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한 친구가 오랜만에 저녁이나 하자며 양덕동 우리 아파트 후문 앞에 오후 6시 30분까지 도착할 것이라고 전화를 해왔다. 하지만 퇴근시간이라서인지 7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평소 도심에서 20분 걸리는 거리를 1시간도 넘게 걸린 것이다.

교통체증에 의한 운전자들의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지만, 하루 30분의 시간낭비가 1년이면 183시간이 되고, 평생을 80년으로 보면 1만4천640시간이 된다. 이를 53만 포항시의 인구로 곱해보면 총체적으로 어마어마한 시간의 낭비이고, 이를 경제활동으로 계산한다면 엄청난 금액이 될 것이다.

서울에서 이 정도의 체증은 일상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포항은 중소도시가 아닌가? 도시가 좀 더 체계적으로 개발되고, 공공교통이 발전되면 이러한 교통체증이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어제 차가 심하게 막혔던 곳은 사격장 앞에서 나루끝, 그리고 창포사거리에서 장량동으로 넘어오는 고개라고 하는데, 필자도 이 정체구간들을 잘 알고 있다. 한곳은 7번 국도와 장량동 방향 도로가 분리되기에, 또 한곳은 겨울에 차가 미끄러지기도 하는 언덕배기인데다가 그 너머에 위치한 인구 많은 장량동 입구의 사거리가 신호등으로 길게 정체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포스코 인근, 대잠동 인근 7번 국도 등 막히는 곳이 많다. 흥해지역의 경우에도 앞으로 7번 국도 인근에 대규모 주거단지가 계획되어 있는데, 모두 건설되었을 때 교통량을 제대로 잘 소화할 수 있을지 심각히 대비해야 할 것이며, 도시기본계획에서나 건설허가과정에서 좀더 압축적인 도시구조가 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도시가 건설되려면 전반적인 도시의 구조와 토지이용이 환경친화적이면서도 효율적일 수 있도록 계획되어야 한다. 효율적이고 압축적인 토지이용과 공공교통체계가 필요함은 당연하다. 물론 모든 이들이 공공교통을 이용할 수 없고 너무 밀집된 주거만을 고집하기는 힘들 수도 있으나, 밀집된 집합주거와 압축도시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현대도시의 특징이 되어가고 있다.

미국의 중소도시들을 다녀보면, 도시화 면적의 30~40%가 공원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은 도심 밖 그린벨트를 제외한 도심 내의 공원면적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이는 계획된 도시이니 가능한 일일 것이나 오래된 유럽의 도시들도 우리나라의 도시들과는 다른 여유로움이 있다. 도심공원이 있고 가로수가 풍성하다. 도심에 분수가 있고 광장이 있다.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것은 KTX이다. 주중에 포항역에서 서울행 KTX를 타려니 오후 2시 출발이고 다음이 5시였다. 그리고 7시와 10시 출발로 되어 있었다. 하행선도 마찬가지 간격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물론 승객 수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지만,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서 문제가 크다고 본다. 물론 승객수가 어떠한지도 지속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현재 포항역으로는 KTX만이 아니고 동대구행 무궁화호도 다니고 있다. 장차 영일만항으로 화물열차가 다닐 것이고, 2017년에 일반철도인 동해선이 영덕까지 완공되고, 추후 삼척과 강릉까지 연결되면 포항역은 매우 혼잡해 질 것이다. 이에 대비한 포항역과 역세권 개발이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또한 포항역과 연결되는 포항시 각 거점별 발전계획의 수립도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얼마 전 포항시의 심포지엄에서 제안하기도 했었지만, 경전철이나 트램으로 포항역에서 장량동-환호동-영일만해수욕장-죽도시장-포항운하-효자동을 연결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도심재생과 교통시설은 정부과제에서는 별개의 항목일 수 있지만, 도시발전을 위해서는 함께 결합되어야 할 주요 요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