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명수<br /><br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1990년 9월 30일 수교를 맺은 한국과 러시아는 현재까지 수출은 86배, 수입은 209배, 수·출입을 합한 전체 무역액은 134배 증가했다. 한·러 교역량도 1992년 1억9천만 달러에서 2014년 258억 달러(전체교역 비중의 2.3%) 로 급증했지만 한·중 2천354억 달러, 한·미 1천156억 달러, 한·일 860억 달러와는 차이가 난다. 이러한 수치들은 한반도 주변 4강이 대한민국호에 미치는 입김을 반영하는 상징적 기호 중의 하나라고도 간주할 수 있다. 한편 지난 해 한국의 러시아 투자는 전체 해외투자의 0.4%에 불과한 22억4천달러, 러시아의 한국 투자는 이보다 적은 1억9천달러에 불과했다. 2008년 한·러 관계는 `상호 신뢰하는 포괄적 동반자`에서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격상됐으나 상호불신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우리정부는 남·북·러 3각 경제협력과 남북통일 과정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신뢰구축을 통한 한·러 관계 강화 쪽으로 방향을 잡아 나갈 것이다.

지난 2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제14차 한·러 경제과학기술공동위원회가 열렸다. 우리 측에서는 최경환 부총리가 러시아 측에서는 트루트네프 부총리겸 극동지역 전권대표가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한·러 양국은 러시아 극동지역에서의 협력 사항에 대해 논의했다. 양국은 현지 물류인프라 미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해주 산지 곡물터미널 조성을 투융자 플랫폼 후보사업으로 논의를 해나가는 한편으로, 남·북·러 3각 경제협력 사업 추진을 위해 나진-하산 물류사업 지원을 논의했다. 아울러 무역·투자의 제도적 협력을 위해 한국과 유라시아경제연합(EEU) 간 경제협력 및 기업진출 확대를 위한 협의채널을 신설하고, 신속한 통관을 위한 전자무역 시스템 구축 등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극동지역에서부터 러시아식 관료주의와 부정부패, 미흡한 제도 등이 개선되고 파트너 간의 신뢰가 형성되어야 한다. 또 기업의 현지화 기반구축을 용이하게 해서 기업진출과 투자 확대가 가시화되어야 한다. 또한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한·러 간 지속가능한 농업 협력과 관광산업 발전도 모색되어야 한다. 북방물류시장의 입구인 극동지역은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거점이다. 또한 유럽과 아시아 간 교통·물류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난제(難題)가 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끊어진 고리-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내야만 하는 것이다. 이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러시아를 지렛대로 삼아 북한의 정치·군사적 입장을 완화시키면서, 남·북·러 3각 경제협력 사업을 본격 가동할 필요가 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 연결, 북한 경유 가스관 건설을 통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한국 수출 등은 남북문제와 경제성 문제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하지만 상업운영단계로 접어든 나진-하산 물류사업은 우리 정부가 좀 더 적극성을 띤다면 계약단계로까지 나아갈 수 있는 사업이라고 판단된다. 국가적 차원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 이 복합운송·물류사업에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난제를 푸는 또 다른 방법은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연계 가능성을 높여 광역두만강개발계획 대상지역 중 하나인 나진·선봉에서 나진-하산 물류사업을 포함한 다양한 투자개발프로젝트가 진행되게끔 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진·선봉지역에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만들면 북한의 개혁·개방이 앞당겨지지 않을까? 이를 통해 중국 동북3성, 러시아 연해주, 몽골 동부지역 그리고 한국 동해안 지역(포항, 속초, 동해, 울산, 부산)도 물류·관광 연계벨트를 만들어 경제협력을 강화해 나갈 수가 있다.

극동지역과 나진·선봉지역에서의 남·북·러 3각 경제협력사업 활성화는 한·러 관계에 새로운 변화를 낳는 시원(始原)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