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명수<br /><br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한·러수교 25주년을 맞아 러시아 관련 4개 학회 공동학술대회가 열렸다.

`스밈과 짜임: 공존과 상생의 문화 창조를 위한 한·러 교류와 소통`이란 주제로 지난 17일 고려대 현대자동차경영관에서 개최된 공동학술대회는 문학, 어학·통번역, 사회과학, 문화 분과로 나뉘어 진행됐다.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 한국노어노문학회, 한국러시아문학회, 한국슬라브어학회에 소속된 러시아학 연구자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특히 이번 대회는 한·러수교 25주년을 기념해 한·러 문화의 교류와 소통을 집중 조명하고자 한러대화(KRD)와 러시아-유라시아 문화코드 사전 사업단이 참여하기도 했다. 이전에는 주로 문화·문학 분과에서 발표했던 필자는 이번엔 사회과학 분과A(동북아시아 권에서 러시아의 의미)에서 `깨어나는 환동해 네트워크와 포항영일만항`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사회과학 분과A에서는 `러시아 연해주 투자환경과 한국의 참여 조건`, `한국과 러시아의 디아스포라 정책 비교` 등 흥미로운 발표들이 이어졌다. 사회과학 분과B(극동의 지속가능한 사회-경제 발전을 위한 한·러 협력)에서도 `러시아 극동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관광산업`, `러시아 극동지역의 농업 발전을 위한 한·러 지속가능한 농업 협력 방안 모색`, `러시아 극동지역의 선도사회경제개발구역과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프로젝트의 성과와 과제`라는 매우 시사적이고 흥미로운 주제들이 다루어졌다.

한국과 러시아 혹은 한국과 유라시아의 공존과 상생을 모색하는 이 공동학술대회 전후(前後)로 필자에겐 생각이 곧 물음이 되고 그 물음이 또 다른 물음을 낳는 상황이 펼쳐졌다. `다극화와 경제블록화로 치닫는 국제정세 하에서 한국은 어떻게 방향설정을 해야 하는가?`, `동북아시아에서 남·북·러·중 관계 설정은 또 어떻게 해야 하는가?`, `환동해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한·중·러 3각 협력 체제 강화는 가능한가?`, `환동해 네트워크 강화로 포항영일만항 활성화는 앞당겨질 것인가?`, `러시아학 관련 연구자들에게 푸틴의 러시아는 어떤 의미인가?`, `일상을 사는 평범한 이들에게 작금의 러시아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생각이 곧 물음이 되고 그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상황의 기저에는 `포스트소비에트-러시아`라는 국가 혹은 공간이 똬리를 틀고 있다.

러시아학 연구자들은 `가슴으로 품은 러시아`가 자신의 학문세계와 일상적 삶의 세계에 스며들어 현실과 이상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내고 있는가, 한 번 쯤 자문해 볼 일이다. 나아가서는 일상을 사는 평범한 이들에게 `19세기제국-러시아`, `소비에트-러시아` 그리고 `포스트소비에트-러시아`를 이런저런 방법으로 알리고, 제대로 인식시키는 일에 관여하고 노력했는지도 스스로에게 물어볼 일이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소비에트-러시아`와 `포스트소비에트-러시아`의 경계선 상에서 서성거리고 있고, 서구적 시각으로 러시아를 접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한러대화 분과의 라운드 테이블에서 `한·러 문화예술 교류의 현황과 발전방안`, `러시아 관련 학회 발전방안`을 논의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와 관련해서 필자는 러시아 관련 학회가 한·러 교류와 소통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고, 학회 회원들은 자기가 속한 지역과 기관에서부터 러시아와의 새로운 협력형태를 모색하는 노력을 해보자고 말하고 싶다.

또한 러시아 관련 학회는 정부출연 연구기관과의 협력네트워크 강화로 정부의 정책적 수요에 부합하는 지역연구를 활성화하는 한편으로, 지자체와의 협력네트워크 강화로 지자체의 정책적 수요에도 부합하는 지역연구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첫 단추-나진·하산 물류사업` 연구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