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맏형` 늠름한 기상

▲ 가지산은 아름다운 `영남알프스`의 주봉답게 기묘한 산세와 빼어난 주변 풍광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산이다. 고산준봉들의 행렬이 장관을 이룬다.

우리나라는 임야면적이 평야의 두 배가 넘는 산이 많게 마련이지만 1천m 높이의 산은 남한에만 해도 대략 500개가 넘는다.

차를 타고 시외로 다니다보면 거의가 산에서 산으로 이어진다. 특히 부산이나 울산 쪽으로 가다보면 경주를 지나 울산 언양 쯤에서 오른편으로 이어지는 고산준령들은 그 경관들이 멋있게 이어진다. 산 밑에서 보는 것보다 막상 등산하면서 산의 높이에서 바라보면 황홀할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그 주인공은 이름하여 영남알프스다.

가지산을 최고봉으로 해서 문복산, 신불산, 천황산 등 1천m 이상 높이의 9개산과 수많은 봉우리로 연결돼 있으니 필자는 이들 산 가운데 문복산, 재약산, 신불산에 이미 등산을 마쳤고, 나머지 산에도 오를 거라 생각했는데 마침내 이번에 뜻을 이루게 됐다.

드림산악회에서 가지산과 운문산을 동시에 오르는 산행계획이 있어 지난 주말에 다녀왔다. 가히 영남알프스라 불릴 만큼 주변의 경관은 빼어났고, 힘든 산행에서 얻은 것도 많았다.

가지산만 오른다면 가지산온천에서 시작해 정상에 도착해 원상복귀하면 쉬울 테고, 운문령에서 시작해 상운산을 거쳐 가지산에 올랐다가 가지산온천으로 내려서는 등 등산코스가 있겠다.

또 운문산에만 오른다면 운문사에서 출발해 큰골, 쌀바위로 해서 아랫재, 심심계곡을 통해 운문사로 가거나 석골에서 운문산 정상에 오르고서 원대복귀하거나 운문사 방향으로 내려서도 좋은 등산길이니 영남알프스에 오르는 등산코스는 울주, 청도 등 여러 지역에서 펼쳐진다.

일행을 태운 차가 오전 9시 30분경 울주 석남고개에서 도착했고, 우리들은 여기서 산행을 시작해 가지산에 올랐다가 아랫재를 거쳐 운문산 정상에서 풍취를 즐기고, 선녀폭포로 해서 석골사, 석골 마을로 빠져 나와 등산을 마칠 계획이다. 하루에 영남알프스 명산 두 곳을 오르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

석남고개에서 가지산으로 오르는 코스는 계속 오르막길이다. 몇 번씩은 굽은 길로 가야하지만 대체적으로 곧은길이다. 능선에 올라서 걸어가면서 저만치에 있는 가지산 방향으로 시선을 보낸다. 쳐다보니 바위뿐인데 올라서서 보니 큰 산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게 가지산 정상이다.

가지산대피소를 지나 정상을 보니 바윗덩어리다. 정상부근에서 쉬엄쉬엄 올라 드디어 정상표지석이 있는 곳에 도착해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능선과 연결되면서 일대의 산들이 훤하게 나타나는데, 특히 이 지대가 화강암지대라서 곳곳마다 기암괴봉과 암벽이 있어 장쾌하다.

가지산의 원래 이름은 석남산(石南山)으로 천화산·실혜산·석민산 등으로도 불려졌다. 1674년 석남사가 중건되면서 가지산으로 불리게 됐다고 하는데 일설에는 신라 흥덕왕시대 전남 보림사에서`가지산서`라는 스님이 와서 석남사를 지었다 해서 가지산으로 부른 것이다.

또한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가지산과 운문산은 암산(女山)이라 수도승이 각성할 무렵이면 여자가 나타나`십 년 공부 도로아미타불`이 된다고 전하는데, 실제로 석남사는 주변의 청도 운문사와 더불어 비구니전문수도장이며, 지금도 많은 비구니가 수도에 전진하고 있는 사찰이다.

등산인들이 다 그렇게 느끼지만 주중생활에서 바삐 살다가 공기 좋은 산에 찾아오면 기분이 하늘을 나를 것같은 생각이 든다. 우선은 깨끗한 산 속에서 바위와 숲이 조화를 이루며 자연 그대로의 풍광을 보기 때문인데 가지산이 그렇다.

이곳에 울산~밀양간 도로가 건설되면서 오염에 시달리는 산으로 오해받기 쉽지만 그것은 그만큼 교통이 편리해서 등산객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말도 된다.

백두대간에서 빠져나온 낙동정맥이 동해로 나가기 전에 온 힘을 다해 솟구쳐 빚어놓은 산등성 무리들, 영남 알프스의 주봉에 서서 가지산 연가를 불러본다.

 

▲ 가지산 정상석
▲ 가지산 정상석

“산에 올라보면/ 보이는 경치마다/ 절경이 펼쳐진다./ 백두대간에 솟아난/ 아름다운`영남알프스`의 주봉인 가지산은/ 거대한 힘을 내뿜는다.// 어찌해 좁은 지역에/ 험준한 준봉들이/ 이리도 많이 생겨났고/ 가파른 암벽들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묘한 가지산인데/ 자연은 신비하구나”(자작시`울산 가지산`전문)

한동안 가지산과 저 위로 상운산, 아래로 운문산과 백운산 쪽을 바라보다가 장비를 준비해 다시 길을 나선다. 이만하면 가지산 정기를 마음껏 받아보았고, 자연을 경외한 바다.

이정표를 보니 가지산에서 백운산 갈림길까지는 2.6km로 1시간이 소요된다고 적혀져 있다. 이정표가 다른 산에 설치된 안내판과 비교해볼 때 다소 초라해보이지만 그것은 그만큼 도립공원관리사무소나 관할 행정기관에서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생각할 뿐이다.

가지산에에서 내려서서 백운산 갈림길을 향해 서서히 발길을 옮긴다. 쉬었다가 내려서는 길에서는 스틱을 위지하면서 발에 힘을 줘야한다.

백운산 갈림길에 도착해도 이곳은 여전히 높다. 해발 1천100m가 되니 어지간한 산보다 높은데, 멀리 산들과 주변 경관을 살피면서 걸어오니 1시간이란 시간도 빨리 지나간 듯하다.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백운산이 나타나고 우회전하면 청도 운문산으로 가는 길이다. 여기서 바로 앞에 보이는 아랫재까지는 1.3km 거리에 불과하지만 제법 가파른 내리막길인데, 직하강하는 낭떠러지 수준이어서 만만히 보면 안되는 어려운 코스다.

힘들게 아랫재에 도착해보니 다소 평지에 이정표가 몇 개가 세워져 있다. 잠시 쉬면서 주변을 살펴보다가 다시 등산길을 이어 산속 숲속 오르막과 내리막을 몇 번 교차하면서 걸어가니 저 앞에 거대하게 산들이 나타난다.

아랫재에서 운문산을 오르면 이 코스를 첫 등산하는 사람들은 몇 번 속으며 올라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높은 산이 눈앞에 있어 정상이겠지, 하고 힘들게 올라보면 저 앞에 산이 또 있다는 것인데, 마치`노고지리 개 속인다`는 속담처럼 들린다.

봄철에 노고지리 새가 밭둑에 가만히 있다가 개가 잡으러오면 폴짝 날아서 그 옆으로 달아나고, 또 개가 다가서면 그 옆으로 달아나는 것처럼, 다 왔다고 올라보면 저만치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게 운문산이라고 하니 주변에 고산들이 많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만큼 운문산 정상에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아랫재에서 1시간이면 족히 도착하리라 예상하고 산행 속도를 내보지만 산의 지세로 인해 그보다는 더 걸리는데, 대략 1시간 20~30분이면 오를 수 있다.

산죽밭 사이 길을 걷고 계단을 타고, 다시 정상 밑에 잘 만들어진 나무 계단에 올라선 후에야 일행들은 운문산 정상에 도착했는데, 시계를 보니 2시30분이다. 등산한 지 4시간이 흘렀다.

운문산(1천188m)은 가지산에서 서쪽 능선으로 이어지는 아랫재를 거쳐 연결된다. 영남알프스에 자리잡고 있는 이 산 모습은 듬직하고 중후하다. 필자가 처음 올랐지만 정감이 가는 산이고 풍치가 아름다운 산이다. 일행들이 정상에 서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멋진 경치라며 감탄하는 사이 필자도 경관을 조용히 즐겨본다.

운문산 정상 주변을 살피다가 작은 소나무가 특이해 유심히 보았다. 소나무 가지가 둘로 펼쳐져 앙증맞게 서 있는 모습이 다시 한 번 눈길을 끌게 하는 매력이 있는 소나무다.`매력 송(松)`이라 불러줘도 한 치 모자람이 없는 억척같은 소나무다.

이제 내려갈 시간이다. 하산 종점인 석골사 주차장까지는 4.5km 족히 남았다. 정상에서 내려서서 숲길 사이로 20분정도 걸어 나오니 조용한 암자가 있다. 이름이 상운암이다.

상운암 부근 어딘가에 조선의 명의, 허준 선생이 그의 스승을 해부한 장소로 알려지고 있는 바위동굴이 있다고 하는데, 얼음골이 여기서도 가까운 거리에 있다. 암자를 들러보던 중 스님이 절 마당 채소밭을 정리하고 있다가 일행들을 맞이했는데, 깨끗한 상추가 있으니 마음껏 가져가도 된다고 말한다. 그냥 스님이라기 보다는 인심좋은 촌 농부처럼 보인다.

하산길 산 중턱에서 석탑무더기를 만나고 다시 내려서서 계곡물을 만난다. 많은 등산객들이 계곡에서 피로를 푸는지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필자도 잠시 흘러가는 물에 손을 씻으면서 높은 산마다 깊은 계곡이 있고 또 물이 있어 쉴 곳을 마련해주니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기도 한다.

상운암 계곡물을 건너고 너덜지대와 선녀폭포를 지나니 석골사로 가는 골짜기마다 돌로 가득하다. 석골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산과 계곡, 산길에 돌 천지다. 그 길을 걸어 나와 석골사 주차장에 도착했으니 하루의 산행 과업을 모두 이뤄냈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영남알프스가 그 명성에 걸맞게 국내 관광중점단지로 크게 바뀔 계획이라고 한다. 울산시 등이 중심이 된 `영남알프스 산악관광개발사업` 계획을 마치고 오는 2019년까지 실행에 옮긴다는 것이다.

특히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이곳 특성을 감안해 조화를 이루는 관광명소로 가꾼다는 것인데, 우선적으로`웰컴센터`를 다음 달에 완공해 인공암벽과 영화관 복합시설을 만들어서 매년 세계산악영화제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하니 산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기대가 크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등산 후에 느끼는 뒤끝은 언제나 몸과 마음이 가볍다는 생각이다. 영남알프스 9개산 중 상산(上山) 가지산과 운문산을 하루에 올랐으니 기분이 더욱 좋을 수밖에….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