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해례본`이란 한글을 처음 반포하면서 “이 글자는 어떤 과정을 거쳐 제정됐으며, 각 글자 마다의 소리와 의미는 무엇이며,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등을 설명한 해설서이다.

처음 만들어진 `소리글자`이니 모두가 생소할 것이고, 설명이 필요하므로 이를 한문으로 해설한 설명서가 `해례본`이다. 당시 지식층은 한문만 알았고, 서민층은 이두문자를 사용했으니, 한자로 쓴 해설서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 책은 한글이 반포된 1443년에서 3년이 지난후 집현전 학사 8명의 이름으로 출간했으며, 목판으로 찍은 책이다. 그리고 지금 발견된 책은 `안동본`과 `상주본` 두 권인데, 안동본은 간송미술관이 보관하고 있으며,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그러나 상주본은 한 개인이 감춰두고, 1천억원을 내라 한다.

상주본은 고문서 수집상 배익기(52·경북 상주시)씨가 2008년 7월 자신의 집을 수리하다가 발견했다며 일부를 공개했는데, 2010년 골동품상 조용훈씨가 “배씨가 고서적 두 상자를 30만원에 사가면서 해례본을 함께 넣어 몰래 가져갔다”며 소송을 하면서 배씨는 구속돼 재판을 받았고, 1심에서 유죄, 항소심과 대법원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다만 대법원은“상주본 소유권은 조용훈에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니 책은 조씨의 것이지만, 배씨는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채 책을 돌려주지 않고 “나 혼자만 아는 곳에 감춰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1천억원의 보상금을 요구한다. 조씨는 2012년에 사망했는데, 그는 생시에 상주본을 “문화재청에 기증하겠다”고 했다. 대법원이 소유권을 인정했으니 그렇게 소유권행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배씨가 책을 내놓지 않으니 이것이 문제다. 검찰 등 관계기관이 이 책을 찾기 위해 수색작업을 펼쳤으나 허탕을 쳤다. 배씨가 낱장으로 뜯어 비닐에 싸 땅에 묻는 등의 방법으로 숨겨놓고 있을 것인데, 그동안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책을 원소유자에게 돌려주지 않은 것에 대해 왜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인가. 배씨가 사망전 기증의사를 밝혔으니 분명 이 해례본은 국가소유인데, 국가는 왜 적극적으로 돌려받으려 하지 않는가. 문화재보호법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는 것으로 돼 있다.

목판(木板)으로 새겨 찍은 `인쇄본`이라 이런 해례본은 여러 책이 있을 것인데, 다만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기와집 10채 값`을 주고 산 `안동본`으로 이미 그 내용은 다 알려져 있으니, 굳이 애타게 찾을 필요는 없다는 것인가. 문화재를 발견해 국가에 제출하면 최고 1억원의 보상금을 주기로 법에 정해져 있다. 상주본도 1억원 정도의 보상으로 흥정을 할 수는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