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장, 좁은 공간에 설비 너무 많아 위험노출
협력업체 근로자 안전조치 소홀로 잇단 사망사고
정의당, 노후설비 등 작업환경 특별근로감독 요구

지난해 노동단체들로부터 `최악의 살인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쓴 현대제철의 안전불감증에는 포항의 노후설비 방치와 열악한 근로환경 등 구조적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청에 안전 책임도 넘기는 갑

지난 27일 낮 12시 40분께 포항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실린더 정비작업을 하던 중 사망한 협력업체 근로자 A씨(50)는 동료 B씨(33)와 함께 생산라인이 멈추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공기가 새는 호스를 교환하는 작업을 하다 변을 당했다.

고실린더 정비는 현장메뉴얼에 따라 작동스위치에 커버를 씌우는 등의 안전조치가 필요했지만 현장에는 안전 관리 인력이 한명도 없었다. 원청 회사의 현장에서 하청 직원의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하청회사가 지는 현행 구조의 맹점을 두고 제기돼 온 우려가 실제로 발생한 것이다.

△포항공장 열악한 근로환경 악명

산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의 국내 공장들이 다른 철강업계보다 크레인 이동 경로가 복잡하고, 생산효율을 높이려고 한 공장에 많은 설비를 채워넣어 근무환경이 특히 열악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의 근로자 박모(29)씨는 “픽업 크레인에서 나오는 슬라브를 다른 곳으로 옮겨 실어야 하는데 그 옆에서 작업자가 일하고 있기 때문에 크레인이 이동하면 피했다가 다시 작업을 하는 등 공장이 좁은 편이다”고 현장상황을 전했다.

사고가 난 포항공장의 경우 현대가 인수하기 전의 옛 강원산업 당시부터 `위험하고 더러운`작업환경으로 인해 근로 여건이 타 업종에 비해 열악한 철강업체가 대부분인 포항지역에서도 악명이 높았다.

하지만 현대가 인수한 이후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고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열악하고 좁은 공간에 무리하게 추가 설비를 채워넣어 사고 위험을 가중시키고 분진 등 대기환경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황우찬 민주노총 포항지부장은 “현대제철은 산업재해 사고가 잇따르지만 비용을 핑계로 안전에 대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당진 이전으로 악화 우려

문제는 현대 측이 포항공장의 비중을 줄이고 당진으로 대부분의 설비를 이전하면서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19일에도 현대제철은 포항 철근라인 폐쇄의 후속조치로 노조와 140여명의 근무자에 대한 전환배치를 합의했다. 이후 현장 직원들의 사기가 위축돼 어수선한 분위기라는 것이 회사 안팎의 설명이다.

이 같은 현대제철의 지역 홀대 및 근로환경 방치 실태에 대해 정치권도 강력한 경고 메시지와 함께 적극 개입 의사를 보이고 있다.

정의당 경북도당 박창호 위원장은 29일 “현대제철 포항공장에서는 대부분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희생되고 있다”며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또 “대부분 설비가 당진으로 이전하면서 포항은 수십년 된 노후설비가 주를 이룬다”면서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포항공장 노후설비에 대한 투자 등 작업조건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 한국노총, 노동건강연대 등으로 구성된 `산재사망대책마련을위한공동캠페인단`은 2014년 가장 많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기업인 `2014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현대제철을 선정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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