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최고 비경 `魚羅淵(어라연)`에 마음 빼앗겼네

▲ 영월 동강변에 아담히 자리잡은 잣봉. 그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동강 어라연의 비경은 일품이다. 여름날 동강을 따라 걷는 하산길 또한 탐방객들에게 흡족함을 가져다주는 코스다.
▲ 영월 동강변에 아담히 자리잡은 잣봉. 그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동강 어라연의 비경은 일품이다. 여름날 동강을 따라 걷는 하산길 또한 탐방객들에게 흡족함을 가져다주는 코스다.

사무실에서 무더위를 견디며 일하고 있는데, 휴대폰 전화가 걸려왔다. 모르는 번호가 찍혀 있어 받았더니 경산 산악회인데, 경북매일신문에 등산연재기를 보고서 전화를 냈다며 의논할 게 있으니 사무실에 찾아가도 좋으냐고 물어왔다.

65㎞ 굽이치는 강줄기 한눈에
동강 절경 감상에 최적의 산
강변 따라 트레킹코스도 일품
래프팅 인파로 즐거운 휴일풍경

그 일이 있고나서 며칠 후 약속한 날에 세분이 사무실로 필자를 찾아왔는데, 인사를 하고 통성명하다보니 경산사랑나눔산악회 장태희 사무총장과 지경분 총무 그리고 경산 연합회 회장 한분이었다. 그분들은 올해에 산악회를 만들어서 전국 유명한 곳을 다니고 있으며, 필자의 고향이 영덕임을 알려줬더니 경산산악회에서 지난달에는 영덕을 다녀왔다고 했다.

등산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와 산악회 활성화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눈 후 `전국 산행할 장소를 소개해 달라“기에 필자가 전국 각 지역으로 등산을 다니면서 경북매일신문에 올린 산행기로 만든 달력을 선물로 주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경산사랑나눔산악회 8월 정기등산 행사에 필자를 초청했던 것이다.

그래서 가게 된 곳이 강원도 영월의 잣봉이다. 잣봉 등산이지만 래프팅으로 소문난 동강 변에 솟아 난 작은 산으로 동강래프팅과 함께 전국 산악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약속한 날 아침에 등산 준비하고서는 승용차를 몰고 경산시내까지 갔다. 산악회 차가 출발지점인 경산시 보건소 앞에 도착하니 아침 6시반경이 되었는데, 사무총장이 나와 있어 반갑게 인사를 하고서 차에 올랐다. 고산역과 율하역을 돌아서 회원들을 타 태우고서 목적지로 향하던 중 칠곡 동명휴게소에서 들려 아침식사로 비빔밥에 냉채 국으로 요기를 마치고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서 영월로 향한다.

산행 가는 차안에서 모습은 어느 산악회의 경우나 같다. 총무가 오늘 가는 목적지에 대해 개략적으로 소개와 함께 인사를 하고나서 신입회원들이나 처음 동행하는 사람을 소개하는데, 오늘 모임의 회원이 아닌 필자는 간단히 인사를 했다.

그런 인연으로 영월 동강을 향해 가면서 강원도 땅에 진입해 차창 밖으로 보니 출발할 때와는 달리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태세다. 아니나 다를까 제천에서 영월로 가는 사이에 비가 쏟아지더니만 계속 쏟아지는데 워낙 많이 와서 기상정보를 알아보니 전국 다른 지역은 폭염주의보가 떨어졌지만 제천과 영월지방에는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고 한다.

10시반경 동강에 도착하니 다행히 비는 멈췄으나 언제 한 바탕 쏟아질는지 잔뜩 찌푸려있다. 일행들은 기념사진 촬영을 마치고서 조를 편성해보니 44명 가운데 잣봉 등산 팀과 동강 래프팅 팀이 반반씩 나누어졌다. 오후 4시에 포도원래프팅에서 만나기로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필자는 래프팅 팀원들과 헤어져 산행을 시작하는데 동산코스는 봉래초교 거운분교- 전망대- 잣봉- 어라연전망대- 만지고개- 동강변 트레킹 길을 걸어 봉래초교로 오는 길인데, 총 9.8km거리에 시간은 3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학교에서 등산로를 따라서 걷기 시작한다. 직진길에서 우회전하여 농가를 지나니 만지고개 삼거리가 나타나는데, 등산 안내판이 있다. 여기서 등산코스는 왼쪽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동강 변을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 어라연 길이다.

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들어 고개를 넘고 마을삼거리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접어들어 임도 숲길을 걷는다. 조금 더 걸으니 급경사 오르막길이 나타나고, 잣봉 주능선에 다다른다. 그 길을 걸어 길게 설치된 나무데크 길을 걸어 안부에 올랐다.

 

▲ 영월 동강탐방 앞에서 경산사랑나눔산악회 회원들과 기념사진.
▲ 영월 동강탐방 앞에서 경산사랑나눔산악회 회원들과 기념사진.

다시 등산을 이어가 전망장소에서 주변을 살핀다. 시원한 소나무 숲에서 곧게 뻗은 나무들을 보며 잠시 머무는데 마음이 불안하다. 금방이라도 하늘에서 비가 쏟아질 것 같기 때문이다.

산행을 갈 때마다 준비물을 철저히 챙기는데 이번은 무더운 여름 날씨임을 예상하고 비옷과 배낭 카바를 준비하지 않았는데 한마디로 필자의 실수다. 능선 아래로 펼쳐지는 어라연(魚羅淵)을 보면서 잣봉을 향해 오르는데 비가 다시 쏟아지기 시작한다.

적은 양의 비가 아니다. 빗줄기를 흠뻑 맞으며 한편으로는 시원하지만 우의를 착용하지 않고 걸으니 그동안 여러 해 동안 등산을 했던 필자로서는 부끄럽기도 하고, 또 왜 우의를 준비하지 못했을까 후회 막심하다.

그래도 달리 방법이 없지 않은가, 마음을 다잡으면서 빠른 속도로 잣봉을 향해 오른다. 여름날 빗속의 등산이라 좋게 생각하면 시원할 테고, 낭만이 될 수 있다. 그 생각을 하면서 잣봉에 올라보니 주위가 평평한 평지로 되어 있고, 정상석만 우두커니 서 있다.

잣봉(537m)정상 주변에는 잡목이 우거져 있고, 또 비가 내리고 있어 조경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정상석과 주변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서 서둘러 어라연 전망대쪽으로 내려선다. 몇 발자국 내려서니 다시 어라연이 소나무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데 흐린 날씨라 깔리는 구름으로 인해 더욱 신비감에 쌓여 있다.

흔히 동상변의 잣봉 등산이라 하면, 정상에 올라서서 저 아래 구비치는 동강을 한 눈에 보며 아름다운 어라연을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코스로 소문나 있다. 절벽에 뿌리 내린 채 멋진 자태를 자랑하는 노송군락 사이로 보는 동강은 천혜의 비경을 보여준다.

급경사를 내려서 삼거리를 지나니 전망좋은 곳이 나타나는데, 여기서 보는 동강과 어라연은 정말 멋지다. `고기가 비단결 같이 떠오르는 연못`이라는 뜻을 가진 어라연은 일명 삼선암이라고도 하는데, 옛날 선인들이 내려와 놀던 곳이라 하여 정자암이라 부르기도 하였다고 한다.

동강은 영월의 자랑이다.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1천563m)에서 발원하는 오대천과 정선군 북부를 흐르는 조양강이 합류하여 흐르는 동강은 영월군 영월읍 하송리에서 서강을 만나 남한강 상류로 흘러드는데, 길이 65㎞ 를 굽이굽이 돌면서 이 강의 수려한 자연경관은 소문나 있다.

전망대에서 삼거리로 되돌아 나가 아래쪽 동강방향으로 내려서서 동강변의 트레킹 코스로 나오니 비가 그쳤다. 강에는 래프팅 타고 강줄기를 따라 내려가는 사람들의 구령과 웃음소리로 강이 떠나갈 듯 들려온다. 다들 즐거운 휴일 풍경이다. 잠시 동강ㅈ변에서 휴식을 취한다.

`낯설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경산사랑나눔회 회원들과/ 첫 동행 산행인지라/ 왠지모르게 기분이 좋다./ 넉넉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영월 동강변 잣봉 행/ 8월의 하늘은 멋지다.//잣봉에서/ 내려다보는 어라연/ 얼마나 비경을 품었으면/ `고기가 비단결따라/ 떠오른 연못`이라 했을까/ 유유히 흐르는 동강을 따라/ 걷는길은 행복한 길이다`(자작시, `동강따라 걷는길` 전문)

동강변을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는 편안한 길이다. 만지고개까지 아름다운 강변길이 3km 이어지는데, 고개에서 다시 흙길 임도를 따라 나와 오전 산행시 걸어왔던 길을 따라 나가니 일행들이 보인다. 포도원래프팅에 시설돼 있는 샤워를 마친 후 홀가분한 기분으로 경산사랑나눔산악회가 준비한 2부 순서인 회원 화합의 한마당 행사에 참석한다.

돼지고기 수육과 과일, 주류가 준비돼 있었는데, 알고 보니 장 사무총장과 지 총무가 회원들을 위해서 준비하고 일일이 정성을 들여 만든 음식이라 한다. 회원들이 앉아서 행사가 진행되자 장 총장이 “8월에 생일 맞은 분은 앞으로 나오라”고 하니 여성 한분이 나간다. 산행을 마치고 나서 회원 화합 시간에 그 달에 생일을 맞이한 회원을 위해 생일케이크를 마련하고 생일송을 부르며 축하해준다고 한다.

필자에게도 차례가 주어졌는데 노래 대신에 인사말로 대신했다. 초대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평소 산행하면서 신념으로 새기고 있는 프랑스 등산가 폴베의 금언, “온갖 일들이 규칙적으로 묶여 있는 오늘날, 우리 생활 속에 남아 있는 비록 일시적이나마 완전한 자유로운 삶의 방식의 하나가 등산이다”을 이야기하면서, 산행하면서 정리했던 자작시 한 수를 낭송했다.

`제천, 영월지방에만/ 호우주의보가 내려/ 억수 같은 비를 맞으며/ 특별한 산행을 맛보거나/ 재미난 래프팅을 마치고/ 회원들이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산에 올라서, 혹은/보트를 타고 바라본/ 동강, 어라연의 비경들이/ 가슴마다 채곡 쌓였는데/ 여름날의 추억 만들기하며/ 한바탕 웃음꽃 피워내는/ 오늘은 정말 행복하구나.(자작시 `동강의 추억`전문)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낭송한 시의 내용처럼 영월지역으로 산행 와서 동강의 멋진 비경 속에서 일부 회원들은 등산을 하고, 또 일부는 래프팅을 즐기고 난 뒤 화합의 시간마저 가졌으니 분명 기분이 좋고 행복한 날이다. 이 행복한 시간들을 위해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봉사하는 산악회 장태희 사무총장과 지경분 총무의 헌신과 함께 열정을 다하는 회원 덕분이리라.

경산사랑나눔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지난 일요일 등산을 다녀오고 나서 구슬땀을 흘리며 산행기를 쓰는 이 순간에도 떠오르는 것은 여름날 한때 동강에서의 수놓았던 아름다운 추억이고, 억수처럼 퍼붓는 비속에서 당황해하면서도 산행하던 그때를 향한 풋풋한 그리움이다.
 

/글·사진=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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