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법 저촉 등 이유 두차례나 부지선정 무산
이번엔 개인토지 보상문제로 발목잡혀 지지부진

우암 송시열, 다산 정약용을 비롯한 조선시대 선비 100여명이 유배를 다녀간 것으로 유명한 포항시 남구 장기면의 유배지 체험촌이 부지 확보 문제로 4년째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접근성 부족, 문화재법 저촉 등의 이유로 포항시가 부지를 두 차례나 변경한 끝에 겨우 선정했지만 이번에는 토지 보상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주민들로 구성된 장기 유배지 체험촌 건립 추진위원회와 함께 빠른 시일 내 토지소유주를 설득, 보상문제를 마무리짓겠다는 입장이나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포항시는 지난 2011년 6월부터 조선시대 주요 유배지인 이곳을 관광자원화 시켜 충절과 예의를 중시하는 문화풍토를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체험촌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도비 6억원, 시비 12억원 등 총 18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주거지, 체험관, 테마가도, 안내소, 주차장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시는 이를 위해 지난 2011년 장기면 마현리 일대 9천899㎡를 1차 부지로 선정했으나 진입로와 부지가 좁다는 이유로 지정을 취소했다.

이어 2013년 1월 마현리의 또다른 지역 8천920㎡를 2차 부지로 선정했으나 사적 제386호인 장기읍성과 불과 300여m 거리에 위치, 관련법 상 주요문화재 반경 500m 이내에는 건축물 건립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또다시 취소했다.

마침내 같은해 4월 서촌리 일대 9천961㎡를 부지로 최종선정하고, 이 중 개인소유지인 6천258㎡에 대한 토지보상을 위해 토지소유주와의 협상을 진행했으나 양 측간의 입장차로 2년이 넘도록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는 것.

장기유배지 추진위에 따르면 지난 7월 감정평가를 통해 산정된 해당 부지의 평가액은 평당 20만원선이다.

그런데 해병대가 군사도로 개설을 목적으로 장기면 인근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토지소유주들에게 보상한 금액은 25만~30만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토지소유주 측에서 쉽사리 협상을 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석준(구룡포·동해·장기·호미곶)포항시의원은 “이달 초 사업추진을 위해 장기면사무소에서 주민협의회를 갖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장기유배지 체험촌 조성사업은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만큼 추진위 차원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토지소유주와의 협의가 반드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토지보상만 완료되면 기본·실시설계 등 이후 추진단계는 곧바로 진행이 가능하다”며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늦어도 내년 초에는 착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포항시 장기면 일대는 고려 말부터 유배지로 유명했던 지역으로 조선왕조실록에는 62명이 장기면에 유배를 왔다는 기록이 남아있으나 지역 사학계는 105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