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이번 방문 목적은 물동량 확보 및 항로 개설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항과 포항영일만항을 잇는 정기항로 개설을 시작으로, 물자는 물론 사람의 왕래가 이어질 수 있는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입니다”

지난 5월 12일 블라디보스토크 현대호텔 해금강 레스토랑에서 이석배 블라디보스토크 한국총영사와 양기모 블라디보스토크 KOTRA 관장을 초청한 만찬에서 이강덕 시장이 한 인사말이다. `극동(Far East)의 유럽` 혹은 `극동의 샌프란시스코`라 일컫는 블라디보스토크는 2012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로 비약적 발전을 이룩했다. 이 정상회의 개최로 교통·통신 등 인프라 개발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다. `2025 극동·바이칼 지역 경제·사회 발전전략` 2단계(2016~2020) 프로그램에서 에너지 분야 프로젝트 추진과 교통 인프라(도로, 철도, 해상, 항공) 연결 사업에서도 이 도시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러시아 경제지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6월 19일에 러시아 하원인 국가두마는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에 관한 패키지 법안을 승인했다. 기본법안 이외에 조세법과 15개의 관련 법안들을 개정했다. 70년 예정으로 설립되는 자유항에는 블라디보스토크항 외에도 자루비노항, 포시예트항, 나호트카항이 포함된다. 이러한 법안들로 극동지역 경제성장이 탄력을 받고, 물류·운송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도 늘어날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땅이 좁고 해군기지까지 있어 자유무역지대 입지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도로와 철도를 하산의 자루비노(항)과 연결하고, 시베리아횡단철도로 아시아~유럽 최단 육로운송로를 조성하고,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최단항로 조성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면 경쟁력을 담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장은 13일 블라디보스토크와의 우호도시협의서 체결 때 당초 협의서(안)에 명기하지 않았던 `국제 페리항로 개설과 관광인프라 구축`등 공동발전에 관련된 사안을 블라디보스토크 시장과 현장에서 합의 후 추가했다. 이러한 적극적 행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필자는 이 총영사와 양 관장을 초청한 만찬에서 오고간 대화에서 그 원인(遠因)을 찾고 싶다. 이 총영사는 `블라디보스토크의 극동 자유항으로서의 성장가능성`을 피력하는 한편으로, 이 도시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지역이자 자원교역의 새로운 실크로드로 부상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편 양 관장은 강원도의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EFEZ)이 5월 20~24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북방물류 루트와 강원도 전략,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투자 여건 등을 소개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기간에 열리는 블라디보스토크 보트 쇼 행사를 활용해 러시아 요트클럽 회장과 블라디보스토크 시장과의 간담회도 개최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찬장에서 지도를 펼쳐 놓고 두호마리나 사업과 국제여객부두 조성에 대해 설명하던 이 시장은 이 말을 듣고 보트 쇼 행사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동해안경제자유구역청에서 추진하는 일들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다.

몇 년이 흐른 후, 블라디보스토크항 인근에 있는 요트들이 겨울에는 두호마리나로 들어오는 날을 떠올려보자. 포항영일만항과 블라디보스토크항 간 국제페리항로 개설로 물자와 사람이 오가는 광경을 그려보자. 사람들이 포항영일만항 국제여객부두에서 국제 페리선을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서, 금각교와 루스키 대교로 이어진 루스키 섬을 관광할 날을 상상해보자. 또 이 도시에서 열차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여행계획도 짜보자.

필자는 1999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귀국한 이래 8년 만인 2007년 초에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머물며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다. 다시 8년 만인 2015년 5월에 블라디보스토크와 하산에서 공무(公務)로 잠시 머물렀다. 앞으로는 8개월 주기로 러시아로 가는 일정이 잡혔으면 한다. `도약하는 포항`을 위해 자꾸자꾸 할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