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탈공업화 극복 `항만·도심재생부터`

▲ 미국 LA의 유명 부동산개발사업가인 릭 J. 카루소가 개발한 글렌데일시의 `아메리카나`(Americana at Brand)는 이제 국내외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국제적 명소로 부상했다.

외곽지 위주로 팽창을 거듭해온 도시개발의 문제점은 지금 한국에도 엄청난 정책적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수백억의 국가예산을 들여 전국에서 도시재생선도지역을 지정하고 있지만 `언발에 오줌 누기`식으로 실질적 성과를 내기는 요원해 보인다. 한국적도시재생사업 수립의 필요성이 높지만 그만큼 중앙과 지방의 관 주도형 위주의 체질 개선은 심각한 고민꺼리가 되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제시해온 대안인 민간 부문을 포함해 도시재생디벨로퍼 육성과 국공유지 활용, 규제완화와 공공부문 관행개선 등 민간참여 활성화는 중요한 과제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로스앤젤레스시와 글렌데일시에서 민간기업의 주도를 통한 복합쇼핑몰 개발 등 도심재생의 선도 사례를 점검해본다.

이번 해외 취재를 통해 선진국들이 시장환경에 발 빠른 기업을 어떻게 참여시켜 도심에 주민들을 소비자로서 불러모으고 국내외 관광지로 활용해 도심의 가치를 높이는지 재확인할 수 있었다.

슬럼가였던 도심, `LA라이브`로 환골탈태
도시계획 입안초기부터 민간 적극 참여
한국 정부·지자체, 의식전환 시급한 실정

글싣는 순서

① 해양형 창조도시 모델 개발해야
② 부산 미래 100년의 새 엔진, 북항 재개발
③ `퍼블릭 억세스`의 힘, 미국 서부 항만
④ 민간사업자가 꽃 피운 LA 복합단지
⑤ 위기극복, 민관(民官)협력이 성공열쇠

△슬럼에서 명소로 변한 `LA 라이브`

LA의 도심에는 다저스팀의 야구선수 류현진이 구입해 더 유명해진 럭셔리 콘도 `리츠칼튼 레지던스 앳 LA라이브`가 있다.

2베드룸 규모가 200만달러에 가까운 이 고급주택은 `LA라이브`(Live)로 통칭되는 다운타운 엔터테인먼트 지구에 자리잡고 있다. 콘도 거주자는 스포츠·엔터테인먼트사로서 개발사업자인 AEG가 제공하는 티켓으로 바로 옆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리는 LA레이커스 등의 스포츠 경기를 VIP박스에서 이웃들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특혜를 받는다.

하지만 2005년까지 LA 도심은 대낮에도 사람들이 찾기를 꺼렸다. 관광객들은 헐리우드나 디즈니랜드 같은 LA 교외만 보고 다운타운에는 들르지 않았다.

보고 즐길 게 없는 데다 슬럼가여서 치안도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AEG는 과감하게 도심 한복판에 LA라이브를 개발해 죽었던 도심을 되살려냈다. AEG는 스테이플스센터로 몰려드는 스포츠팬을 하루 종일 묶어둘 수 있는 기능을 찾았는데 바로 엔터테인먼트였다. 미국도시연구소(Urban Land Institute)의 조셉 브라운 단장은 “LA 라이브는 다운타운을 24시간 깨어 있는 명소로 만들어 도시 이미지까지 바꾸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의 투자 비용은 25억달러(2조7천억여원). 땅과 스테이플스센터는 AEG 소유였고, 원래부터 주민이 살지 않아 토지 보상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 없어 슬럼가였던 LA 도심이 이로 인해 연간 1천500만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미국도시연구소는 LA라이브를 `도심 복합개발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선정했다. 이 사업의 성공 비결은 콘텐츠다. AEG 측도 `오로지 LA만 할 수 있는 차별화된 프로그램 전략이 성공 요인이다`고 홍보하고 있다. 실제로 NBA 경기와 에미상·그래미상 시상식 행사를 보면서 즐길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LA밖에 없으며 LA라이브는 이 같은 장점을 활용했다.

 

▲ LA의 대표적 슬럼가를 개발해 NBA 농구경기가 열리는 스테이플 센터를 포함해 복합엔터테인먼트 쇼핑몰로 자리잡은 `LA 라이브`
▲ LA의 대표적 슬럼가를 개발해 NBA 농구경기가 열리는 스테이플 센터를 포함해 복합엔터테인먼트 쇼핑몰로 자리잡은 `LA 라이브`

△글렌데일시 `아메리카나`

글렌데일시는 로스앤젤레스카운티 가운데 중산층 이상이 주로 거주하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가진 곳으로 손꼽힌다. 이곳의 도심에 개발된 `아메리카나 앳 브랜드`(Americana at Brand)는 대규모 야외 쇼핑몰이다. LA의 사업가인 릭 J. 카루소와 그의 회사인 카루소 어필리에이티드가 건설하고 소유하고 있다. 카루소 어필리에이티드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그루브 앳 파머스 마켓을 비롯해서 수많은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운영해왔다. 아메리카나에는 75개의 상점과 다양한 레스토랑이 입점하고 있다. 패션샵, 레스토랑, 반스앤노블 등 유명 숍이 모여 있으며, 유럽 스타일의 고급스러움과 여유로움이 풍겨난다.

뿐만 아니라 100개의 콘도미니엄과 238개의 아파트도 포함돼 있다. 주변은 글렌데일 다운타운으로 금융가, 사무실, 학교, 도서관, 우체국 등 공공시설과 기관이 모여있는 황금 구역이다. 길 건너에는 노드스톰, 메이시스, 제이씨페니, 타겟 등이 밀집해 있는 대규모 갤러리아 쇼핑몰이 있어 도보 5분으로도 쇼핑을 만끽할 수 있다.

하지만 아메리카나 프로젝트는 4년 동안 글렌데일 지역에 큰 논쟁을 가져왔다. 일부 상인들은 그루브-스타일(라이프스타일 센터)이 브랜드 거리와 글렌데일 갤러리아에 있는 상점들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과도한 개발과 교통문제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인들이 찾는 명소가 돼 확장공사를 할 만큼 국내외의 인기를 끌면서 관광지가 됐다.

△민간사업자 장점 활용해야

미국 서부도시들의 복합개발 사례는 포항을 비롯한 국내 도시들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과도한 규제와 공무원들의 업무관행, 민간개발사업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한다. 현재처럼 과도한 관료주의와 규제가 유지되면 기업체의 투자 의욕은 꺾일 수밖에 없다. 관이 주도하는 도시재생사업의 한계와 예산 부담을 민간에 과감히 넘겨 도심활성화에 새 바람이 필요하다.

LA시청에서 6년 동안 도시계획관과 주택경제분석관을 역임한 한동대 구자문 교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의 지자체는 도시계획의 입안 초기부터 민간을 적극 참여하게 하고 도시개발사업에서도 토지 매입 등에 많은 협조를 한다”면서 “정부와 지자체들의 의식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LA 그리피스천문대의 인기 포토존인 제임스 딘 흉상.
▲ LA 그리피스천문대의 인기 포토존인 제임스 딘 흉상.
LA 조망 명소 `그리피스 천문대`

지역민이 기부한 땅에 공원 건립
제임스 딘 흉상 등 관광명소 인기

로스앤젤레스시와 카운티는 대부분 평지에 위치해 도심의 대형빌딩에 올라가지 않으면 도시 전체를 한눈에 조망하기가 어렵다.

그리피스공원(Griffith Park) 내 헐리우드산(Mount Hollywood) 남쪽의 그리피스천문대는 이 점에서 국제적 관광명소인 동시에 시민들의 휴식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평일에는 주로 가벼운 산행에 나선 시민들로, 주말에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의 발길로 차량 정체가 빚어질 정도이다. 산 정상에 서면 사방에 끝 없이 펼쳐진 LA 일대를 채운 야트막한 건물과 도심 중간의 마천루들의 모습이 한국인에게는 특히 낯설게 느껴진다.

1896년에 지역 유지가 그리피스 부지를 시에 기부해 공원이 세워졌고 1935년 5월에 천문대가 건축됐다.

영화와 TV 시리즈의 촬영지로 자주 이용돼 제임스 딘의 `이유 없는 반항`과 피어스 브로스넌의 `레밍턴 스틸`, `심슨가족 시리즈`(The Simpsons)등이 거쳐갔다.

관광객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장소는 제임스 딘의 흉상이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전세계에 LA와 미국영화를 상징하는 상징물인 `HOLLYWOOD`심볼이 배경에 담기기 때문이다. 인증샷인 셈이다. 대개 LA를 관광한 한국인들은 헐리우드 도심의 코닥극장 앞 계단에서 이 심볼을 찍어가지만 발품을 더 팔면 도심 전체의 모습을 한눈에 바라보고 멋진 사진도 가질 수 있다.

한국교민인 제이슨 박(한국명 박병남·47)씨는 “LA는 도심은 도심대로 민·관 협력을 통한 복합쇼핑몰이 있어 사람을 불러모으고, 그리피스천문대처럼 근교에 있지만 여러 테마를 활용한 휴식처가 있어 더 편안한 삶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의 취재지원을 받았습니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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