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좀 일찍 잠자리에 들기도 했지만 깨어나니 새벽 2시 30분이다. 네팔시간이 한국시간보다 3시간 15분 늦으므로 한국이라면 기상시간이다. 좀 지나니 개들이 짓기 시작하는데 대여섯 마리가 크고 작게 몇 시간을 짖어댄다. 이곳 개들은 낮에는 잠을 자거나 비실대지만 밤에는 사나워 진다고 한다. 아침이 되니 새소리가 요란하고 어디서 경전 읽는 소리가 들린다.

필자가 머무는 동네는 도심에서 약간 벗어난 교외지역인데 지반이 단단해서 지진 피해를 별로 입지 않았다고 한다. 건물들은 대개 3~4층인데 옥상위로 한층 더 높여 물탱크 얹은 자리가 있어 그 곳에 올라가니 사방이 잘 보인다. 여기서 일출을 감상했다. 남서쪽으로는 흰눈 덮힌 히말라야의 준봉들이 안개에 싸여있다.

아침식사 후 도시에서 좀 떨어진 지진피해가 많다는 한 부족마을인`분가만티`로 갔다. 산등성이에 넓게 펼쳐진 이 마을에는 이곳저곳에 무너진 벽돌들이 쌓여있고 낡은 기둥으로 받쳐 놓은 건물들도 많았다. 무너진 건물을 허물고 한창 신축중인 곳들도 있었다.

이곳에는 층간높이 아주 낮게 3~4층으로 지어놓은 오래된 붉은 벽돌건물들이 많고 아예 대충 지어놓은 무허가 건물들도 있고 간혹 현대식으로 지어진 건물들도 있다. 마을 한가운데 오래된 사원이 있고 거리 곳곳에 제단이 있다. 길에는 쓰레기가 쌓이고 냄새가 난다. 개와 오리들이 이곳저곳에서 비실거리거나 웅크리고 있다.

네팔의 인구는 3천만명이고 카트만두의 인구는 400만명 정도이다. 네팔에는 120개의 종족이 있고, 해발 4천~5천m에 이르기까지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다.

히말라야가 있기에 네팔은 물이 풍부하다고는 하나 카트만두 인근은 크게 오염되어 있다. 홍수 때는 상류지역의 수몰을 막기 위해 댐을 열어 놓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인도지역에 홍수가 나므로, 인도의 압력으로 수문을 열지 못한다고 한다.

네팔에는 전기가 부족하고, 휘발유가 부족하고, 공장도 없다. 예를 들어 봉제업, 건축자재 생산 등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라가 네팔이다. 대부분 인도에서 연료는 물론이고 공산품들을 수입해 와야 한다. 농업생산량도 보잘 것 없다. 따라서 국민들이 가난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은 초조하지 않아 보인다. 돈이 있어도 좋지만 없어도 살수 있다고들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로 한달에 몇 천 루피만 있어도 살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더구나 이들은 1년에 1/3이 노는 날일만큼 축제와 휴일이 많다.

이들도 산업을 일으키고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계류의 수입이 쉽지 않다. 우선 인도가 방해한다. 조립식 주택을 위한 샌드위치패널도 수입하고자 해도 쉽지 않고 제작기계를 들여오기도 쉽지 않다.

버그마티강가 힌두사원에 입장하는데 외국인은 1인당 1천루피를 내야 한다. 이는 한국 돈으로 1만2천~1만3천원에 해당하는데 매우 비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관광객 유치 일 수밖에 없다. 또 하나 가능하다면 농산물 가공이나 약초재배 및 힐링타운 건설이라고 보는데 이도 외국기업과 합작으로 브랜드화해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개발도상국의 문화와 생활습관은 서구와 많이 다르다. 효율성, 합리성, 예절 등이 이곳에서는 자리 잡지도 못했고 강요하기도 쉽지 않다고 본다. 우리는 이들의 독특함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이들을 돕고 협력해야 이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이다.

저녁에 숙소인근 한국식당으로 갔더니 문을 닫았다. 아마 개스가 떨어져서 일지도 모르겠다. 인도국경 폐쇄로 휘발유와 개스수입이 중단되어 있기에 그러한 것인데 언제쯤 문제가 해결 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저녁식사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우왕좌왕하는 학생들을 데리고 인근에 있는 좀 엉성해 보이는 네팔식당을 찾아 갔다. 풀벌레 우는 담도 없는 야외식당인데 매운 닭고기구이와 볶음밥이 매우 맛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