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문<br /><br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오랜만에 포항 여남동 바닷가를 방문했고, 그곳 언덕배기에 높게 지어진 한 커피숍을 찾았다. 이곳은 해안가에 위치한 나지막한 수림 우거진 야산이었는데, 요즈음은 다양한 건물들이 들어차고 있다. 이 커피숍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가장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다. 여남동은 환호동 종점에서 좀 떨어진, 과거에는 도심에서 먼 변두리였으나 지금은 도심해변이 되어 있다. 이곳 비탈에서는 영일만이 가득 내려다보인다. 밤에는 포스코의 야간조명과 포항 시가지의 불빛이 아름답다.

영일만은 고대로부터 해류의 방향에 따라 이러한 지형이 완성되었을 것이다. 해류의 영향으로 해안에는 사구가 생기고 침식이 진행되기도 한다. 이는 우리 인간의 시간과는 관계없을 듯 보이지만 문득 보면 언제 그랬나싶게 놀라운 속도로 진행됨이 아이러니이다. 영일만은 파도가 거세다. 지금은 영일만항, 포항신항, 그리고 포항구항이 주요항만으로 되어있는데, 대부분 거대한 방파제로 파도를 피하고 있다. 하지만 내항 깊숙이 자리 잡은 포항구항 이외 다른 두 항만은 파도가 세면 1만톤급 배들이 하역을 못하고 영일만 중간에 앵커를 내리고 한없이 기다려야 한다. 이곳에 배들이 정박해 있게 되면 주변 수역의 어로는 금지된다. 이곳 바다는 포항시의 관할이 아니고 해수부의 관할이다. 이 배들이 1~2주 정박해 있기도 하지만, 정 형편이 어려우면 진해항 등으로 옮겨가기도 한다고 한다.

필자는 포항의 주요 신성장동력을 해양항만사업이라고 보며, 화물선의 선·하적을 용이하게 함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이러한 파도를 막을 거대한 방파제를 추가로 건설하기는 힘들 것이고, 포스코대교 안쪽 공단 인근에 1만톤급 선박의 선·하적항 겸 피난항을 건설하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영일만항은 현재 3만톤급 항만으로 1단계 공사가 끝난 상태이나 어서 빨리 2, 3단계 공사를 완공하여 7~8만톤급의 화물선과 크루즈가 정박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이왕 영일만대교가 완성될 것이라면 중간에 인공섬을 만들고 그곳에 크루즈부두를 조성해도 좋을 것이다.

이곳 여남동에서 영일만해수욕장, 송도해수욕장, 그리고 형산강변을 따라 형성되는 수변공간은 포항으로서는 대단한 관광자원이자 도시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물론 그 위와 아래로도 수변공간이 계속되지만 이곳은 선형으로 연결된 도심 수변공간이다. 이 도심 수변공간은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고, KTX를 통해 포항에 온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을 장소이기도 하다. 이 선형을 따라 KTX역-장량동-여남동-영일만해수욕장-죽도시장-포항운하-효자동을 연결하는 트램이나 모노레일이 꼭 필요하다고 보며, 이곳을 따라 주거단지와 상업시설과 테마적인 관광시설이 개발되면 좋을 것 같다. 이 교통수단으로 인해 포항의 큰 자산인 죽도시장과 포항운하에 좀 더 많은 이들이 찾을 것이며, 운하주변의 개발을 비롯한 도심활성화사업들의 사업성이 크게 향상 될 것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포항의 가장 큰 자산은 선형으로 연결된 아름다운 도심해변이다. 현재 포항운하를 운항하는 크루즈는 이러한 도심해변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관광시설인데, 다양한 크기의 크루즈와 코스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의 코스 이외에 영일만이나 호미곶을 돌아오는 코스, 형산강을 거슬러 양동마을 까지 가는 코스 등이 그 예이다. 이제 단순한 크루즈 보다는 무언가 테마를 결합하면 좋을 것 같다.

이러한 노력과 관련하여 언급하고 싶은 것은 칠포리의 고인돌과 암각화군이다. 청동기시대의 유적이라고 하는데, 발견된 것이 놀랍게도 최근인 1989년이다. 오랜 세월동안 많이 파괴 되었지만 그래도 여러 곳에 분산되어 남겨져 있다. 이에 대한 연구와 보전이 시급하다고 보며, 시민들의 관심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곳도 영일만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유적을 남긴 종족들이 칠포리만이 아닌 여남동에도, 흥환리에도, 구룡포에도 거주하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