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저모

▲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서 유가족과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참석자들이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추도사를 경청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양승태 대법원장, 정의화 국회의장,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여사, 김윤옥 여사와 이명박 전 대통령, 황교안 총리, 부인 손명순 여사, 장남 은철(모자 쓴 사람)씨, 차남 현철씨, 장녀 혜영씨, 차녀 혜경씨, 삼녀 혜숙씨. /연합뉴스

김영삼 전 대통령이 26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엄수된 국가장(國家裝) 영결식을 마지막으로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부인 손명순 여사와 차남 현철씨 등 유가족,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헌법기관장, 주한 외교사절, 각계 대표와 시민 등 7천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유지를 기리고 영면을 기원했다. 영결식은 국기에 대한 경례와 묵념, 고인의 약력 보고에 이어 장례위원장인 황교안 국무총리의 조사와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추도사 낭독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화합과 통합의 길 노력한 분”
4대종단서 장례 의식 치러

●…영결식에는 기독교를 비롯해 불교와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단의 종교의식이 진행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기독교 장로였지만, 장례위원회 관계자는 “고인의 종교가 기독교지만 국가장(葬)으로 치러지는 행사여서 4대 종단의식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날 영결식에서 모든 종교 대표자들은 YS를 화합과 통합의 상징으로 꼽았다.

사랑의 교회 오전현 담임 목사는 “자신의 몸을 던져 자유민주주의 문을 열었던 고인의 일생은 이제 조국의 미래를 여는 거룩한 유산이 됐다”며 “우리 사회의 거친 냉소주의와 차가운 비관주의를 뚫고 생명의 낙관주의를 회복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불교 의식을 주관한 대한불교 조계종 의례위원인 화암스님은 “김영삼 제14대 대통령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불교의 화두인 대도무문을 노래부르시며 일생을 살아오셨다”며 “극락왕생(極往生) 하시길 발원한다”며 불교 경전인 반야심경을 독송했다.

이어 한국 천주교 주교의회 사무총장 최기산 주교가 집전한 천주교 의식에서 최 주교는 “고인은 상생과 통합의 길을 가고자 노력했다”며 “(고인을)모든 사슬에서 해방시켜 영원한 안식으로 이끌어 달라”고 빌었다. 또 “슬픔도, 울부짖음도, 괴로움도 없는 그곳에서 평화와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라고도 했다.

원불교의 황도국 교무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온몸으로 부정부패와 싸우고, 봉합과 화합 대의의 정치를 통해 하나의 대한민국을 건설하는데 앞장섰다”며 “이생의 모든 짐을 내려 놓고 평안히 쉬시라”고 했다.

생전영상 상영땐 곳곳서 오열
장남 은철씨 모습 보이기도

●…이날 영결식에서는 유독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추도사 후 고인의 영정 앞에 분향하면서 떨리는 손을 가누지 못하고 흐느꼈다.

고인의 생전영상이 상영되면서 고인에 대한 추모 분위기는 정점으로 치달았다. 특히 고인이 박정희 유신독재에 투쟁하며 내뱉은, “아무리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1985년 전두환 정권에서 가택연금 당시 경찰앞에서 “날 감금할 수는 있어. 이런 식으로 힘으로 막을 순 있어. 그러나 내가 가려고 하는 민주주의의 길은 말이야, 내 양심은, 마음은 전두환이 빼앗지는 못해” 라는 고인의 육성 녹음이 흘러나올 땐, 영결식장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차남 현철씨는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손수건에 얼굴을 묻고 오열했다. 이날 영결식에서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장남 은철씨가 언론에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장에서도 언론을 비롯 주요 인사들도 은철씨의 생김새를 몰라 유가족이 은철씨를 안내하기도 했다.

추모곡 `청산에 살리라`
83세 생일때도 불려져

●…이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추모곡으로 `청산에 살리라`가 합창됐다. 이날 오후 2시부터 1시간 20분간 거행된 영결식에서 바리톤 고성현 한양대 교수와 국립합창단, 구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함께 `청산에 살리라`를 불렀다.

유족이 추모곡으로 선택한 이 노래는 2010년 김 전 대통령이 자신의 83번째 생일잔치에서 `축하노래`로 요청했을 만큼 평소 좋아하던 곡으로 알려졌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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