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명수<br /><br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북한이 나선(나진·선봉)경제특구 종합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개혁·개방 실험에 나섰다. 나선경제특구에 18조원을 투자하는 이 계획으로 시장화(市場化)와 개방화 초기단계에 있는 북한에 본격적인 경제개방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북한은 9개 국어로 서비스되는 공식 포털사이트인 `내나라`에 나선경제특구 투자관련 50여 법규를 실으면서 산업구·관광지 개발 대상, 세금정책, 투자정책, 기업창설 절차 등 7개 분야의 구체적 계획을 공개했다. 특히 주목할 내용은 산업구 개발 대상 9군데 중 하나인 나진항물류산업구(8㎢)를 조성해 해상수송과 중계무역을 발전시키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화된 부두와 상하선 시설, 보세구역 등을 갖춘 종합물류산업구를 만든다. 또한 두만강개발구(0.15㎢) 경공업구를 건설해 방직, 신발, 식료가공, 일용공업품 등을 생산해 물류기지로 조성하기로 한 것도 눈에 띤다. 관광지 개발 대상 10군데 중 하나인 비파섬생태관광구(2㎢)는 바닷가 관광, 회의, 전시장, 휴식, 오락, 해수욕 등을 할 수 있는 관광지구로 건설할 계획이다. 또한 신해국제회의구(6.2㎢)를 건설해 각종 국제회의를 유치하면서, 거북선의 해상전투 장면을 형상화한 관광상품도 개발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나선경제특구 종합개발계획에서 물류·관광, MICE 산업 등의 계획이 중국과 러시아 등 인접국가의 수요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북한의 내수시장까지도 염두에 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이라는 평가와 함께, 북한의 본격적 개방으로 이어지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한편 중국의 개혁·개방을 모방한 나선경제특구의 파격 실험은 외국인 투자가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을 가능성이 커서, 성공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견해도 있다. 북·중, 북·러 합영투자 외에는 외국인 투자가 없는데다, 북핵 문제 등으로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시각이 상존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둠 속에서 서광을 읽고자 함은, 북한이 남북 간 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을 26일 판문점에서 갖자고 20일에 제의했고, 우리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는 점이다. 북한이 `핵·경제 병진 전략`에 변화를 보이면서 대외관계 개선 쪽으로 방향을 튼다면, 어떤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북한은 박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과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매년 630억 달러 수요가 예상되는 동북아지역 인프라 투자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힌 걸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대한민국호 입장에서는 나선경제특구 종합개발계획과 나진·하산 물류사업이야말로 남북한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사업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나진항을 거점으로 산업구들이 조성되고 나진·하산 물류사업이 본격적으로 가동된다면 경제성 확보 차원을 넘어 남북한 신뢰회복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포항호 입장에서는 나진·하산 물류사업의 본계약이 체결되고, 나진항물류산업구 조성으로 해상 수송과 중계무역이 활성화되길 고대한다. 두만강 개발구도 조성돼 훈춘~나진항~포항영일만항 항로가 속히 개설되길 원한다.

남북한이 협상모드로 전환해 남북대화로 서로가 실리확보에 나서는 형국이 조성돼, 이러한 염원들이 현실화 되었으면 좋겠다. 공포정치로 정권을 유지하는 김정은 체제가 인민의 삶을 위해 핵을 포기하고 개방과 협력의 길로 나오기만 한다면, 대한민국호는 나선경제특구에 제2, 제3의 개성공단이 만들어지도록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여겨진다.

포항호 미래100년 먹거리 창출의 핵심인 물류산업육성과 해양관광산업육성은 나선경제특구 종합개발계획과 나진·하산 물류사업과도 연관성이 있다.

향후 나진항에서 포항영일만항으로 다양한 물자가 수출입 되고, 포항영일만항 국제여객부두에서 나진항으로 가서 북한을 자유롭게 둘러보고 훈춘이나 하산으로 넘어가는 그날을 미리 그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