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살충제 음료수` 사건 할머니 1명 숨져
조용한 농촌마을이 한순간에 아수라장 변해
현장 마을회관 앞 CCTV없어 경찰수사 난항

▲ 경찰이 음료수 독극물 사건이 발생한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에서 탐문수사와 수색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평화롭고 조용하기만 하던 한 농촌마을이 독살 추정 사건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지난 14일 오후 3시 43분께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음료수 1병을 나눠 먹은 할머니 6명이 중태에 빠진 사건<본지 15일자 1면 보도>이 충격을 주고 있다.

15일 오전 7시에는 김천의료원에서 치료를 받던 정모(86)할머니가 끝내 사망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피해 할머니들은 사고 하루 전인 13일 초복을 맞아 마을주민들의 회식 후 남은 음료수 등을 나눠 먹기 위해 7명이 모였다가 1명을 제외한 6명이 1.5ℓ음료수를 마시고 변을 당했다. 박모(83) 할머니는 늦게 도착한데다 자택에서 마를 갈아 마신 탓에 음료수를 거절해 화를 면했다.

이들 할머니의 나이는 65세 1명, 70대 1명이며 나머지 4명은 모두 80대의 고령이다.

당시 노인들은 심한 복통과 함께 입에서 거품을 토하며 실신 상태에 빠졌고 마침 마을회관 인근에 살고 있는 박모(64)씨가 이를 발견하고 경찰과 소방에 신고했다.

환자 중 상태가 호전된 신모씨와 사망자 1명을 제외한 4명 전원은 15일 오후 현재까지도 의식이 없거나 언어 구사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은 상주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경북경찰청 광역수사대의 지원을 받아 수사본부를 설치했다. 경찰은 사이다병과 환자의 구토물 등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대구분소에 긴급 감식을 의뢰한 결과 14일, 농약(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유선통보에 따라 고의나 과실 등 모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사고 현장 도착 당시 사이다 병은 박카스병 뚜껑으로 덮여 있었고 지문은 감식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일 마을회관 출입 주민 22명 정도와 마을입구 CCTV에 찍힌 차량, 오토바이, 자전거 등을 탄 20여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수사 해결의 핵심이 될 CCTV가 마을회관에는 설치돼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회관 주변 주택에 주차돼 있던 개인 차량의 블랙박스에도 상황이 녹화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상주/곽인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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