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명수<br /><br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드디어 푸틴이 동방경제포럼에 등장했다.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했던 푸틴은 동방경제포럼 이틀째 전체회의에 와서 연설했다. 러시아의 전략적 과제를 아태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으로 설정하고, 러시아 극동지역을 러시아 발전의 교두보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 연설에 부응이라도 하듯 러시아 경제전문 일간 `베도모스티`(9월 4일자)는 “푸틴이 극동을 러시아 발전의 중심지로 명명했다”는 기사를 통해 이 포럼의 목적과 주요 인프라스트럭처 입안(立案), 자루비노에서 나호드카까지 자유항 소개, 극동발전을 위한 펀드조성까지도 언급했다.

필자가 경북매일에 게재한 칼럼 `제1회 동방경제포럼, 자루비노항, 포항영일만항`에서 밝혔듯이, 러시아는 남북한을 활용해 극동을 개발하면서 동북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다. 또한 동방경제포럼에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에게 극동의 잠재력과 향후 역할을 인식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에너지, 농업, 어업, 물류, 관광, 인프라 건설 별로 발전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러한 목적을 띤 동방경제포럼에 미국 할리우드 액션배우 스티븐 시걸이 나타났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함께 포럼이 열린 루스키 섬에 있는 대형수족관을 둘러봤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릴 하느냐고 하지만 사실이다.

동행한 중국 왕양 국무원 부총리가 푸틴에게 “스티븐 시걸과 격투기 대결을 한 번 해보면 어떻겠습니까”라고 제안하기도 했다고 한다. 삼보와 유도를 잘하고 격투기를 좋아하는 푸틴이, 아마도 이 액션배우를 초청했을 것이다.

푸틴은 삼보 선수생활을 했고, 세계삼보연맹(FIAS) 명예총재로 활동하면서 삼보가 2016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도록 힘쓰고 있다. 푸틴을 받쳐주는 실로비키(정보기관, 군, 경찰 출신의 힘 있는 정치인)와 재계 인사들도 삼보에 깊이 빠져있다고 한다. 현재 세계삼보연맹에 가입된 국가는 90개국이고,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삼보선수는 대략 4천만 명이다.

삼보를 매개로 러시아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국가·도시들과 스포츠·문화 교류뿐만 아니라, 외교·경제 협력까지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지난 1일 포항에서 개최된 `제1회 국제삼보연맹회장배 삼보대회` 참석차 포항에 온 티모닌 주한 러시아대사는 이강덕 포항시장과 스포츠·문화 교류방안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의 구체적 현안(懸案)들도 협의했다. 이 시장은 내년부터 추진될 국제여객부두 건설 사업을 설명하고, 포항과 극동항만을 잇는 크루즈 운항 계획을 밝히면서 러시아중앙정부의 협력을 요청했다.

포항이 `영일만항 활성화`로 환동해 물류·관광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영일만항 국제여객부두 건설이 절실하다. 포항시 창조도시 운영위원회와 창조도시 추진위원회 물류산업육성분과에서도 국제여객부두 `사업의 규모성`보다는 `사업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사업규모를 축소하더라도 사업이 속히 추진되는 방안을 강구해 왔다. `사업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영일만항을 통해 사람과 물자가 오가고, 유라시아와의 문화교류가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국제여객부두가 건설돼야한다. 국제페리는 사람과 화물을 동시에 실어 나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영일만항~마이즈루항 간 `한일 국제페리 정기항로`가 개설된다고 하면, 대구와 경상북도 고부가 가치 화물 및 농산물을 당일에 운송 가능하다. 동시에 일본 관광객 유치로 `대경권 경제활성화`도 가능하다. 포항·경주·영덕·울진·울릉 관광연계벨트 조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나아가서는 훈춘~자루비노항~영일만항 항로 개설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극동 러시아, 동북3성 그리고 동남아 추가 항로 개설도 힘을 얻는다.

이처럼 국제여객부두 건설로 러시아, 중국, 동남아를 연결하는 물류·관광 네트워크가 구축되면서, 영일만항이 환동해 물류·관광 허브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포항시에서 세계삼보연맹이 주관하는 `세계삼보선수권대회`를 유치할 경우 그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날 것이다. 어찌 알겠는가? 이 대회 유치로 푸틴과 실로비키들이 `영일만항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