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론 부부는 이 돈으로 `페론주의`를 만들었다. 노동자, 여성, 빈민에게는 모든 것이 무료였다. 재난을 당한 주변 여러 나라에 아낌 없는 지원도 했다. 매일 매일이 `막 퍼준데이`였다. 당시 패전국이었던 일본도 페론의 돈을 얻어 썼다. `페론병원`이라 써붙인 진료차를 전국에 돌려 무료진료를 했다. 이를 주도한 사람이 아내 에바 페론이었고, 그녀는 `가난한 자들의 성녀`가 되더니 곧 `아르헨티나의 구세주`로 불리었다. `에바 자서전`을 스페인어 교재로 썼고, 초등학교는 매주 페론 부부를 찬양하는 글짓기를 했다.
에바 페론은 유방암으로 8년후 세상을 떴고, 후안 페론은 12년 집권을 끝으로 물러났지만, `페론주의`는 깊은 뿌리를 내렸고, 그것이 결국 나라경제를 거덜내면서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이달 23일에 치러진 대선에서 아르헨티나는 “페론주의와의 결별`을 고했다. `우파 대통령`을 뽑은 것이다. 노동자들도 기업인 출신의 마크리(56) 후보를 찍었다. 가난은 깊어가고 일자리는 줄어들다가 마침내 굶주림만 남은 포퓰리즘 정책을 더 이상 참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당선자는 자동차회사 사장도 했고,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도 지낸 `경영인 겸 행정가`였고, 이번 대선에서 “바꾸자!”란 단 한 마디 구호로 승리했다. 인기영합주의를 종식시켜 `공짜의식`을 없애고, 자유무역을 확대하는 개혁 개방의 길을 간다. 중남미에 우풍(右風)이 거세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