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탐사 다시 형산강에서…
(16) 형산강 발원지를 가다

▲ 발원지의 샘에서 흘러나온 물이 모여 1km지점에 작은 못을 하나 형성하고 있는데, 형산강 발원지의 첫 못인 인내산지다.

2002년 발간된 <삶과 문화-형산강>(사단법인 포항지역사회연구소)은 준비기간을 포함해 약 2년여의 작업기간을 거쳐 발간된 책이다. 형산강의 인문, 문화, 예술, 지리, 역사에 이르기까지 총망라된 유일한 책으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함께 책 제작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 책을 최초로 기획할 때 가장 심도있게 검토하고 고민했던 부분은 바로 형산강의 발원지 문제였다.

경주 서면 도리 인내산이 발원지… 정부 2000년 이어 올해도 공인
일부선 울주 두서면 백운산을 발원지로 기록… 논쟁 매듭 지어야

□ 잊혀진 발원지 `경주시 인내산`

당시에 수집할 수 있었던 거의 모든 자료들에서 형산강의 발원지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에 있는 백운산을 발원지로 적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들은 거의 이곳을 발원지로 알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책을 기획하고 자료들을 수집하던 중 한 권의 책이 손에 들어오게 된다. 1988년 학술자원공사에서 발간된 책으로 `한국의 하천`(저자 이형석 한국하천연구소 소장)이었다.

이 책은 한국의 10대 하천에 대한 소개와 함께 발원지를 명기하고, 수차례의 현장 답사를 통해 당시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다. 말 그대로 발로 뛴 흔적이 역력했다. 바로 이 책에서 한국의 10대 하천인 형산강의 발원지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알고 있던 발원지가 아니었다. 물론 그러한 근거를 자료와 현장 답사를 통해 상세히 밝히고 있었다.

이형석 소장이 책일 집필하기 위해 한국에서 출간된 관련자료들을 수집하던 중 1969년 이후에는 거의 모든 형산강은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에서 발원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오직 `한글판 브리태니커대백과사전`에만 `경주군 서면 도리`에서 발원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음을 알고 형산강 발원지에 대한 의문이 시작됐다고 한다.

이에 대한 확인을 위해 이형석 소장은 1983년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백운산 일대를 두 차례에 걸쳐 답사하고, 1985년 11월 24일에는 경주시 서면 도리 인내산 일대를 답사했다. 이후 책이 출간되고 2000년 5월 건설교통부에서 발간한 `한국하천일람`에 형산강의 최장 발원지가 `경북 경주시 서면 도리, 인내산 동쪽 계곡`으로 공인되게 된다.

 

▲ 경주시 도리 인내산의 발원지 입구를 막고 있는 사유지 표지판. 발원지 바로 아래 캠핑장이 들어서 있어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 경주시 도리 인내산의 발원지 입구를 막고 있는 사유지 표지판. 발원지 바로 아래 캠핑장이 들어서 있어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 최장 발원지로 비로소 위상 정립

그러나 2000년에도 여타의 자료들은 여전히 형산강의 발원지를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로 명기하고 있었기에 이 부분의 확인이 가장 먼저라는 생각에 어렵게 이형석 소장과 연락이 닿게되고 취지를 설명했었다. 2001년 2월이었다. 당시 중국과 한국을 왕래하던 이형석 소장은 포항지역사회연구소의 `형산강` 책 제작의 취지를 위해 선뜻 원고 청탁을 승낙했고 현장답사까지 동행해 주기로 했었다.

답사는 백운산 발원지와 인내산 발원지를 각각 한차례씩 답사했으며 이틀에 걸쳐서 진행됐다. 답사 기간 동안 준비해간 지도(당시에는 디지털 지도가 일반화되지 않았음)를 들고 김형석 소장이 17년 전에 찾았던 현장을 둘러 보고 두 곳에서 발원하는 샘을 다시 찾아 정비하기도 했다.

이틀간의 답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간 이형석 소장은 원고작성 전에 옛 자료들을 다시 검토하고 가장 최근의 지도와 자료들을 취합해 최장 발원지를 규명할 연구를 원고작성 전에 확인하고 진행상황을 연락주고 받았다. 이어 두 달여가 지나서 이형석 소장은 다시 한 번 형산강의 발원지는 `경주군 서면 도리 인내산`이라고 확인됐고 했으며, 검토한 자료와 근거를 기술하여 원고를 작성해서 보냈다.

이후 형산강 발원지는 `삶과 문화-형산강`의 발간으로 바로 잡히는 계기가 됐으며, 전문서적들에서는 최장 발원지를 이곳으로 기술하고 있었다.

□ 여전히 혼동되는 형산강 발원지

최근 형산강 발원지에 대한 조사를 해 본 결과 아직도 형산강의 발원지는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백운산으로 기록하고 있는 곳이 많았으며, 일반인뿐만 아니라 몇몇의 언론사에서는 혼용해서 쓰기도 했다. 심지어는 `발원지가 두 곳`이라고 기술하고 있는 곳도 있었는데 본류를 제외한 지류의 발원지를 함께 표기하고 있는 셈이었다.

뿐만 아니라 한 단체에서는 2012년 12월 7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백운산에 형산강 발원지 표석을 설치하고 고유제까지 지낸 기사가 올려져 있기도 했다. 기사에 따르면 이곳을 발원지로 정한 이유는 `2007년부터 2012년 다섯차례에 걸쳐 혹한의 겨울 형산강 발원지 두 곳(경주시 서면 인내산, 울산 울주군 백운산)을 탐사한 결과 백운산 발원지를 형산강 주 발원지로 확정한 뒤 표석을 제작, 설치해야 한다는 회원들의 뜻에 따라 마련했다`고 전한다.

기사 내용에서는 이 단체가 어떠한 근거를 가지고 발원지를 정했다는 내용은 없고 수 차례에 걸친 답사와 단지 `회원들의 뜻에 따라` 발원지를 지정했다는 것이다. 형산강의 발원지는 단체 회원의 다수결에 따라 정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의 어느 하천의 발원지를 한 단체가 회원들의 뜻에 따라 임의로 지정할 수 있단 말인가. 비록 단체의 의욕만은 높이 사고 싶지만 이런 일은 전문분야에 속하는 만큼 타산지석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형산강 발원지 바로 아래에 버려진 폐 축사. 발원지 계곡을 따라 축사들이 산재해 있는 것은 여전하다.
▲ 형산강 발원지 바로 아래에 버려진 폐 축사. 발원지 계곡을 따라 축사들이 산재해 있는 것은 여전하다.

□ 발원지의 기준은 `최장 길이`

하천의 발원지는 하천 분석 방법에 의거하고 있다. 로버트 앨머 호튼(R. E. Horton, 미국의 생태 및 토양 과학자)이 고찰하고 아서 뉴웰(A. N. Strahler, 미국 컬럼비아 대학 지구과학 교수)이 수정 보완한 수계차수(stream order)의 개념이다.

이 개념은 그 자신이 지류를 갖지 않은 상류부의 세류를 1차라 하고 이와 같은 1차의 수류만을 합류하는 수류를 2차, 2차 수류와 2차 수류가 합류한 것을 3차라 했다. 같은 방법으로 계속하면 차수는 증가해 본류는 최고차수가 된다. 차수가 증가하는 도중에 낮은 차수의 수류가 합류해도 차수에는 변함이 없다. 이 중 최장 1차수가 그 강의 발원지이고, 최장 발원지에서 하구까지의 거리가 그 강의 길이이며, 그 유로를 그 강의 본류라고 부른다. 여기에 유량이나 풍경 `회원의 뜻`은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

국토교통부는 2015년 현재 형산강 수계와 발원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형산강수계는 한반도 남동부에 위치하고 서쪽으로 낙동강, 남쪽으로 태화강, 동쪽과 북쪽으로는 동해안에 접하는 작은 유역들과 경계를 이루며, 유로연장 63.34km로 경북 경주시 서면 도리 인내산 삼각점(388.6m) 동쪽 계곡(심곡천 상류)이 발원지이다.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봉계리를 휘감아 도는 복안천은 1차 지류가 아닌 제2지류가 되고, 역시 2차 지류인 중리천과 함게 봉계리에서 합류해 내남으로 흘러드는 것이다. 건천 들판을 적시며 흐르는 대천은 경주터미널 조금 지난 황남동에서 형산강으로 흘러 든다. 이에 따라 대천은 2차 지류가 아닌 본류가 되는 셈이다.

 

▲ 건너편 어림산에서 바라 본 인내산. 저 자락에 작은 샘에서 쏟아 나는 물이 대천을 만들고 형산강으로 흘러 든다.
▲ 건너편 어림산에서 바라 본 인내산. 저 자락에 작은 샘에서 쏟아 나는 물이 대천을 만들고 형산강으로 흘러 든다.

□ 사유지에 내버려진 형산강 발원지

2015년 10월 다시 서면 도리 인내산을 찾았다. 2001년 이곳을 찾은 이후로 15년만이다. 15년만에 다시 찾은 형산강 발원지 인내산은 발원지의 물이 처음으로 모이는 인내산지를 거슬러 올라 좁은 산길로 인내산을 오른쪽에 두고, 왼쪽으로 금호강의 지류인 고촌천의 발원지인 어림산 앞에 두고 산을 올라가야 한다.

그 당시에는 발원지의 샘까지 올라갈 수 있었으나 지금은 인내산지를 지나서 개인사유지라는 명목으로 철책이 둘러쳐져 접근할 수 없었다. 당시 발원지 바로 밑에는 대형 축사가 들어서 있었고, 이 사실을 포항mbc와 동반해 10대 하천인 형산강의 발원지부터 축산폐수에 의해 더렵혀지고 있다는 르포를 방송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사유지라는 명목으로 접근을 금지시키고 있어서 발원지의 `인출샘(人出泉)`까지는 접근하지 못했다.

인출샘(人出泉)이라는 명칭은 1985년 이형석 소장이 이곳을 답사, 샘을 찾아서 붙인 이름이다. 이후 이형석 소장은 암투병 끝에 2009년 2월 27일 고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으며, 당신의 고향인 전남 고흥 선상에 안장됐다.

2015년 현재, 30여년 전에 제기돼 수정을 거듭한 형산강 발원지의 문제는 종결 상태가 아니었다. 공식 기록 자료에는 형산강의 발원지가 변함없이 기록되고 있었지만 여러 지면과 단체, 개인에게는 아직도 형산강의 발원지가 오기되고 있었다. 산과 강은 여전하나 형산강의 발원지 문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었다.

/김규형(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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