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화원 거닐다 보면 야생꽃망울 톡, 톡, 톡

▲ `천상의 화원`으로 소문난 점봉산 곰배령은 사시사철 언제나 아름다운 고개마루다. 정상까지 완만한 길이 이어지니 산림자원의 보물산을 찾는 탐방객들에게 인기를 끈다.
▲ `천상의 화원`으로 소문난 점봉산 곰배령은 사시사철 언제나 아름다운 고개마루다. 정상까지 완만한 길이 이어지니 산림자원의 보물산을 찾는 탐방객들에게 인기를 끈다.

일주일을 기다려 산행하는 주말이면 가는 곳이 어느 산이든지 설렘으로 다가오는데, 이번에 다녀온 인제 점봉산 곰배령은 가기 전부터 기대가 컸고, 마음 설레였다.

언젠가 보았던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에서 주인공 가족들이 산언덕에 가득 피어난 아름다운 야생화 평원 위에서 노래 부르며 뛰놀던 모습과 또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가족들이 적지를 탈출해서 알프스 산을 넘는 그 평원에 가득 피어난 꽃들의 모습과 함께 평화를 찾은 안도감에서 환호하던 장면이 아직까지 필자의 뇌리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 장면은 잊을 만하다가도 필자가 산행하면서 산 평원이나 섬 어귀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장면들, 꽃들의 향연을 만나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멋진 장면들이 다시 떠올라 오랫동안 마음을 설레게 하는데, 이번에 다녀온 야생화들의 천국인 인제의 곰배령이 꼭 그렇다.

대구에서 산행지인 곰배령까지는 거리가 멀어 꼭두 새벽에 일어나 차량 탑승지인 장소에 오전 4시 반경에 가서 차를 타고 떠났지만 평소 가고 싶어 했던 곳이니만큼 피곤함은 감수해야했다.

잠이 모자란다면 차를 타고 가면서 잠시 수면을 취할 뿐인데, 먼 거리지만 자다 깨다가를 반복하다보면 어느덧 산행지 입구에 일행을 태운 차량이 도착한다.

곰배령 들머리가 있는 설피마을에는 아름다운 펜션들이 많다. 주말에 찾아오는 등산객들을 위한 숙소인데, 서울 등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토요일에 숙박한 후에 일요일 아침에 곰배령에 올라 천상의 화원을 즐긴다고 한다.

정확하게 오전 10시반경 차량은 곰배령 주차장에 도착했고, 필자는 점봉산생태관리센터로 가서 입산 절차를 밟는다. 신분증을 제시하니 안내원이 드림산악회에서 관리사무소 신청해준 명부를 확인하고 입산허가증을 교부해주어 받아 넣고는 여유 있는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코스는 통제소에서 시작해 약수터, 강선마을을 지나 곰배령 정상에 올랐다가 원점복귀하는데 왕복 10km거리로 4시간 정도면 가능하다. 올해 6월 1일부터 하산로 5.4km가 신설됐는데 그 길은 오르고 내리는 길이 다소 험악해 드림산악회가 정한 코스대로 따르기로 했다.

점봉산 곰배령, 이 지역은 탐방예약제가 시행되고 있다. 1987년부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고시해 년중 입산 통제하여 관리하고 있는 곳으로 이곳을 입산하려면 사전에 신청해야 하는데, 탐방인원은 하루 3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입산시기가 정해져 통제하고 있으니 사전에 점봉산생태관리센터(033-463-8166)에 연락하는 것이 좋다.

곰배령 산행길은 초입부터 여느 산행지보다 분위기가 좋다. 진동계곡 옆, 나무 그늘숲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이다. 발걸음을 옮기는 내내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 이따금씩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가지들이 움직이면서 잎들이 파르르 떨며 빚어내는 소리는 환상적이다.

녹음 짙어지는 나뭇잎에 햇살이 찾아드니 연록색으로 비치다가도 햇빛에 반사돼 물에 어리는 형형색색의 모양은 곰배령 정상 위 평원에서 이어질 아름다운 장면에 덧칠을 하는 것 같다.

분위기가 있는 오솔길을 30분 정도 걸으니 강선마을이 나온다. 예전에는 동네마을이 큰 화전민 마을이었다.

화전을 일구며 산나물과 약초를 캐며 생활하던 마을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마을 규모가 작아졌는데 지금은 열 가구 정도 산다고 한다.

 

▲ 점봉산 곰배령 전경
▲ 점봉산 곰배령 전경

곰배령을 오가는 길손들에게 산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나물전을 붙여서 팔고, 음료수 등을 팔면서 먹을 것도 팔면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아담한 강선마을을 이루고 있다.

동내를 지나서 내가의 징검다리를 건너면 곰배령으로 향하는 길이다. 사전 예약이 된, 입산허가증을 소지한 등산객들만이 입장할 수 있는 곳인데, 징검다리를 건너고 나면 계곡이 점점 계속 이어지면서 숲은 점점 깊어진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계속 산행길을 잇는다. 오르는 인원이 한정되다보니 그렇게 복잡한 길도 아니고 또한 등산길도 경사도가 거의 없는 완만한 길이어서 걷기도 편하다.

그래서 이곳에 오는 산행객들 중에는 초등학생들도 많은데 그만큼 험한 코스가 없다는 말이 된다. 물론 곰배령에 오르려고 찾아오지만 왕복 10km가 긴 거리라 여겨지면 강선마을까지만 왔다가 되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곰배령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평원이 서서히 넓어진다. 오는 차속에서 가이드가 지금은 여름 야생화가 피어나는 시기이지만 봄철에 비해 꽃이 많이 피어나지 않았다는 안내를 들은 터라 길을 걸어가며 야생화를 살펴본다.

산꽃에 대해 필자는 잘 모르지만 곰배령으로 오기 전에 사전 정보를 통해 야생화 등에 대해 알아봤다. 이곳 곰배령은 산림청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놓았는데, 이 일대에는 신갈나무숲과 거제수나무, 고로쇠나무 등 원시천연림이 많아 산림생태계로 국내 최고의 보전가치를 지닌 산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25종의 멸종위기식물과 쥐오줌풀, 곰취 등 다양한 야생초·야생화가 분포하고 있으며 한반도에서 자생하는 식물 가운데 20%에 달하는 약 8백 54종의 식물이 자라는 곰배령 일대에서 자라나고 있다.

그야말로 나무, 야생화 등 산림자원의 보물산이니 천상의 화원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사전에 익혀놓은 몇 종류의 야생화 이름들, 동자꽃, 구릿대, 산꿩의 다리, 노루오줌, 까치 수염 등 재미있는 이름의 야생화를 보면서 천천히 마지막 계단을 타고서 곰배령 정상에 도착했다. 축구장보다 더 넓은 평원이 여름하늘 아래 펼쳐지면서 야생화들의 천국을 이루고 있다.

`터리풀`은 하얀색에 분홍빛이 감싸고 있는 모양인데, 비슷하지만 붉은 색채가 더 선명한 `지리터리풀`도 있다. `산꿩의 다리`는 꽃줄기가 마치 꿩다리 같이 가늘다고 해서 붙어진 이름이고, 뿌리에서 노루오줌 냄새가 난다는 `노루오줌`도 분홍빛으로 곱게 피어나 있다.

야생화를 보다가 고개를 들어 산들을 바라보니 산이 많은 강원도 땅임을 단번에 알 수 있는데 첩첩산중이고, 겹겹이 산맥으로 길게 이어지고 있다. 필자가 올랐던 설악산 대청봉이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당시의 힘든 기억과 좋은 추억이 함께 떠오르니 감개가 무량하다.

어느 곳이든 정상의 경관들은 일품인데, 곰배령은 더욱 그렇다. 정상에 서서 보면 `곰배령` 이름 그대로 곰이 배를 하늘로 향하고 벌떡 누워있는 형상의 능선들이 한눈에 보이는데, 오늘따라 구름 속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니 이곳 전체는 초록 물감을 풀어놓은 듯 아름답다.

`산행길 초입부터 기분이 그리 좋았지. 아니 그 이전부터지 드림 산악회에서 주말 산행지를 곰배령이라 공지하고부터 내겐 설렘으로 다가왔지./ 다녀온 산객들이 동자꽃이며 구릿대, 초롱꽃이 무더기 되어 피어나는 여름날의 곰배령은 환상이라 말했지. 꽃들의 이야기를 듣느라 내사 시간가는 줄 몰랐지` (자작시 『곰배령, 꽃물결』 전문)

천상의 화원이라 하는 곰배령 정상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한정돼 있다.

우리일행들이 산행 들머리인 주차장에 오후 3시 50분까지 도착해야 한다.

늦어도 오후 2시에는 하산해야하니 여기 아름다운 들꽃정원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도 고작 1시간 정도니 필자는 야생화 단지 이곳저곳을 살펴보며 천혜의 경관 속에서 풋풋하게 다가서는 자연의 속살을 오랫동안 그려본다.

이제 하산할 시간인데, 새로 난 하산길 보다는 올라왔던 길로 내려서는 원대복귀할 계획이다. 점봉산 곰배령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오른쪽으로 계속 가면 점봉산이 나타난다.

점봉산은 한계령을 사이에 두고 설악산과 마주하고 있다. 화려한 산세로 이름을 날리는 설악산에 비해 점봉산은 `활엽수가 이룬 극상의 원시림`이라는 찬사를 받는 산으로 산 형세가 수수하다.

이번 산행은 곰배령까지 오르는 코스니까 점봉산에는 가지 못하는 것을 다소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영화처럼 펼쳐지는 곰배령 정상의 멋진 풍경을 마음에 가득 담으며 발길을 옮긴다.

`산행길에서 만나는/ 원시 계곡은 한 폭의 그림,/ 흐르는 물소리와/ 일렁이는 바람소리로/ 한결 더 시원하니/ 자연이 살아 숨쉬는 숲은/ 신기함이 가득한 꿈 밭.// 널찍한 평원 위에/ 지천으로 깔린 야생화/ 아름다운 들꽃 정원/ 이곳을 두고 다들/ `천상의 화원`이라 한다./ 곰배령에 오르면 누구나/ 영화 속 주인공이 된다.` (자작시, 『곰배령 풍경』 전문)

하산하면서 만나는 야생화에 눈길을 주면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에 휩쓸린다. 그것은 필자가 서두에서 언급한 `사운드 오브 뮤직`이란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알프스의 평원,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어난 곳에서 아이들이 뛰놀며 노래 부르던 그 장면이 겹쳐지기 때문이다. 세계 산 가운데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불리는 스위스의 알프스, 그 평원에서 전개되는 영화 속 장면은 정말 아름다웠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그 산만큼 천혜의 자연 속, 넓디넓은 평원으로 이어진 곰배령에서도 야생화들이 아름답게 피어나 있으니 곰배령에서 알프스 산을 연상해볼만하다. 그곳을 찾아가 한동안 자연의 품에 안기며 즐거워했던 산행객 일행들에게는 잠시나마 머물렀던 곰배령에서의 시간은 개개인마다 영화 속 주인공이 됐다는 느낌은 버릴 수 없었으리라.

흐린 날이었지만 바람 불어 계곡가 나뭇잎들이 흔들림의 환호를 받으며 `천상의 화원` 아름다운 고개마루를 오르내리던 때.

천혜의 원시림 숲을 거닐고 또 정상에서 만났던 야생화들의 천국, 그 여름날의 행복했던 순간이 가슴에 격동으로 아로새겨진 곰배령의 멋진 여행이었다.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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