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제 실시이후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한 지방자치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중앙정부가 재정난을 겪는 지자체에 직접 개입해 예산 편성 등을 제한하고 회생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한 것은 지자제 실시 이후 채무가 급증한 일부 지자체들의 경우 자력으로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방재정법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가 자력으로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울 경우 행정자치부 장관이 해당 지자체를 긴급재정관리단체로 지정하고, 긴급재정관리인을 파견하도록 하고 있다.

법안에 따라 새롭게 시행될 긴급재정관리제도는 재정건전성 기준을 벗어난 지자체를 재정위기단체로 지정하고, 재정건전화 계획을 이행하도록 하는 `지방재정 위기관리제도`와 연계해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에서 규정한 긴급재정관리단체 지정 요건을 보면 △재정위기단체로 지정된 후 3년간 재정건전화계획을 이행했는데도 위험수준이 악화된 경우 △인건비를 30일 이상 주지 못한 경우 △상환일이 도래한 채무의 원금이나 이자를 60일 이상 주지 못한 경우 등이다.

만약에 특정 지자체가 긴급재정관리단체로 지정될 경우 자치단체장과 자치단체는 지방재정과 관련해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 즉, 자치단체장은 긴급재정관리 계획안을 작성한 뒤 긴급재정관리인의 검토와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행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마디로 긴급재정관리단체로 지정될 경우에는 지방예산의 계획이나 집행과 관련해서 정부가 지정한 긴급재정관리인이나 행자부 장관의 관리·감독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자치단체장이나 자치의회가 살림살이를 잘못 하거나 감독을 제대로 못할 경우에는 중앙정부가 직접 통제에 나서겠다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지자체의 재정자치는 요원하다 할 만큼 위축돼 있는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지자체 입장도 헤아려줘야 한다. 지자제 실시이후에도 중앙정부가 재정자치에 관해서는 유독 인색했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자칫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벌을 주겠다`며 엄포를 놓는 것 아니냐고 오해할 소지도 있다.

자치단체 살림살이 평가가 `낙제점`에 해당하는 자치단체를 더이상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고심어린 결정에 일정 부분 동의하면서도 아무쪼록 새 제도가 재정자치권 제한보다는 지방재정 운용의 묘를 살리는 방향으로 제도가 운용되길 바랄 뿐이다. 이런저런 걱정을 하게 되는 이유는 대구시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행자부 내부 재정건전성 기준인 25%를 웃도는 28.2%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당장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방심해선 안된다. 대구시의 분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