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탈공업화 극복 `항만·도심재생부터`

▲ 포항구항 건너편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인근의 동빈부두 일대.
▲ 포항구항 건너편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인근의 동빈부두 일대.

최근 수년 동안 본격화되고 있는 포항 경제의 위기는 세계 철강경기 불황의 장기화와 포스코의 경영 악화가 주 원인이다. 하지만 그 뿌리에는 선진국들이 걸었던 탈공업화 사회(postindustrial society)에 한국이 접어든, 거대한 변화의 흐름이 있다는 것이 정확한 진단이다. 문제는 포항의 경우 지역경제가 철강산업에 철저히 고착화(2012년 지역총생산의 39.1%)된 기형적 구조에서 준비 없이 탈공업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굴뚝산업을 대신할 새 성장동력 찾기에 도시 전체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첨단과학 인프라 등 미래 포항을 먹여 살릴 자산에 더 큰 기대가 모이고 있다. 본지는 이 같은 도시 경쟁요소의 활용에 앞서 포항을 상징하는 정체성이자 최대 자산인 기존 구 항만과 원도심의 재생(리모델링)이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 아래 국내외 선진도시의 사례를 중심으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송도 포항구항 리모델링, 도심활성 새 기회
송도해수욕장 복구·마리나리조트 조성까지
`해양형 도시재생` 주요 역점사업으로 부상
도심공동화 등 난제, 선진국 사례 참고 필요

글싣는 순서

① 해양형 창조도시 모델 개발해야
② 부산 미래 100년의 새 엔진, 북항 재개발
③ `퍼블릭 억세스`의 힘, 미국 서부 항만
④ 민간사업자가 꽃 피운 LA 복합단지
⑤ 위기극복, 민관(民官)협력이 성공열쇠

△ 도시재생의 새 돌파구, 포항구항

포항의 주요 항만은 기존 남구의 포항신항과 신설된 영일만항, 그리고 도심 부근의 포항구항 등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항만의 수명을 고려할 때 리모델링 대상에서 포항영일만항은 일단 제외해야 한다. 포항신항도 언젠가 철강산업의 사양화가 본격화될 시점이 오면 재활용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하겠지만 아직은 때가 이르다. 이와 비교하면 가장 시급히 검토돼야 할 대상은 남구 송도동의 포항구항이다. 북구 용한리 일대 영일만항 내 민자부두의 오는 2020년 준공 계획에 맞춰 포항구항에 입지한 수리조선소와 시멘트 사일로가 이전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건너편 항구동의 여객선터미널도 국비 441억원을 투입해 내년부터 2019년까지 신설될 영일만항 내 국제여객 부두(길이 310m, 폭 200m) 인근으로 이전을 앞두고 있어 부지 활용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

여기에 무역항으로 지정돼 있지만 현재 어항으로 활용되고 있는 동빈부두 역시 추가 정비사업이 불가피하다. 이 일대는 지난해 4월 준공한 포항운하와의 연계개발 효과를 염두에 두고 포항시와 해양수산부가 손을 잡고 끈질긴 노력 끝에 현재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환경과 주민친화적 면모에서 여전히 추가시설 설치 및 정비의 필요성이 높아 시민적 논의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쇠퇴일로를 걷고 있는 포항 원도심에 근접해 있는 장점으로 인해 포항구항 일대의 항만 리모델링은 도심 활성화의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포항은 어항이 위주인 경주의 한계를 고려할 때 경북에서는 유일한 해양관문인데다 부산과 울산으로 이어지는 동해안의 대표 항만도시인 점도 경쟁력의 한 요소이다. 이는 기존 물류산업의 인프라 기능에서 나아가 관광과 생태 도시로의 발전 가능성에 중요한 기회가 되고 있다.

 

▲ 민간사업자가 개발해 새 명소가 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 `LA 라이브`
▲ 민간사업자가 개발해 새 명소가 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 `LA 라이브`

△포항의 `신 워터프런트 라인`기대

지난 70년대까지 전국적 명성에도 불구하고 공업화와 태풍 피해로 인한 백사장 유실로 해수욕장 기능을 상실한 송도해수욕장의 복구공사도 새변수가 되고 있다. 포항구항과 항구동을 교량으로 연결하는 국지도 20호선 개설사업이 완료되면 리모델링된 포항구항 일대가 포항의 남북을 해상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워터프런트(waterfront, 수변공간)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여기다 포항시가 민자사업으로 올해부터 본격 추진 중인 두호 마리나리조트 조성사업까지 성공하면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의 신화가 영일만에 재연되리라는 상상이 한낱 신기루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도 지난 2012년 4월 발표한 `제1차 항만재개발 기본계획 수정계획`에 전국 12개 항만 가운데 포항항을 포함시켜 이 같은 비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도시계획 및 물류전문가인 홍철 대구가톨릭대 총장은 “뉴욕과 상하이, LA 등 세계의 주요 도시들은 모두 해양의 관문이다”면서 “영일만항이 동북아정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포항은 구항을 잘 활용해 해양형 창조도시의 모범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결국 포항구항 일대는 국내외 선진도시들의 사례를 종합검토해 주민과 환경 친화적 친수시설로 세련되게 변모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 로스앤젤레스의 산 페드로항에 조성된 마리나시설.
▲ 로스앤젤레스의 산 페드로항에 조성된 마리나시설.

△난제 여전한 포항 도시재생사업

이처럼 활용방안에 따라 얼마든지 미운 오리새끼를 백조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포항 구도심 일대에는 여전히 풀어야 할 난제들이 숱하다. 포항의 도시재생사업은 지난 2013년 민간이 자발적으로 도시재생위원회를 발족시키면서 비롯됐다.

위원회는 이후 포항시에 관련 논의와 사업 강화를 제안하고 올해초 도시재생과 신설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한편 창립에 참여한 안병국 연구위원을 포항시의회에 진출시키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시와 위원회는 유기적 협력이 결여되고 시민들 참여도가 받쳐주지 않아 여러 난관을 겪어 왔다. 그 결과 포항시는 지난해 정부가 처음으로 공모한 도시재생선도지역 지정에서 후발도시인 영주시에 밀려 탈락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북구 흥해읍 포항역 인근 부지에 새로운 터미널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돼 있는데다 구도심에 위치해 건물 노후화가 심각한 남구 상도동 시외버스터미널의 활용 방안도 해법을 못 찾고 있다.

새로 이전할 경우 인근 주민 반발에다 또다른 공동화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전의 가능성은 열어두되 현 부지와 시설을 인수한 민간사업자가 미국과 일본 등의 선진사례를 참고해 복합시설로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다행히 지난해 초선에 성공한 이강덕 포항시장의 취임 이후 도시재생사업은 상당한 탄력을 받고 있다. 이 시장은 출마 구상을 하던 지난 2013년말 미국 주요도시들을 여행하면서 심각한 도심공동화의 폐해를 직접 목격하고 도시재생의 필요성을 절감, 공약에 상당한 비중을 두기도 했다.

이 시장의 취임으로 새 전기를 맞은 포항 도시재생사업은 지난 3월말 KTX 개통으로 철거된 도심의 옛 포항역 부지 재개발 사업과 맞물려 시정의 주요 역점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용역이 진행중인 포항 중장기 발전계획이 도심 주변 지역으로의 팽창 위주 도시전략에서 도시재생 등 내실 강화 기조로 수정됐다”면서 “철강도시에 가해지는 각종 미래구상의 부담을 기존의 첨단과학도시 구상에다 해양문화관광도시의 청사진까지 포함시켜 실현시키는데 시정의 중심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 구도심 활성화사업의 성패에 열쇠가 되고 있는 대흥동 옛 포항역사 철거 현장.
▲ 구도심 활성화사업의 성패에 열쇠가 되고 있는 대흥동 옛 포항역사 철거 현장.

△국내외 선진도시 사례

부산광역시의 부산역 배후에 위치한 부산북항은 과거 100년동안 항만물류로 도시를 먹여살린 경쟁력의 한 축에서 미래 100년에는 또다시 국제 해양문화관광과 비즈니스의 중심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첫발을 딛고 있다. 가덕도 일대 부산신항이 개설되면서 부산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 구간인 북항 1~4부두 일원 153만 2천419㎡에는 중앙동의 국제여객선터미널이 이전, 준공된데 이어 오페라하우스와 리조트, 각종 업무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어 2단계 사업으로 자성대부두 재개발까지 예정돼 지난 80년대 신발산업의 사양화로 침체 위기에 놓였던 부산은 국제영화제가 상징하는 문화적 면모를 `워터프런티어(waterfrontier)`의 시정구상과 연결시킨다는 전략이다. 부산에 비하면 항만의 항세와 규모가 작지만 포항 중앙동 일대 부산항에 빈건물이 된 국제여객선터미널과 쌈지공원인 수미르공원의 조성사례를 벤치마킹하기에 충분하다. 미국 서부의 로스앤젤레스시와 샌프란시스코시는 도심과 항만 재생에서 참고해야 할 축소판이다. 특히 `LA 라이브`(LA LIVE)는 민간사업자가 주로 재개발을 주도하는 미국식 도시계획 예를 보여주는 도심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다. LA의 산 페드로(San Pedro)항은 레스토랑과 마리나 등 주민친화시설 기능이 뛰어나다. 샌프란시스코는 베이 브리지(Bay Bridge) 인근에 조성돼 있다가 LA에 밀려 항구가 쇠퇴하면서 흉물이 됐던 50여개의 피어(pier)의 리모델링을 통해 `퍼블릭 억세스`(Public Access, 공공의 접근권) 보장정책 선진현장이 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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