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이어 날씨까지 말썽
개장 후 30℃이상은 4일뿐

▲ 평년보다 낮은 기온과 기상 악화로 피서를 즐기는 관광객이 많이 감소해 경북 동해안 해수욕장 인근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12일 오후 포항 월포해수욕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본격적인 피서철을 앞두고 경북동해안 지역 해수욕장들이 최악의 개점 휴업상태를 맞고 있다.

특히, 지난 2013년에는 냉수대 현상으로 수온이 떨어져 관광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기 어려웠고, 지난해의 경우 세월호 참사의 여파 및 성수기에 찾아온 태풍과 장마 등의 날씨로 피서 경기가 더욱 바닥을 쳤다. 올해의 경우 지난 5월 말 발생한 메르스 여파로 내수 부진 등 경기가 위축됐고, 메르스가 진정 국면을 맞은 현재는 평년보다 낮은 기온과 기상 악화로 피서를 즐기는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초복을 앞두고 한창 더워야 할 12일의 영일대 해수욕장. 제9호 태풍 찬홈(CHAN-HOM)의 영향권에 들어 전국에서 비바람이 부는 날씨가 이어졌고, 제11호 태풍 낭카(NANGKA)도 일본을 거쳐 북상 중이라 해수욕장 피서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밖에 포항지역 다른 해수욕장에도 기상 악화로 포항시가 피서객에게 입욕 자제를 당부하고 나서는 등 썰렁한 광경이 연출됐다.

문제는 최근 이런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 지난달 중순까지는 메르스가 기승을 부려 평일, 주말할 것 없이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었었다. 메르스가 물러가는 기미를 보인 이후에는 덥지 않고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주말에 쏟아지는 등 날씨가 따라주지 않았다. 이에 해수욕장 인근 상인들은 내달 23일 폐장까지 한달 남짓 겨우 남아있는데다 앞으로 태풍이 얼마나 기승을 부릴지도 예측할 수 없다며 더욱 관광객 감소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월포해수욕장의 한 상인은 “지난해에도 제일 덥고 한창 휴가철이었던 8월 초에 태풍이 닥치고 주말마다 비가 오는 바람에 한해 장사를 거의 망쳤다”며 “올해는 나아질 줄 알았지만 메르스 여파로 조기 개장 이후 파리만 날렸고 지금은 물놀이하기에 추운 날씨거나 주말에 비까지 와 체감 상으로 관광객이 절반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영일대 해수욕장이 지난달 첫 조기 개장한 이후 포항의 일 최고기온이 30℃ 이상을 기록한 것은 12일 현재 기준 고작 4일에 불과했다는 것. 이 기간 일 평균기온 역시 대부분이 20℃ 초반에 머무는 등 덥지 않은 날씨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지난 2013년에는 7월 10일께 이미 일 최고기온 36.1℃를 기록할 정도로 무더운 날씨였고, 같은 기간에 최고 기온이 30℃ 이상을 기록한 경우는 12일에 달했다. 이처럼 가뜩이나 침체된 경기 여건 속에서 더위까지 피서 분위기를 따라주지 않자 상인들의 근심이 갈수록 쌓이고 있다.

영일대 해수욕장의 한 상인은 “숙박 손님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데 날씨까지 따라주지 않으니 뭘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안온다”며 “이달 말에 있는 포항불빛축제때라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침체된 분위기가 좀 풀렸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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