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해체기술연구센터 부지 유력후보 중 하나인 경북지역에 위치한 한울원전 5, 6호기 전경.                                                                                                                                                                    /한울원전본부 제공
▲ 원자력해체기술연구센터 부지 유력후보 중 하나인 경북지역에 위치한 한울원전 5, 6호기 전경. /한울원전본부 제공

1천473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인근 산업단지 조성과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는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 유치전이 경북과 대구의 `연대`로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약화에 나서고 있고 각 지자체도 엄청난 파급력을 고려,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어 자칫 `제2의 남부권 신공항`사태 재연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050년 누적 기준 약 1천조원으로 추산하는 원전 해체 시장의 규모가 말하듯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원해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경북도·대구시 상생 유치협력
부산·울산 공동TF 구성 적극
자칫 `제2 신공항` 사태 우려도

1천473억 들여 2019년 건립 예정
방사능 물질 적어 위험시설 아냐


□ 1천조원 시장 … 성공국가 美·獨·日 뿐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는 1천473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7천550㎡의 규모로 건립돼 오는 2019년부터 가동된다. 원해연은 제염부터 핵폐기물 처리까지 원전 사후처리 전 과정(back-cycle)을 연구할 수 있는 대규모 설비를 갖추고 기술 개발 및 검증 역할을 맡는다.

우리나라는 제염(방사성 물질 제거)·해체·절단·철거 등 원전 해체 기술 38개 가운데 17개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으로 기술력은 선진국 대비 70%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부 분야 별로는 △제염(70%) △해체 준비(80%) △절단(60%) △폐기물 처리(80%) △환경복원(60%) 등이다.

정부는 2021년까지 1천8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미확보한 원전 해체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영구 정지된 세계 각국의 원전 149기 가운데 19기만 해체(13%)가 완료됐다.

원전 해체 경험을 가진 나라는 아직 미국과 독일, 일본 뿐이다. 우리나라가 이 기술을 키워 세계 시장에 진출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원해연 유치 지역은 원전해체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기술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게 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원해연에서는 실험적으로 개발된 해체 기술을 공학적으로 검증해 상용화시키는 일을 할 예정”이라며 “극히 적은 양의 방사능 물질만 취급할 뿐 위험 시설은 아니다”고 말했다.

□ `대경` VS `부울`… 최종승자는

서로 인접한 지역인 부산과 울산은 공동 TF팀을 구성하고 공동 유치를 노리고 있으나 어떤 지자체가 중추지역이 될 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부산은 기장군의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결정이 원전 해체기술 시장 선점에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대응방안 수립과 이를 추진할 원자력산업팀을 신설했다.

기장군은 남권 원자력의학원, 중입자가속기, 수출용 신형연구로 등 원자력 비발전 분야 대형 국책시설이 밀집한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일반산업단지` 일원에 연구센터를 입주시킬 계획을 세우고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울산도 지난 2월 원전 해체기술 분야에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할 울산원전해체기술연구협회 구성해 본격적인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울주군은 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해 울산시민 47만명의 서명지를 지난 4월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3개월간의 짧은 기간에도 시민의 유치 열망이 적극 반영돼 당초 목표 대비 157%인 47만2천320명이 참가하는 놀라운 결과로 나타났다.

경북은 한울, 월성원전에 국내 원전 23기 가운데 절반 가량인 11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과 중·저준위 방폐장이 경주에 있어 연구 과정에서 나오는 방폐물을 처분하기 좋다는 점을 강조하며 유치전에 참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함께 유치경쟁을 벌이던 대구를 흡수하면서 지역 상생발전이라는 명분이 생기면서 유치경쟁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남, 전북, 광주, 강원 등 나머지 지자체들도 지역 균형 발전 등을 내세우며 유치에 나서고는 있으나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원해연 입지를 제3의 지역으로 선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고준위방사선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부지를 2020년까지 선정해야 하는데 정부가 원해연을 인센티브 성격으로 처분시설과 패키지형태로 묶어 의사결정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연관성 측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원자력해체기술연구센터 경주 유치를 위해 경북도, 대구시, 경주시가 참여한 협약식.(왼쪽부터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 이인선 경북도 경제부지사, 김남일 경주시 부시장)                                                /경북도 제공
▲ 원자력해체기술연구센터 경주 유치를 위해 경북도, 대구시, 경주시가 참여한 협약식.(왼쪽부터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 이인선 경북도 경제부지사, 김남일 경주시 부시장) /경북도 제공

포뉴텍 포항이전 무산 경북도 “영향없다” 자신

수개월간 이어지는 치열한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 유치 경쟁에서 원전 관련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인 ㈜포뉴텍의 울산→포항 이전 무산이 변수로 작용할 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 울산 `유리한 고지 선점` 자평

포뉴텍은 장기간 부실 상태였던 삼창산업을 인수해 원전 제어계측, 에너지기술용역, 원자력발전시설 개보수 등에 기술력을 확보하게 됐으며 연간 매출액이 500억원에 이른다.

울산시는 지난 20일 포스코ICT의 자회사인 포뉴텍이 애초 포항으로 본사를 이전하려던 계획을 철회, 울산에서 기업활동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울산시에 따르면 포뉴텍은 최근 기업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울산시 남구 달동 소재 본사 건물을 매각하고 모기업인 포스코ICT가 소재한 포항시로 본사를 이전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울산시는 원전 제어계측 분야의 기술과 인력을 보유한 향토기업인 포뉴텍이 원해연 유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타지역으로 이전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한 결과, 이전을 철회하고 북구 매곡동 울산과학진흥센터로 본사를 이전키로 했다고 밝혔다.

□ 경북도·포항 “큰 변수 안돼”

하지만 포항시와 경북도의 입장은 다르다.

2일 포항시에 따르면 이 회사의 경영진은 그동안 노조와 지역의 반발 여론을 우려해 수면 아래에서 본사 이전을 협의했다. 하지만 시는 흥해읍의 포스코ICT 본사에서 경기도 기흥으로 이전한 포스코LED의 사무실이 비어 있어 이전을 위한 회사 측의 명분과 실리가 충분해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자신했다고 한다.

또 이 같은 사옥 이전은 단지 고용 유발 효과를 위한 것일뿐 원해연 유치전과는 아무런 관련 없이 추진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2월께 이전 계획이 새어나가 울산에 알려지면서 차질이 생겼지만 아직까지 경북도로 부터 별다른 반응이 없을 만큼 파급이 미미하다는 것이 포항시의 설명이다.

김영규 포항시 일자리창출과장은 “원해연 유치와 포뉴텍 이전을 연관시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며 과장”이라며 “누적적자 외에도 매년 적자 규모가 60억여원으로 파악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포스코의 개혁안 발표로 인해 정리 대상 1~2위로 예상되는 만큼 매달릴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도 “굳이 포뉴텍이 원해연 유치에 필요하다면 본사 이전 추진의 당사자는 경북도와 경주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북도도 포뉴텍은 원해연 유치에 그다지 중요한 변수가 아니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원해연 유치지역을 결정하는 기준으로는 대학, 연구기관 등 R&D 인프라와 함께 접근성, 정주여건 등이 포뉴텍과 같은 산업체 입주여부보다 훨씬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현재까지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원해연 유치지역에 대한 명확한 선정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유치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이미 지난 4월부터 한전KPS,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전력기술, 두산중공업 등 국내 원전 핵심기관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포뉴텍 이전 실패는 우려할 만한 요소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임재현기자 · 박동혁기자

    임재현기자 · 박동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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