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마다 반복되는 불미스러운 일들이 올해도 이어진다. `메뚜기 유월 한철`이라 하지만, 바가지요금은 여전하고, 계곡을 찾는 피서인파는 쓰레기를 그냥 버린다. 바다와 강과 계곡이 몸살을 앓는데, 자치단체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폭염 속에서 계몽활동에 나서지만, 시민의식은 여전히 낙제 수준이다.

도심의 피서지인 영일대해수욕장에는 여전히 무질서가 난무한다. 장애인주차장에 차를 대고, 2중주차를 자행한다. 쓰레기 투기는 고질적이다. 술병과 음식쓰레기들이 함부로 버려져 쌓이고, 텐트 취사 야영은 따로 장소가 정해져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금지구역에 텐트를 치는 피서객들이 많아 시비가 잦다.

불빛축제가 벌어지는 영일대해수욕장 인근 숙박시설은 바가지요금으로 포항의 이미지를 훼손시킨다. 평소 5만원 하던 1박 방값이 15만원으로 뛰고, 바다가 보이는 방은 20만원이다. 방에 앉아서 불빛축제를 보는 가격 치고는 너무 심하다며, 포항행을 포기하는 외지 손님도 많다고 한다. 포항은 그래도 `자릿세`가 없지만, 부산 불빛축제가 벌어지는 광안리해수욕장에서는 인근 숙박업소, 커피숍, 식당, 미용실 등에서 자릿세를 받는데, 적게는 1, 2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이다.

청도지역의 강과 계곡은 여름철 마다 된몸살을 앓는다. 강물이 맑고 계곡의 경치가 좋아서 피서객들이 많이 몰리는 고장인데, 이를 틈탄 상인들의 불법행위가 극성이다. 특히 운문면 삼계계곡 일대 음식점들은 강에 평상을 설치하고, 물줄기를 막고 물을 가두어 물놀이장을 만들고, 하천부지를 무단 점유해 자릿세를 요구하고, 불법공작물을 설치하고, 오물투기 오폐수 무단방류, 민박·펜션의 불법 구조물변경등이 기승을 부린다. 청정지역 청도의 이미지를 결정적으로 훼손하는 일이어서 군은 철저한 단속을 벌이고 있다.

열대야가 시작되고 불쾌지수가 높은 지금이라 짜증 날 일도 많지만, 공무원들의 임무 수행 과정에서 시민에 불편을 준다며 항의를 하는 일은 너무나 저급한 시민의식의 발로이다. 26일 저녁시간대에 포항의 한 아파트 20층에서 40대 남성이 투신자살 소동을 벌인 적이 있는데, 경찰관과 소방대원들이 출동해서 3시간 가까이 설득작업을 벌였다. 그런데 일부 아파트 주민들이 “소란스러워서 안면을 방해한다” “대형 매트리스에 바람 넣는 모터 소리가 시끄럽다” “아파트 전기를 누구 허락받고 쓰느냐” “언론에 보도되면 집값이 떨어지니 보도진 나가라” 등등 항의때문에 출동한 공무원들이 근무의욕을 잃을 정도였다. 이 폭염에 궂은 일 하는 공무원의 고충을 헤아리지 못하고, 자신들의 작은 불편을 못 참는 이 저급한 시민의식과 극단적 이기주의는 분명 문제다. 외지 손님을 많이 맞이하는 포항의 시민들은 특히 성숙된 시민의식을 배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