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순례
흥해읍 `청솔속초3대 메밀국수`

▲ 북구 흥해읍의 청솔속초3대 메밀국수집.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들을 다녀보면 진짜 `맛집`만의 공통점을 몇 가지 찾을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외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눈 크게 뜨고 몇 차례 고개를 두리번거려야 비로소 식당을 발견할 수 있다. 주린 배 움켜잡고 얼마나 힘겹게 찾느냐에 따라 요리의 맛은 배가 된다. 간판도 제대로 된 곳이 잘 없다. 음식 맛과는 달리 식당 외관은 초라하기 일쑤다. 보통 이런 곳은 몇 대째 가업을 이어 식당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 단출한 2~3가지의 메뉴 역시 진정한 맛집으로서의 뚝심을 보여준다.

북구 흥해읍의 속초3대전통 메밀국수 집은 이러한 맛집의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다. 단골들은 이곳에 첫 발을 디딘 날을 떠올리며 `이런 곳에 식당이 정말 있나` `국수를 팔긴 하나`싶어 의아했다고 입을 모았다. 3대째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이 식당에는 메밀국수, 비빔국수, 메밀전 단 3가지 메뉴뿐이다.

중절모를 쓴 70대 시민 구모(북구 흥해읍)씨는 “아들 내외랑 처음 이곳을 찾아오던 날 도대체 어딜 가는가 싶어 수십 번을 물어봤다”며 “간판도 허름해서 식당이 맞나 싶었는데 국수 맛을 보고 나니 `아차` 싶더라”고 말했다.

식사 시간대마다 시장통을 방불케 하는 이곳의 인기메뉴는 단연 메밀국수다. 넓적하고 둥근 그릇엔 삶은 달걀 반쪽과 채 썬 오이, 김 가루 외엔 별다른 고명을 얹지 않고 오직 메밀면과 육수로만 승부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 메밀 함량이 높아 면발이 까끌까끌한 메밀국수.
▲ 메밀 함량이 높아 면발이 까끌까끌한 메밀국수.

메밀향 머금은 면발은 까끌까끌하면서도 툭툭 끊어지는 묵직한 식감을 전한다. 면을 들이키면 `호로록`이 아닌 `뚝뚝`하고 떨어진다. 비교적 면발이 질기고 쫄깃한 냉면과는 달리 입안 가득 알차고 되직하게 메꿔 유난히 머리 희끗한 손님들로부터 인기가 많다. 여기에 열무김치 몇 가닥 얹어 먹으면 아삭거리는 소리와 함께 새콤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더해져 침샘을 더욱 자극한다.

특히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하게 깊은 맛으로 입맛 돋우는 육수는 여름철 별미로 꼽히는 메밀국수의 진가를 높이는데 한 몫한다. 이 맛에 비빔국수보다 “물 국수 곱빼기요~”를 외치는 목소리가 더 잦게 들린다. 모든 국수는 일반과 곱빼기로 양을 조절해 주문할 수 있어 반드시 식사 때가 아니더라도 요기하기에 제격이다.

주부 이화연(57·북구 장성동)씨는 “여름은 다양한 종류의 면 요리를 골라먹는 즐거움이 가득한 계절”이라며 “특히 요즘처럼 푹푹 찌는 날엔 면발의 생동감이 넘치는 메밀국수야말로 더위를 날리는 진정한 여름국수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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