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前 대통령 포항 분향소 찾은 최기영 씨
대통령 지시로 학도의용군 기념관 건립 인연
청와대 답신 보낸지 10여일 만에 전격 추진

▲ 최기영 대한민국 학도의용군 전우회 수석고문이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서신을 손에 들고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김영삼 전 대통령은) 후손들에게 나라사랑 정신을 고취하고 호국안보의식 함양을 위한 장소를 마련해 준 고마운 분입니다.”

지난 22일 88세를 일기로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애도의 물결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김 전 대통령과 학도의용군의 특별한 인연이 뒤늦게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최기영(84) 대한민국 학도의용군 전우회 수석고문은 24일 본지를 통해 이와 관련된 일화를 밝혔다.

6·25전쟁 당시 학도의용군으로서 포항 천마산·도음산·안강·기계전투 등에 참전한 최 고문은 김 전 대통령의 재직시절인 1996년 6월 6일 청와대로부터 서신 한 부를 받았다.

휴전 이후 1957년 8월 11일 포항시 북구 용흥동 탑산에 세워진 학도의용군 충혼탑 주변을 30년 넘게 지키며 `탑지기`역할을 묵묵히 수행한 그의 이야기에 감명받은 김 전 대통령이 현충일을 맞아 감사인사와 함께 국정 운영에 관한 의견을 묻는 편지를 보낸 것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편지를 통해 “최 고문과 같은 국가유공자들의 고귀한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립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달하며 “국정 운영에 관한 최 고문의 아낌없는 고견을 듣고자 한다. 보내주신 의견은 겸허히 받아들여 국정에 반영토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처럼 특별한 관심은 6·25전쟁 당시 임시수도인 부산으로 내려와 학도의용군으로 입대, 국방부 정훈국 대북방송 담당요원으로 활동했던 김 전 대통령의 경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 고문은 이로부터 20일 뒤인 같은해 6월 26일 김 전 대통령에게 답신을 보내 전국 유일의 학도의용군 충혼탑이 있는 포항에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을 건립해달라고 요청했다.

편지에는 “이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살신성인한 학도의용군의 얼이 담긴 이곳(포항)을 성역화하는데 도움을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과 “이를 위해 충혼탑 인근에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을 건립한다면 후손들에게 투철한 국가관과 충효사상을 일깨워주는 산 교육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이 담겨있다.

김 전 대통령은 이 편지를 받은 뒤 즉각 관련 부처에 전승기념관 건립을 지시했고 최 고문은 불과 10여일만인 7월 9일 국가보훈처로부터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답신을 받았다.

이렇듯 포항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은 김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국비 6억원, 지방비 10억원 등 총 사업비 16억원이 투입돼 사업추진 6년만인 2002년 9월 16일 정식 개관했다.

최 고문은 은인이나 다름없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빈소인 서울대병원에 한달음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고령으로 인해 포항시가 포항문화예술회관에 마련한 분향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

최기영 고문은 “오늘날 젊은 청년들에게 국가 안보에 대한 교육을 펼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한 은인과도 같은 분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에 참으로 애통한 마음이다”며 “그가 남긴 소중한 유산을 활용해 후손들에게 투철한 국가관과 충효사상을 일깨울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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