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포항성모병원 공사장서 식당운영 40대 보상요구
건설사 “모든 금액 지불, 현장서 발생한 일 알아서 하라”

“기회라고 생각하고 망설임 없이 도전했는데, 한순간 바닥으로 추락했습니다”

5일 오후 포항시 남구 대잠사거리 부근의 한 식당. 풍족하진 않지만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왔다는 주인 김모(48)씨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진행된 포항 성모병원 증축 및 리모델링 공사현장에서 이른바 `함바`(공사현장 근로자 식당)를 운영한 그는 노후준비의 기회로 판단해 뛰어든 장사로 인해 도산 위기에 놓였다고 하소연했다.

“지역 식당들이 규모가 작은 업체가 공사 도중 부도 나는 등의 이유로 밥값을 못 받는 일은 이미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지만, S건설산업이라는 대형기업이 원청인 공사현장에서 밥값을 떼여먹힐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지인으로부터 성모병원의 대규모 공사 계획을 미리 파악한 김씨는 병원 관계자와 현장소장 등을 수차례 만나 자신에게 함바집 운영을 맡겨 달라고 부탁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영업권을 따낸 김씨는 2010년 5월께부터 부푼 꿈을 안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장사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당초 150~200여명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원청의 설명에 따라 1인당 밥값을 4천원으로 산정했지만 식당 이용자가 절반 수준이라 타산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같은 해 12월에는 현장 골조작업을 맡았던 협력업체 D건설의 사장이 석달치 밥값 2천여만원을 지급하지 않고 잠적하면서 김씨의 시름은 깊어지기 시작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근로자가 많지 않아 본전만 건지자는 생각으로 식당을 운영했는데 협력업체의 사장이 잠적하는 바람에 손해가 막대한 상황이었어요. 심지어 원청의 현장소장이 저를 찾아와 `2천만원 중 1천만원만 받으면 바로 결제해주겠다`고 종용을 시도하기까지 했습니다.”

당시 제의를 거절한 뒤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김씨는 공사현장에서 1인 시위를 하며 피해를 호소했다. 반응은 바로 왔다. 1천만원을 지급한 뒤 4천원이던 밥값을 4천500원으로 올리고 무료로 밥을 먹던 원청 직원들도 정상적으로 밥값을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인 김씨는 2012년 7월 다시 한 번 좌절해야 했다. 또 다른 협력업체가 넉달치 밥값 2천500여만원의 결제를 계속 미뤘기 때문이다. 이후 김씨는 해당 업체와 S건설에 내용증명을 보내 결제를 재촉했으나, 회신은 `함바집을 철거하라`는 내용이었다.

“아무리 봐도 정당한 이유가 없었는데 제가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 못마땅했는지 일방적으로 철거를 통보했어요. 미수금은 받았지만 수천만원을 투자한 함바집을 철거하라고 하니 억울했죠”

이후 김씨는 S건설을 상대로 밥값 미수금과 계약파기에 따른 보상을 요구했지만 “본사는 현장에 모든 금액을 지급했고, 현장에서 발생한 일이니 알아서 해결하라”는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

한순간 빚더미를 떠안은 김씨는 억울함을 풀고자 다방면으로 알아봤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인 소송은 비용조차 마련할 여유가 없어 앞날을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세, 수도세 등이 체납돼 유일한 생계 수단인 작은 식당조차 문을 닫을 처지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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