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올 때 보인다` 함영준 지음 샘앤파커스 펴냄, 263쪽

어느 분야에서든 꼭대기에 올라가 본 사람들은 안다. 위만 쳐다보고 올라갈 때는 놓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 그리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산해본 사람들은 안다. 내려오는 길에서 배울 수 있는 삶의 지혜가 얼마나 깊고 단단한지.

언론인 함영준이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20인의 숨겨진 내면의 이야기를 담은 `내려올 때 보인다`를 출간했다. <샘앤파커스, 263쪽, 1만5천원> 저자 함영준은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직접 겪으며 청년 시절을 보냈다. 21년간 조선일보 기자로 현대사의 각종 사건사고를 현장에서 취재했고, 정관재계 인사들의 흥망을 밀착해 지켜봤다. 마흔 후반에 신문사를 그만두고, 광야로 나와 혼자 글을 쓰며 진짜 인생을 배웠다.

베테랑 기자 특유의 노련함과 집중력에 자신의 인생경험까지 더해지자 세상과 인물을 보는 안목이 더욱 깊어졌다. 그런 그가 30여 년간 지켜본,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인물들을 정리했다. 우리가 건너온 시대를 돌아보고, 진실한 삶의 모습들 속에서 희망을 되찾고 싶어 이 책을 펴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정상에 오른다는 것, 그리고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주며 내려온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저자는 현대사의 굵직한 획을 그은 20인의 인물들을 통해서 인생의 큰 그림을 보여준다. 갑작스런 성공도, 끝없는 좌절도, 인생이라는 그림의 일부라는 것을 담담하게 보여주며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2014년 `중앙선데이` 인기 연재물 `함영준의 사람과 세상`의 원고를 기초로 새롭게 재구성한 책이다.

저자가 다룬 인물 중에는 40여년 전 함께 공부한 손석희, 한 직장에서 20년 이상 동고동락한 방우영·조갑제, 기자 대 취재원으로 만난 조영래·이명재·민병돈·박지원 등이 있다. 또 한 번도 마주친 적도 없는 노무현·김대두·김정일과 같은 이들도 있다.

전직 대통령부터 언론인, 법조인, 기업인, 군인, 작가, 심지어 사형수와 조직폭력배 두목까지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상징적인 인물들의 삶을 소개하고, 풍운의 세월을 온몸으로 겪어낸 이 인물들의 빛과 그림자를 재조명했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우리나라의 시대상과 사회, 그리고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이며, 남의 얘기가 아니라 바로 내 얘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섰다.

/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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