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맛 입혀 육즙 제대로 잡은 등심

▲ 남구 효자동의 하누야.

“아휴~ 요즘 고기값이 너무 올라서 아무래도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지난 13일 남구 효자동의 `하누야` 이숙희 사장은 단골손님들에게 넌지시 가격 인상을 이야기하며 울상을 지었다.

그동안 포항에서만은 최저가임을 자부하며 합리적인 가격에 뛰어난 품질까지 지닌 한우로 놀라운 고기 맛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종전에도 `고기가 너무 싸서 남는 게 없다`며 끙끙 앓던 `하누야`는 결국 물가를 이겨내지 못하고 따라가게 됐다.

하지만 이곳 단골들은 `하누야`의 비장의 무기인 `등심` 때문에 비록 가격이 오르더라도 발길을 멈출 수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등심은 꼭 이 집에서 먹어야 한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하누야`가 자랑하는 등심은 일단 A+이상의 높은 등급으로 품질이 좋아 한 눈에 봐도 마블링이 조밀하고 상태가 신선하다. 고기를 주문하고 나면 흔히 보던 불판이 아닌 돌판이 등장한다. 이미 열에 달궈져 나온 돌판은 테이블 위 버너 위에서 금세 달아올라 고기를 얹자마자 맛있는 소리를 자아낸다.

숙련된 직원은 고기의 표면만 살짝 익힌 다음 한 입 크기로 먹기 좋게 자른다. 곧이어 “불 올리겠습니다”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실제로 눈앞에서 불이 공중에서 내려와 돌판 위에 내려 앉는다.

구름이 하늘에서부터 지상으로 내려온다면 이런 모습일까. 후끈한 열기와 함께 불은 돌판 위에서 잠시 머무르다 금세 사라진다.

열에 가한 등심은 이리저리 돌려 볶은 다음 마지막으로 토치를 사용해 한 번 더 열기를 더한다. 그제야 `하누야`판 등심이 완성된다.

이처럼 짧은 시간동안 센 불을 가해 겉은 쫄깃하면서도 속살은 부드러운 고기 맛이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이다.

화끈한 열기로 육즙을 제대로 잡은 덕분에 고기는 입안에서 사탕처럼 녹는다.

▲ 돌판 위에 얹은 등심에 불의 열기를 그대로 가해 육즙을 잡고 풍미를 더한 등심.
▲ 돌판 위에 얹은 등심에 불의 열기를 그대로 가해 육즙을 잡고 풍미를 더한 등심.

고기를 먹을 땐 어떤 재료와 곁들여 먹느냐에 따라 맛의 느낌이 확연히 달라진다. 사실 고기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지만 어떤 소스와 함께 먹는지에 따라 그 맛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집 등심은 마블링이 좋아 씹을 틈도 없이 부드럽게 녹아내리 때문에 다른 소스나 재료가 굳이 필요하진 않다. 된장처럼 맛이 강한 소스보다는 소금에 찍어 먹거나 가볍게 양파채와 곁들여 먹으면 등심이 선사할 수 있는 최상의 풍미가 그대로 전해진다.

고기집에서의 피날레는 단연 식사류의 몫이다. 그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바로 한냄비된장. 이름 그대로 두부와 야채, 고기 등 재료를 아낌없이 한데 넣어 끓인 된장찌개인데 그 양이 무척 푸짐하다.

`이 집에 좀 와봤다`하는 사람들은 여기에 국수사리 혹은 밥을 풀어 먹는다. 고기 먹은 뒤 입가심하기엔 이만한 것이 없다. 국물이 자박해질 때까지 좀 더 걸쭉하게 끓여 먹으면 입 안의 기름기까지 개운하게 거둬낸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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