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명수<br /><br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영화 `암살`은 화석화되어버린 역사의 인물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영화다. 또한 역사의 중요한 시기를 다시 불러내 `그 현재적 의미`를 되새기도록 하는 영화다. 아울러 역사·문화 콘텐츠에 상상력과 스토리가 입혀질 때, 그것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증명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암살`이 1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질주를 하고 있다. 이 영화의 배급을 담당한 쇼박스 측은 광복절인 15일, 오전 8시에 `암살`이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1930년대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상하이 임시정부와 의열단이 일본군 사령관과 반민족 친일자본가를 암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필자는 우선 `여성 스나이퍼(저격수) 안옥윤의 삶과 운명`이란 코드로 이 영화에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는 1930년대 민족운동사 차원에서 `염석진을 매개로 한 김구와 김원봉의 관계 코드`로 접근 가능하다고 본다.

필자가 최고로 꼽는 스나이퍼 영화로는`에너미 엣 더 게이츠(Enemy At The Gates, 2001)`다.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242명의 적군을 사살한 소련군 스나이퍼 바실리 자이체프를 그리고 있다. 한편 안옥윤을 보고 있노라면 탁월한 저격능력으로 붉은 별 훈장을 받은 러시아 여성 스나이퍼 리디아 구도반트세바가 떠오른다. 안옥윤을 스나이퍼로 설정하고 1891년 러시아군 주력 소총인 모신나강을 사용하도록 한 것은 여주인공을 더 돋보이게 하는 장치다. 안옥윤에게 길이 약 127㎝, 무게 5㎏인 모신나강이 무겁게 보이기보다는 몸의 일부처럼 보이고, `저격을 위해 끼던 안경의 금이 간 한쪽 안경알`과 함께 그녀의 삶과 운명을 대변하는 상징물처럼 여겨진다.

안옥윤이란 인물의 원형으로 추정되는 이는 대체 누구일까? 여성독립지사 남자현이라고들 한다. 1873년 영양군 석보면에서 태어난 남자현은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건너갔고, 1926년 사이토 총독 암살시도를 기점으로 무장독립투쟁에 나선다. 1933년 일제 만주국 전권대사를 처단하려다 체포돼 17일간 단식투쟁을 벌이다 그해 8월 하얼빈에서 순국했다. 안옥윤으로 인해 여성독립지사들이 새롭게 인식되고 재조명되는 건 참 반가운 일이다.

이제 영화 `암살`을 1930년대 민족운동사 차원에서 조망해 보기로 하자. 1930년대 후반기부터는 독립운동 노선이 좌우익을 막론하고 `민족연합전선`을 지향했다. 이 영화에서 일본 요인 암살을 위해 상하이임시정부의 김구와 의열단의 김원봉(조승우 분)이 만나는데, 이 장면은 좌우익의 `민족연합전선`을 연상시킨다. 일각에서는 이 영화가 공산주의자 김원봉을 미화했다고 비판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의열단과 김원봉을 재조명했다고 치켜세운다. 필자는 항일독립운동사, 민족운동사 차원에서 의열단과 김원봉의 역할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해방이후 김원봉의 행적에 대해서도 섣부르게 미화하거나 과격하게 배격하지도 말자는 입장이다.

`한국공산주의 운동사1`에 나타난 보고서들은 공산주의(자) 입장에서 작성돼 과장된 측면이 농후하다. “민족혁명전선에서 직접 투쟁하는 단체는 남북만주에서 테러운동을 하는 김원봉 일파의 의열단, 또는 신민부, 혹은 통의부 밖에 없다”고 적고 있다.

`광복70년 미래30년 통일대한민국`을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다시 진영논리에 갇혀 `이념논쟁의 뿌리털`을 만지작거릴 수는 없는 일이다. 좌익과 우익, 진보와 보수,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을 포월하는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지 다시 생각하게끔 하는 영화가 바로`암살`이다. `암살`의 1천만 관객 돌파가 국민대통합의 단초이자 돌파구가 되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