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득<br /><br />편집부국장
▲ 김명득 편집부국장

철강도시 포항에 모처럼 입에 딱 맞는 부시장이 왔다. 지난 3일 포항시 부시장으로 발령받은 이재춘(58) 부시장. 그는 경제통이다. 행정직이 아닌 기술직(건축)인데다 35년간의 공직생활 대부분을 건축, 도시개발 등 경제 분야에서 줄곧 일해 와 경제부시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잘 어울리는 표현인 것 같다.

포항시에 행정직이 아닌 기술직 부시장이 부임해 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쩌면 현재 포항시가 처해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행정직 보다는 기술직 경제부시장이 부임 해 온 것이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6일 이 부시장에게 2급 이사관 사령장을 준 뒤 그를 건축분야 전문가라고 소개하면서 포항시의 경제 분야 전반에 걸쳐 부시장의 역할과 권한, 책임론을 강조했다. 필요하다면 해당분야 적임자의 인사권과 시간, 절차를 줄일 수 있도록 전결권도 부여할 생각이라며 그에게 힘을 실어 줬다. 시장이 미처 들여다보지 못하는 경제 분야의 세세한 부분까지도 맡아 달라는 부탁이었다.

경제부시장이 포항으로 오게 된 배경도 관심사다. 이 시장이 김관용 도지사에게 경제통(부시장)을 보내 줄 것을 누차 요청했고, 김 지사가 이를 흔쾌히 수락하면서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이 부시장이 그동안 걸어온 길을 보면, 1981년 7급으로 첫 공직에 입문해 울진군청 새마을과 건축담당으로 일하다 1985년 경북도 주택과, 1995년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하면서 포항시 북구청 건축과장으로 재직했다. 이후 1997년 구미시청 주택·건축과장, 2002년 경북도청 안전정책과, 2008년 4급 서기관으로 승진하면서 경주엑스포 관리부장을 2년 맡았다. 2010년 경북도 건축지적과장, 2012년 3급 부이사관으로 승진하면서 건설도시방재국장 역임 등 주로 경제 분야만 맡아왔다.

그는 첫 근무지 울진군청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당시 업무 총괄과 백암온천 조성개발계획을 맡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경북도 SOC사업 동해안 프로젝트의 총괄을 맡아 기본 틀을 세웠고, 동서5축 고속도로 조기건설, 포항~삼척~나진을 거쳐 러시아~런던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등과 동해선철도를 연결하는 프로젝트 안을 짜낸 실력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그에게 거는 기대감이 더욱 큰 것이다. 지금 포항시는 두호동 롯데마트 문제, 구 포항역 주변 도심권 개발을 위한 도시재생 사업, 포스코 석탄화력발전설비 건설, 포항운하 주변 부지매각, 국가산단 블루밸리 조성, 호미곶·구룡포 일대 종합관광단지 개발, 두호동 마리나항 개발 등 굵직굵직한 현안과 난제들이 많다. 대부분 경제 관련분야여서 그의 역할론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이 같은 현안을 이 시장이 혼자서 감당해 내기는 벅차다. 특히, 건설·도시개발 등 경제 분야는 더욱 그렇다. 이 분야 전문가인 경제부시장이 그 역할을 어느정도 맡아 줘야 한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두호동 롯데마트 건이 어쩌면 그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일지도 모른다. 박승호 전 시장이 미결(未決)로 남겨놓은 골치 아픈 이 문제를 경제부시장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최종 결정이야 물론 이 시장이 내리겠지만 그 과정의 역할은 경제부시장이 챙겨야 할 몫이다.

그는 부임한 이후 포항의 여러 곳을 둘러봤으나 모두가 “죽을 지경”이라며 아우성치고 있다고 했다. 포항시민들과 기업인들에게 새 희망의 메시지를 안겨주고, 아직도 굳게 닫혀 있는 공직자들의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하는 것도 그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경제부시장의 `솔로몬 해법`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