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량 작년 절반도 안돼 녹조에 물고기 폐사
겨울 큰 비 안오면 농사망치고 식수난 우려도

▲ 계속된 가뭄으로 안동호 수위가 낮아지면서 폐사한 물고기와 검게 말라버린 녹조가 썩으면서 악취를 풍기고 있다. /권기웅기자

경북북부 지역이 최악의 가뭄사태를 맞으며 초비상이 걸렸다.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겨울철 갈수기에 접어들면서 가뭄의 장기화가 예고되고 있고, 겨우내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최악의 식수난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농업용수가 더 이상 확보되지 않으면 내년 농사를 기대할 수 없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바닥을 훤히 드러내고 있는 안동호를 지켜보는 농민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행여 철지난 태풍이라도 올라와 주면 고마울텐테…라며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7일 오후 안동·임하호수운관리사무소가 운영하는 모터보트에 몸을 싣고 안동호 중·상류 40여km를 둘러봤다. 먼저 안동호 중류 가장자리에 길이 100여m, 높이 15m 크기의 섬이 눈에 들어왔다. 예년 같은 시기라면 물에 잠겨 있어야 할 산봉우리가 물이 빠지면서 거대한 섬으로 표출된 것이다.

상류 쪽에 다가 갈수록 호수가 말라 일부 어선은 산위에 위태롭게 걸쳐져 있고, 호수였던 들판은 수위가 낮아져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 누렇게 변했다.

안동호 상류인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 일대 주민들은 계속되는 가뭄에 물이 점점 말라가자 근심이 가득하다. 예년에 비해 우수기가 지났지만, 강우량은 지난해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농민 권모(61)씨는“이것 보세요. 물이 가장 많아야 할 시기에 물그릇이 바짝바짝 말랐잖습니까. 겨울을 지나 내년 봄까지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앞으로가 더 큰 일입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 큰 걱정은 내년 5월 갈수기까지 높은 강우량을 기대할 수 없어 말 그대로 초유의 가뭄사태를 맞고 있는 것이다.

상류 쪽엔 녹조까지 발생했다. 유량이 줄어 갈색 부유물이 쌓여가고, 지난해 이맘때 모습과 확연한 차이를 보일 정도로 일부 구간은 아예 바닥을 드러냈다.

최근 안동댐 방류량을 3/1로 줄이면서 유속이 느려져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 일대에는 여름 내내 형성된 녹조 알갱이가 침전물과 뒤엉켜 바닥에서 썩고 있다.

극심한 가뭄 탓에 간혹 폐사한 물고기도 목격됐고, 침전물이 썩으면서 풍기는 악취 때문에 코를 막아야 했다. 녹조로 오염됐던 안동댐 상류가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 최모(82)씨는 “평생 안동호 인근에서 살아왔지만 수위가 이렇게 내려간 적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안동/권기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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