근 도시재생과도 이점을 인식해 협의체를 곧 출범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 창원시의 대형 아파트단지와 특급호텔 앞에 건립된 복합쇼핑몰 `시티7`은 민간사업자의 투자가 시민들의 명소는 물론 도심 관광자원을 창조한 사례이다.
▲ 창원시의 대형 아파트단지와 특급호텔 앞에 건립된 복합쇼핑몰 `시티7`은 민간사업자의 투자가 시민들의 명소는 물론 도심 관광자원을 창조한 사례이다.

주민협의체의 구역 설정도 중요한 문제이다.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하기 위한 기존 건물의 리모델링 등을 위해서는 주택재생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또 상가재생협의체는 도로를 기준으로 구분하되 상점을 특성화 할 수 있도록 구역을 나눠야 한다. 이는 상인들의 동질성과 협동성을 통해 마을기업을 만들 경우 중요한 토대가 된다. 예를 들어 중앙상가는 4개 구역으로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 죽도시장구역과 북부시장구역, 옛 아카데미극장 상업구역과 불종로거리구역, 동빈내항 옛 엔진수리공장구역, 대흥동과 덕수동 주택구역 등이다. 이를 통해 고유 영역별로 나누어진 주민협의체는 스스로 △업종 특화 △상가 전면(파사드) 변경 △컬러풀한 도로와 벽면의 조형물 설치 등 다양한 아이디어와 요구를 도시재생센터에 제시하고 대안을 의뢰해야 한다. 이후 센터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예산 확보에 노력한 뒤 주민과 함께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주민과 함께 노력해 얻어진 사업 노하우는 체계적 기록을 통해 포항시 도시기본계획에서 권역별로 나누어진 북부생활권, 남부생활권 등 부도심 별로 파급되도록 해야 한다. 파급효과야 말로 가장 핵심이 되는 도심재생사업의 목표요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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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의 취재지원을 받았습니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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