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포항은 도농통합시로서 면적이 서울시의 1.8배에 이를 정도로 넓지만 인구는 53만인 중소도시이다. 한반도 동남해안에 위치하여 수도권에서 먼 도시이지만, 포항에는 1970년대 초 포스코가 가동되고 1980년대 중반 한국 최고수준의 공과대학인 포스텍이 생겨서 지방이면서도 특색 있는 도시로 발전되었다. 하지만 수도권 및 다른 대도시와의 연계는 매우 불편했었다. 서울 가기도 그러하지만, 외국 한번 나가려면 5시간 넘게 버스를 타야 하는 등 스트레스가 대단했는데, 올 4월에 KTX가 연결되었다. 이는 포항으로서는 대단한 변화이고 교직에 있는 필자로서도 수도권 회의 참석, 학생모집, 해외연구여행 등에서 불편함이 크게 사라지는 변화를 가져오게 된 셈이다. 대부분의 지방도시들의 경우, 수도권과의 연결만이 문제가 아니라 도시 내에서의 교통연결도 쉽지 않다. 공공교통의 미비로 직장인들은 자가용을 운행해야 하는 비용 상의 문제가 발생하지만 학생, 노약자 그리고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교통비의 과다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유지 자체에 큰 어려움을 준다. 포항의 경우에도 공공교통이 제대로 발달되어 있지 않다. 노선이 중심부 일부지역에만 연결되고 주행간격이 크다. 지자체와 관련 기업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보지만 많은 주변지역들은 공공교통의 불모지이다.

필자가 몸담은 한동대는 포항도심의 외곽에 위치하는데 1995년 신설된 뒤 초창기 15~16년 동안 중심가로 나가는 십수km 접근로가 폭 4m 정도의 농로 내지 오솔길이었다. 공공교통 마저 연결이 안되어 이 학교에서는 5천명 가까운 학생 및 교직원들을 위해 이 좁고 위험한 길로 스쿨버스를 대대적으로 운영해왔다. 몇 년전부터 학교 주변에 외곽순환 고속화도로가 개통되어 자가용이 있는 어른들의 경우는 한결 편리한 교통여건을 지니게 되었다. 하지만 학생들을 태운 스쿨버스는 방향도 다르고 교차로가 혼잡한 이 고속화도로를 이용할 수 없고 아직 위험한 오솔길을 거쳐 장량동까지 나가야 한다. 학교로부터 신개발지인 장량동까지는 사이에 구릉이 가로막혀서 그렇지 직선도로가 개설된다면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도 왕래가 가능한 거리가 된다. 현재 새로 연결된 도로들이 과거보다는 좀 짧아지고 편리해지기는 했지만 장량동까지 자가용으로도 15분 이상 걸리며 걷는다면 청년들의 경우에도 1시간은 걸린다. 굴곡이 심해 자전거나 오토바이로 왕래가 쉽지 않다. 더구나 성토된 제4산업단지아래 구 도로는 비탈이 심하고 그늘지고 지하수가 고여 있어 겨울에는 이륜차의 빙판사고가 잦다.

필자는 이 기회에 포항시 및 시민들께 호소하고자 한다. 이 학교의 교통불편은 대부분 시민들이 잘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장량동에서 영일만항 배후산업단지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신규도로가 개설되고 있는데 그곳에서 400m 정도만 도로를 연장 건설하게 되면 장량동에서 이 학교까지의 거리가 지금의 1/2 이하로 단축된다고 하니,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빠른 시일 내 이 문제를 해결해 주십사하는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첫째, 장량동과 영일만산업도로를 연결하는 장량-흥해간 도로의 교통체증을 크게 감소시킬 것이다. 둘째, 포항시민들도 좀 더 쉽게 아름답게 가꾸어진 이 학교 캠퍼스를 방문할 수 있을 것이며, 주변의 천마산과 천마지 트래킹을 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국내외 저명도를 지닌 이 지역대학을 위한 포항시와 시민들의 배려가 길이 기념될 것이며, 산관학민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다.

이왕 버스운행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려고 한다. 다른 도시의 대학들이 대부분 시내버스의 기종점인 것을 감안하여, 이 학교에서부터 장량동과 KTX역까지 버스노선 개설을 부탁드린다. 학생들로서는 1만~1만5천원의 택시요금을 감당하기 힘들다. 이 학교는 타 지역에서 온 학생들이 많고 국제교류가 활발하기에 KTX 포항노선 이용자의 꽤 높은 비율을 차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