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획취재
포항 음식물 처리 이대로 좋은가

▲ 울산 BIT 바이오가스 시설 전경.

울산BIT 바이오가스화 성공사례 꼽혀

국내 1호 폐기물 해양배출업체
음폐수에서 미생물 분해
하루 250t 바이오가스 추출
SK에너지에 공급 年 72억 절감

대구 페놀사태때 기술 필요성 절감
혐기성소화 기술 9년간 연구 몰두
처리시설 건립에 500억 투자

글 싣는 순서

① 포항시 음폐수 처리 현주소
② 국내 음식물류 바이오가스화 사업실태
③해외사례로 본 개발대안-영국
④ 해외사례로 본 개발대안-영국
⑤해외 기술 도입 10여년 공과
⑥ 포항시 음식물류 처리 정책방향 제언

□바이오가스사업 1960년대부터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지원에 나선 수원시농촌지도소는 69년5월초 두부공장의 연료비를 줄일 목적으로 가축의 분요에서 생성(生成(생성)되는 메탄가스를 연료로 대체하는 묘책을 착안했다. 농촌지도소는 우선 이 부락을 메탄가스이용 시범부락으로 선정, 국비 1백60만원과 시비 65만원을 보조했으며 주민들도 따로 2백만원을 보태 도합 4백25만원으로서 지난 7월말까지 모두 1백10개 메탄가스탱크를 설치했고 지난해 8월 13일 김인환 농촌진흥청장 남봉진 경기도지사 이병희 국회의원 등 유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메탄가스점화식을 성대히 가졌었다...”. 매일경제 1971년 1월 5일자 8면 `위생마을 수원율전동` 제하의 기사 중 일부다.

우리나라의 바이오가스 사업은 이미 1960년대 후반부터 진행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오가스의 선진국인 독일 등 유럽도 마찬가지다. 유럽 여러 국가들도 초기에는 축산 분뇨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채집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계기로 음식물쓰레기, 음식물폐수, 하수슬러지 등 유기성폐기물로 확대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1970~1980년대 산업발전의 원동력이던 석탄 산업이 본격화되면서 석탄은 산업체 연료는 물론 일반 가정에서의 난방과 취사용 열원으로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 한 반면 바이오가스화 사업은 일부 축산농가에 국한되고 말았다. 여기다 가축분뇨 등에 함유된 암모니아 독성작용, 부식가스로 인한 장치관리의 어려움 등의 문제로 기술 개발에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바이오가스 해외 기술 도입 10여년 안팎

전 세계는 지구온난화 등 화석연료가 부른 재앙이 커지면서 대체에너지 개발에 눈을 돌렸다. 우리나라 역시 세계 10위의 에너지 소비국이지만 에너지 자립도가 낮아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수소, 연료전지, 태양, 바이오, 천연가스 등 신·재생에너지를 확대 생산, 보급함으로써 에너지 수입 의존율을 낮추는 방안을 강구한다. 환경부는 2009년 저탄소에너지 생산, 보급을 위한 `폐자원 및 바이오매스 에너지 대책 실행계획`을 마련해 저렴한 비용으로 신·재생 에너지 공급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유기성 폐자원(음식물류 폐기물, 하수슬러지, 가축분뇨)에너지 분야에 `음식물류 폐기물 바이오가스화 사업`을 포함 추진한다. 이로 인해 음식물류 폐기물 공공처리시설이 필요한 지역 등의 지원 대상 및 기준에 따라 보조금을 교부하는 방식으로 바이오가스 사업을 진행한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부는 지난 1997년부터 음식물류, 가축분뇨, 하수슬러지 등의 유기성폐기물의 병합소화처리를 통한 에너지화 관련 연구 개발을 착수했다. 그러나 음식물쓰레기 등 유기성폐기물 바이오가스화 사업이 실질적으로 진행된 것은 정부 보조금이 교부되는 2009년 시점에 앞선 2006~2007년께로 보면 된다. 이는 정부 예산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려던 관련 업계의 노림수라는 게 업계 전반에 걸쳐 알려진 공공연한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기업들이 유기성폐기물의 핵심인 혐기성소화에 대한 지식 없이 해외 기술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데 있다. 혐기성소화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기업들이 음식물쓰레기 등 유기성폐기물에 대한 에너지 사업에 뛰어 들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혐기성소화를 통해 바이오가스를 뽑을 만한 기술이 거의 없어 해외 기술을 그대로 들여왔다”고 털어놨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동대문구 자원화 시설이 그것이다. 2010년 12월 동대문구 음식물류 폐기물 바이오가스화 시설이 준공됐지만 지금까지도 제 가동을 하지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 시설에 적용된 기술은 유럽에서도 바이오가스화 선두주자였던 벨기에 OWS사로부터 도입된 건식 혐기성소화설비인 드랑코 공법이 적용됐다. 당시로서는 세계 최고의 바이오가스 기술이 접목됐었다. 하지만 서울 동대문구의 자원화시설은 실패작으로 남으며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감사원도 서울 동대문구 자원화 시설이 국내 바이오가스화 기술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해 운영관리 부실로 가동이 중지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 울산 BIT 김방열 이사가 음식물폐수의 최종 결과물인 처리수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울산 BIT 김방열 이사가 음식물폐수의 최종 결과물인 처리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바이오가스 수준

바이오가스화 관련 기술 분야 특허는 2010년 10월 기준 일본 551건, 미국 361건, 우리나라 241건, 유럽 117건 순서로 우리나라는 유럽보다 많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감사원을 밝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폐자원 및 바이오가스 에너지화 관련 기술 수준은 최고기술보유국 대비 66~72% 수준으로 최고기술보유국과의 기술 격차는 6~7년 정도가 난다. 특히 유기성폐기물 성상에 대한 자료구축 미흡, 바이오가스 생산공정의 안정화 및 운전기술의 효율성 부족, 실증기술의 상용화 경험 미흡, 바이오가스 정제 기술 수준 미흡 등이 주요 문제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포항시음폐수병합처리 시설은 당초 바이오가스를 생산토록 설계를 한 것은 아니지만, 미생물의 복잡한 반응과 유입 수질 농도 등 유기성폐기물 성상에 대한 이해 부족이 만들어낸 졸작이라고 봐도 무관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울산(주)BIT, 바이오가스화 사업 개척 앞장

정부가 사회간접자본을 통해서 제공 해야 할 서비스를 추정, 기획하고 재원조달과 운영 및 관리를 담당하는 방식인 재정사업으로 추진된 국내 음식물류 폐기물 바이오가스화 시설 사업의 성공 사례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울산(주)BIT는 국내 바이오가스 사업이 나아가야 할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울산 남구 용잠동에 위치한 BIT는 1986년 국내 1호 폐기물 해양배출업체이자, 신·재생에너지(바이오가스) 업체이다. 이 업체는 정부 정책에 따라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각종 폐기물을 해양배출을 해 왔다. 그러나 BIT는 지난 2007년부터 음식물쓰레기, 음폐수 등을 육상처리 할 수 있는 시설 개발에 나서며 업종 전환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에 독일의 한 업체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2010년부터 폐수에서 바이오가스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건립, 2012년 1월부터 바이오가스 시설을 본격 가동한다. 음식물폐수에서 미생물 분해를 통해 하루 250t 규모의 바이오가스를 추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생산한 바이오가스를 발전기를 거친 뒤 스팀을 생산, SK에너지 울산콤플렉스에 공급하고 있다. SK 에너지측은 하루 250t 가량의 바이오가스로 벙커C유를 대체하면 연간 72억원 에너지비용 절감 효과를 얻는 것으로 분석했다.

BIT는 혐기성소화 기술을 얻기 위해 9년간의 연구 개발 과정을 거쳤고, 바이오가스 생산과 음폐수 처리 시설 건립으로 500여억원을 투입했다. 해양배출업을 통해 수십 년간 벌어들인 재산을 이 시설 건립에 모두 쏟아 부은 것이다. BIT 주영호 회장은 “폐수, 음식물쓰레기 폐기에 따른 관련법이 미비했던 1990년대 초, 대구폐놀사건이 터졌다. 이를 계기로 음식물쓰레기, 폐수 등을 처리해 대체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회상하며 “이후 해외 여러 곳을 둘러보며 우리나라에서도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게 됐다”며 사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 자체의 혐기성소화 기술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가스 추출을 위해 독일, 이탈리아 등 선진 국가의 기업체와 많은 협의했다. 그러나 해외 기업들은 바이오가스 추출의 핵심인 혐기성소화조 시설을 건립해준다는 계약을 내밀었지 기술을 이전해 준다는 곳은 없었다”고 토로하며 “이런 와중에 독일의 한 업체로부터 혐기성소화 기술의 도면을 구매했고, 이를 토대로 축소모형을 만들어 혐기성 소화조의 기술을 이해하는 등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현재 시설을 건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기태기자 kkt@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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