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탈공업화 극복 `항만·도심재생부터`

▲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산페드로항은 레스토랑과 수산물시장 등 주민편의시설이 곳곳에 설치돼 시민과 관광객들이 대형 컨테이너선의 입출항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포항은 대구경북에서 유일한 워터프런트 도시이다. 따라서 항만은 포항만이 가진 산업 인프라이다. 하지만 이제 탈공업사회의 확산 대열에 포항이 서서히 편입되면서 상당수 부두는 이제 리모델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와 포항시가 이 재생사업의 목표와 틀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회색 콘크리트의 부두는 주민 삶의 경관을 개선하고 도시에 돈을 불러모으는 관광자원으로 변모해 황금알을 낳은 거위가 될 수 있다. 미국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의 항만은 부산항 재개발의 모델이면서 포항의 항만 재생에도 많은 텍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상점가 조성 등 부두 재개발로
연간 1천만명 관광객 방문 명소
문화시설 겸비한 수변공간 재탄생


글싣는 순서

① 해양형 창조도시 모델 개발해야
② 부산 미래 100년의 새 엔진, 북항 재개발
③ `퍼블릭 억세스`의 힘, 미국 서부 항만
④ 민간사업자가 꽃 피운 LA 복합단지
⑤ 위기극복, 민관(民官)협력이 성공열쇠

△쇠퇴의 부두에서 기회의 부두로

샌프란시스코의 베이브리지에서 피셔맨스워프까지 도시 북부에는 모두 50여개의 피어(pier)가 자리잡아 매년 구름떼 같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순서대로 아라비아 숫자의 이름을 단 피어들은 한때 서부 제1 항만도시의 명성을 상징했었다. 하지만 인근 캘리포니아 남부 로스앤젤레스의 산페드로항과 롱비치항이 발전하면서 1970년대 들어 을씨년스런 퇴물로 전락해 방치됐다.

하지만 1978년 피셔맨스워프에 자리잡은 39번 부두 상부를 재개발해 23개의 레스토랑과 기념품 등을 파는 50여개의 상점을 조성해 관광지로 개발했다. 그 결과 연간 1천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소로 탈바꿈해 1989년에는 미국 3대 집객거점으로 성장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영감을 받고 그 캐릭터를 활용한 레스토랑의 메뉴인 크램차우더는 세계적인 먹거리가 돼 집객 유인력을 과시하고 있다.

시 당국과 민관 기구들은 항만지구를 혼합용도지구로 편성하고 상업과 오락, 레포츠 등의 복합 수용이 가능한 공간으로 구성했다. 부두 양측에는 마리나시설을 조성해 레포츠 활동과 수상 경관도 연출하고 있다.

베이브리지 인근의 피어들은 도심 관광의 자원으로 활용되면서 조깅과 산책, 사교 등 여가문화시설로서 도시의 정주여건 개선에 기여한 경우이다.

역시 노후시설이 그대로 방치돼 있던 피어들은 이제 레스토랑과 각종 수변공간으로 변모, 파리와 런던 등 유럽의 도시들이 강변을 품위 있게 개발한 현장을 방불케 한다. 미국 건축의 실용주의를 상당히 절제하면서 예술성을 강화한 노력이 역력히 확인된다.

1990년대에 집중적으로 리모델링된 이 일대 피어들은 모두 `퍼블릭 억세스`(public access, 공공의 접근권)의 개념을 중심에 두고 기획 및 재개발 조성됐다. 부두 노동자와 선원, 사업가 등 일부 계층이 독점하던 부두를 시민에게 돌려줌으로써 경관을 개선한 덤으로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정부와 `한강 자연성 회복 및 관광자원화 추진방안`을 발표하며 샌프란시스코의 피어와 런던 템즈강 등을 모델로 제시했다.

 

▲ 샌프란시스코의 베이브리지 인근 도심 곳곳에 설치된 낡은 피어(pier)는 항만 재생사업을 통해 뛰어난 경관의 관광지 겸 주민의 휴식처로 탈바꿈했다.
▲ 샌프란시스코의 베이브리지 인근 도심 곳곳에 설치된 낡은 피어(pier)는 항만 재생사업을 통해 뛰어난 경관의 관광지 겸 주민의 휴식처로 탈바꿈했다.

△생활공간이 된 산페드로항

로스앤젤레스의 산페드로항은 아예 처음 조성 당시부터 시민의 여가공간을 포함시킨 선진 항만의 사례이다. 주말에는 여가를 즐기려는 주민들로 넓게 조성된 주차장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이다.

항만 곳곳에는 수변 레스토랑과 수산물시장, 이를 요리해 판매하는 식당, 기념품 판매소, 레저기구 대여점, 마리나항이 조화롭게 자리잡고 있다. 대형 컨테이너선이 입출항하는 항만 주위의 레스토랑에서는 여유 있는 식사와 함께 주말에는 결혼식 피로연이 열린다.

또 인근에는 관광객들과 또 저층 구조의 호텔을 입주시켜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한편 경관도 개선했다.

하지만 건너편 롱비치항의 경우 컨테이너항 위주의 시설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일부 부두에는 낡은 창고건물이 그대로 방치돼 있어 조만간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 레스토랑과 판매시설 등으로 리모델링 된 피어들에는 항구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돼 사업 성과를 홍보하고 있다.
▲ 레스토랑과 판매시설 등으로 리모델링 된 피어들에는 항구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돼 사업 성과를 홍보하고 있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이들 두 항만의 차이는 조성 초기부터 시민들의 접근성을 고려했는지 여부에 따라 경관과 용도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현지 교민인 루시 최(73)여사는 “산페드로항은 시민들의 여가공간이자 관광지로서 사랑을 받고 있다”면서 “지자체 당국과 항만의 관료들이 퍼블릭 억세스를 처음부터 고려해 정책을 시행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인 2세인 로스앤젤레스시의 단 류 항만국장은 “지자체와 해양수산부로 이원화된 한국과 달리 미국은 항만 행정을 지방정부가 담당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주민의 필요와 현지의 특성을 항만 정책에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항만 기능0 산업물류와 함께 주민여가 공간을 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SFAI)`의 입구.
▲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SFAI)`의 입구.

관광·예술 조화시킨 SFAI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

피어 인근 위치해 관광객에 개방
샌프란시스코 자유·개방성 상징

뉴욕과 함께 미국 최고의 여행지로 손꼽히는 샌프란시스코 여행은 모두 피어(pier)와 바다에서 시작과 끝이 이뤄진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리적으로 도시 북쪽 노스비치의 차이나타운과 이탈리안타운을 중심으로 했을 때 위쪽에는 유명 관광지인 피셔맨스 워프가, 반대편에는 피어7 인근의 도심 항만이 대각선으로 위치해 있다.

피셔맨스 워프는 지척에서 바다사자 무리를 지켜볼 수 있는 피어39와 레스토랑, 기념품 판매점이 위치한 세계적인 관광지이다. 또 걸어서 10여분 거리의 러시안힐과 롬바르드거리에는 꽃으로 장식된, 지그재그형의 굽은 차도가 조성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샌프란시스코 `피어7`의 앞 도로면에 설치된 `퍼블릭 억세스`사업 기념 동판.
▲ 샌프란시스코 `피어7`의 앞 도로면에 설치된 `퍼블릭 억세스`사업 기념 동판.

SFAI(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는 이들 관광지와 근접한 곳에 위치해 이 도시가 상징하는 개방성과 자유분방함을 보여주고 있다. 관광객들은 주택가에 숨은 듯이 자리 잡은 이곳에 아무런 제지 없이 통행할 수 있다. 포스트 모던 풍의 건물 구조 곳곳에서 작업하는 학생들은 외부인의 출입을 별로 의식하지 않아 관광객들은 자신이 마치 이들의 일원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여러 공간을 돌아 건물 옥상에 서면 영화 `더 록`으로 유명한 알카트라즈 감옥 등 아름다운 도시 곳곳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로 옆 매점에서는 커피 등 다과도 즐길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IT분야 회사원이며 당일 관광에 나섰다고 자신을 소개한 사만다 케이(Samantha Kay)양은 “1시간 30분 거리로 비교적 가까운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자주하는 편이다. 창조적 분야에 종사하다보니 매번 SFAI에 들르면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예술적 분위기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말했다. SFAI는 1874년 설립돼 미국에서 유서 깊고 권위 있는 현대미술 전문학교이며 주목할 만한 미술운동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해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의 취재지원을 받았습니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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