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규찬 6년만에 에세이 `거리에서…` 발간, 에피소드 40여개 담아

“저와 함께 테이블에 마주 앉아 커피 한잔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거죠. 그럼 저는 `조규찬은 이렇게 산다`고 이야기하겠죠. 그냥 그런 책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웃음)”가수 조규찬<사진>이 에세이 `거리에서, 문득`(안나푸르나)을 펴냈다. 책으로 그를 만나는 것은 2009년 `달에서 온 편지` 이후 6년 만이다.

1989년 제1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무지개`로 금상을 받으며 데뷔한 그는 `베이비 베이비`, `잠이 늘었어` 등의 히트곡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가수다. 그런 그가 노래가 아닌 책에서 음악, 방송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읊는다.

간결하면서도 여운을 주는 문장은 그의 본업이 가수라는 사실을 믿기 어렵게 만든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한 카페에서 `작가` 조규찬을 만났다. 그가 카페에서 글을 쓰는 모습을 연상해보니 가수로서 무대에 서는 모습만큼 퍽 어울렸다.

조규찬에게 노래가 아닌 책을 낸 이유를 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그냥 제가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가 서문에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조규찬이라는 사람의 내면을 촬영한 스냅 샷이다”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대전의 한 대학에서 강의하는 그는 작년 한 해 기차와 버스를 많이 탔다고 했다. 그러는 동안 내다본 풍경은 그의 내면 무언가를 그리워하게 했고, 그때 떠오른 단상들을 글로 남겼다. 그는 그 당시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단상이 떠오를 때마다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었다. 그것들이 에피소드 40여 개로 책에 담겼다.

조규찬은 “집으로 되돌아올 때 저에게 집중되는 시간이 있다”며 “가리는 것들을 다 벗어버리고 진짜 저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책은 유학부터 육아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지만 주인공은 유명인 조규찬이 아닌 인간 조규찬이다. 그런 탓에 쉽게 풀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들도 눈에 많이 띈다. 모든 이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지만 1회전에 탈락한심정, 2010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을 때 음악인으로 느낀 감정 등이 그랬다.

“사람 산다는 것이 생각보다 대단한 게 없더라고요. 결국 우리는 허무하게 꺼질수 있는, 단순한 행복만을 추구하는 존재더라고요. 그냥 가리고 살면 지치기 마련이니까 그런 거 다 걷어내고 싶었어요.”본업이 가수인지라 음악과 방송 활동에 대한 고민이 책에 자주 드러난다. `음악과 예능 사이`라는 별도의 코너도 눈에 띈다.

조규찬은 “미디어는 저 같이 음악하는 사람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며 “그미디어가 음악인이나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어떻게 적용되는지 바라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책은 가수 이소라에 대한 단상을 풀어낸 `이소라의 발견`이라는 에피소드로 끝을 맺는다. 이 에피소드는 책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이소라는 남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 뚝심 있는 아티스트에요. 또 다른 사람들에 의해 재단되거나 평가될 대상도 아니죠. 그런 사람을 제 책에 쓰게 됐는데 무게감을 반드시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책에는 그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도 다수 실렸다. 사진은 부인이자 동료 가수인 해이가 담당했다. 그가 똑 닮은 아들과 함께 스파게티를 먹는 모습만 봐도 한눈에 그가 `아들 바보`임을 알 수 있다. 부인만 포착할 수 있는 풍경이다.

초등학생 아들은 가수인 아빠가 책을 낸다는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아들이 이제 4학년인데 본인이 너무 바쁘다”고 조규찬은 답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니 음반이 아닌 책을 하나 더 쓰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조규찬의 책 발매 소식에 팬들은 앨범은 언제 나오느냐며 아우성이다. 그는 앨범은 아니지만 프로듀서, 작사, 작곡 등 여러 방면에서 음악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독자들이 다른 시공에서 저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떨려요. 다른 의도나 메시지는 전혀 없어요. 그냥 제 이야기를 편하게 들어주셨으면 해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